켈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찻잔을 비웠다.

다음날 아침, '쿠어 킹덤'은 호위함 '메르쿠리우스'와 함께 예정대로 시사회가 열리는 론드론 성계를 향해 출발했다.

7장

론드론 성계는 센트럴 성계에서 약 520광년 떨어져 있다. 거리로만 따지자면 엄청나게 먼 것 같지만 센트럴에서 게이트 하나만 지나면 바로 나올 정도로 가까운 위치로 공화우주 내에서도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각광을 받는 곳이었다.

거주가능행성은 둘, 그중 하나인 제3행성 플라티스는 굴지의 학습도시이며 그중에서도 음악, 회화, 무용, 연극 등 예술방면 최고급 교육기관이 즐비하다. 이 분야에서 성공하려는 젊은이들이 공화우주 전체에서 모여드는 곳이다.

반면에 제4행성 유리우스는 완전히 흥행의 별이다.

플라티스에서 학교를 졸업하거나 졸업 전에 실력을 쌓아서 유리우스에서 프로 무대에 선다. 그것은 연예계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의 꿈이라고 말해도 좋다.

또한 유리우스는 영화산업이 융성한 별로, 진저 주연의 영화시사회도 이 유리우스에서 열렸다.

화제의 블록버스터로 각계의 저명인사들이 여러 명 초대된데다 이번 영화의 감독과 진저가 사귄다는 소문까지 있어서 영화관계자보다도 기자 쪽의 관심이 치열했다.

거기에 '쿠어 킹덤'이 유리우스 국제우주공항에 입항한다는 소식이 날아온 것이다.

재스민은 도착 직전까지 자신의 도착을 매스컴에 알리지 않도록 손을 써두었지만, 쿠어 부부가 왔다는 사실을 알아낸 기자들의 약 반수 정도가 시사회장에서 뛰쳐나왔다.

어차피 두 사람도 시사회장에 나타날 테니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면 될 테지만, 우주 최고의 날아다니는 궁전으로 이름 높은 '쿠어 킹덤'이 유리우스에 입항하는 웅장한 모습을 붙잡아 무슨 일이 있어도 우주공항에 들어서는 쿠어 부부의 영상을 남겨야만 했던 것이다.

연예계 기자들만이 아니라 지식인 대상의 신문기자들까지 몰려드는 바람에 유리우스 국제우주공항에는 한때 큰 소란이 일어났다.

'쿠어 킹덤'은 천천히 유리우스 국제우주공항에 들어섰고, 기자들은 마른침을 삼키면서 쿠어 부부가 모습을 드러낼 VIP 전용통로를 지켜봤다.

이 도착통로는 투명한 방탄막으로 우주선의 승강구와 직접 연결되는 구조이다. 즉 배에서 한 발짝만 밖으로 나와도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에 노출된다는 말이었다.

승강구 안에서는 주역 두 명이 등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재스민은 장미빛 임신복에 오닉스와 황금으로 만든 장신구를 걸친 모습이었다.(참고로 이 장신구는 폭발하는 물건이 아니라고 한다.)

켈리는 검은색에 가까운 회색 천에 은색 줄무늬가 섬세하게 들어간 정장을 입고, 흰 바탕에 은사가 들어간 넥타이를 했다.

원래부터 체격이 좋은 두 사람이 이렇게 화려한 의상을 걸치면 정말 볼 만했다.

재스민이 말했다.

"지상은 난리인 모양이던데."

"그거야 어쩔 수 없지. 바깥쪽 세계에서는 당신 쪽이 특별 천연기념물일 테니까."

"무슨 뜻이야?"

"흔히 볼 수 없는 진귀한 짐승이라는 뜻이지."

켈리는 왼쪽 팔을 살짝 굽히면서 말했다.

재스민은 그 팔에 자신의 팔을 감고,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며 단언했다.

"좋아, 들러붙자고."

"OK."

마치 전투 구령 같은 대화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두 사람 모두 사회적 지위와 양식이 있는 성인이므로 남들 앞에서 열렬하게 포옹하거나 키스를 할 수는 없다. 오히려 빈축을 사게 될 것이다.

두 사람은 통로를 걸어가면서도 공항에 내려서도 나란히 팔짱을 끼고 있었다. 물론 웃는 얼굴도 잊지 않는다.

그 모습을 직면한 구경꾼들 사이에서 조용한 동요가 일었다.

너무나도 의외라서 난리도 치기 힘들었던 거겠지만 재스민이 보기에는 반응이 시원치 않았는지 작은 소리로 켈리에게 속삭였다.

"좀더 들러붙는 편이 좋을 거 같은데."

"이 이상 어쩌라고? 상당히 밀착해 있잖아."

"허리에 팔 둘러보는 건 어때?"

"나도 생각해보기는 했는데, 그거 남들 앞에서 해도 되는 짓이던가?"

"엉덩이 쓰다듬는 것보다는 훨씬 낫잖아?"

"알았어."

두 사람은 웃음을 지은 채 이런 대화를 나누면서 마중 나온 리무진에 올라탔다.

켈리는 차에 올라타는 재스민에게 손을 빌려주었고, 시사회장에 도착한 뒤에는 서로 허리에 손을 두른 채 당당하게 입장했다.

물론 기자들은 엄청나게 기뻐하며 열광했다. 맛난 뼈다귀를 눈앞에 둔 개라도 이렇게까지 흥분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장소에서는 취재하는 쪽에도 품격이 요구되며, 삼류 가십잡지 가지처럼 사람을 밀어젖히고 돌격이라도 했다가는 그대로 쫓겨난다.

기자들은 흥분을 억누르고 다른 기자들의 눈치를 보면서 취재할 기회를 노렸다.

시사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고, 회장에서는 파티가 한창이었다.

먼저 도착한 손님들도 쿠어 부부를 보고 웅성거렸고 환성을 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쿠어 재벌의 주인이라는 점을 제외하더라도 이 두 사람은 회장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제일 먼저 만면에 웃음을 가득 지으며 달려나온 것은 론드론의 정계 관계자였다.

"두 분 모두 잘 오셨습니다."

두 사람도 반갑게 인사하며 악수를 나눴다.

정계 관곚다는 론드론의 인상은 어떻느냐는 둥, 이번 만남을 계기로 가까이 지내고 싶다는 둥 계속 말을 이으려 했지만 그때 오늘의 주역이 나타났다. 진저였다.

아는 사람과 하던 이야기를 중간에 멈추고 회장 입구까지 두 사람을 맞으러 달려온 진저는 정계 관계자를 눈빛으로 퇴치한 뒤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둘 다 잘 와줬어요. 정말 기뻐."

진저는 오늘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진저는 두 사람을 데리고 회장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사람과 친구들을 소개해주었다.

이번 영화의 감독인 한 윤을 비롯해서 각국의 정치가나 실업가, 저명한 배우에 운동선수 등등 이름만 대도 알 수 있을 만한 유명인들뿐이다.

진저는 소개할 상대를 상당히 선별한 듯하지만 그럼에도 서른 명은 족히 넘었다.

시사회 시간이 다가올 때, 진저는 조금 특이한 남자를 둘에게 소개시켰다.

"소개할게요. 이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