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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보야, 어디가 고장인지 찾아낼 때까지는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당신이 1분 날아가면 통신은 0.8초씩 늦어져. 소행성대까지 가버리면 고칠 방법을 찾아내서 연락한다고 해도 2분이나 소모된다고. 시간 낭비잖아."

정비반도 선교도 얼결에 굳어버렸지만 여왕은 지지 않고 반론했다.

"난 처음부터 '버밀리온'을 찾으러 온 거야. 이런 곳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으라는 거야?"

"그러니까 아무도 안 말린다고. 어차피 그 기체도 곧바로 고치기는 힘들 테니까. 이런 건 어때? 어디가 고장난 건지 확인이라도 하고 나서 소행성대로 가도록 해. 그 사이에 이쪽에서는 수리법을 검토할 테니까. 그 정도면 시간낭비가 아니겠지?"

퀸 비에서 날아오는 통신은 음성뿐이므로 조종사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재스민이 웃는 기척이 느껴지는 듯했다.

"이번엔 네가 날 말리려는 거야?"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주제에 잘난 척하지 마. 언제부터 이상해졌어?"

"순항속도로 가속한 뒤야. 운석이 날아오기에 살짝 속도를 줄이려고 했는데 역추진 엔진이 반응을 안 하더군. 조종간만 틀어서 피했지."

"조종간에는 이상 없고? 기체 제어는?"

"아무 문제 없어. 감속에 필요한 부분만 완전히 먹통이야."

"연료제어계통은 어때?"

"안 돼. 아예 KS 엔진을 멈춰보려고 했지만, 운전제어도 긴급정지도 안 먹어. 이쪽이 필사적으로 멈춰보려고 해도 열심히 돌아가고 있다고."

"계속 날아가는 건 가능하다는 거지?"

"그래. 전속력으로."

"알았어. 다시 연락하지. 현재 위치에서 떠나지 마."

"OK."

통신이 끊어지는 것과 동시에 켈리가 정비반의 성역에 나타났다. 아무래도 계속 걸어오면서 팔의 통신기로 대화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 부총수는 자신의 말 그대로 절대 시간을 낭비하려 들지 않았다. 식은땀에 젖은 정비장의 얼굴을 응시하며 말했다.

"상당히 특이한 고장이잖아."

켈리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정비장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신음하며 고개를 젓는다.

"그런 것..., 절대로 그럴 리 없습니다!"

"현실을 직시하자고. 단순한 고장 치고는 이것저것 지나치게 잘 맞아떨어지잖아. 정 뭣하면 펠릭스에게 물어보겠어? 이런 종류의 사고가 자연스럽게 일어날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아마도 믿기 힘들 정도로 낮은 확률이겠지."

정비장은 분노한 맹견처럼 으르렁거리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켈리를 노려보았다.

"미스터 쿠어, 분명히 당신 말대로입니다. 이건 사고가 아니에요.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고가 자연적으로 일어날 리가 없지요. 누가 봐도 인위적인 사고입니다. 이 상황에서 저나 제 부하들이 관여했을 거라고 의심받는 것도 당연하지만 절대로 그럴 리는 없어요! 도저히 신용할 수 없다면 보안요원을 불러서 우리들을 구속하고 전원을 조사해보면 될 것 아닙니까!"

켈리는 부하들의 결백을 믿어 의심치 않는 정비장에게 부드러운 웃음을 던졌다.

"당신을 구속하면 누가 저 여자를 도와주지? 그렇게 소리 지를 것 없어. 안 그래도 당신들이 한 짓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니까. 그 정신 없는 와중에 어떻게 그런 조작을 할 수 있겠어?"

붉게 상기된 얼굴로 침묵하고 있던 정비장 대신 젊은 정비원 한 명이 우물거리면서 말했다.

"하, 하지만 미스터 쿠어. 퀸 비의 정비는 전부 저희들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지은 죄라고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퀸 비는 재스민이 취미로 만들어낸, 우주에 단 한 대뿐인 특별한 우주선이다. 당연히 엔진이나 그밖의 규격도, 내부구조도 다른 우주선들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 자신들 이외의 대체 누가 저 기체에 그런 조작을 할 수 있다는 건가......

정비원들은 서로 조심스럽게 동료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그러다가도 눈이 마주치면 그대로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그 불편한 공기를 깨뜨린 것은 켈리의 한마디였다.

"지금은 누가 한 짓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문제는 어떻게 저걸 멈추느냐지. 그래서 전문가인 당신들에게 묻겠는데, 어떤 식으로 조작하면 저런 고장이 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정비원들은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곧바로 하나둘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

대부분 자신이 담당한 부분에는 아무 이상도 없었다는 변명으로 일관했지만,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참고가 된다.

추진기관이나 역추진 엔진 자체를 조작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한 명이 주장했다. 그런 짓을 하면 바로 이상탐지 시스템이 울리게 된다.

그 이상탐지 시스템을 작동하지 않도록 조작하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 의견은 다른 수많은 정비원들이 동시에 부정했다. 그렇게까지 정밀한 조작을 했다면 아무리 그런 난장판이라도 전혀 눈치 채이지 않았을 리가 없다는 얘기다.

의미 불명의 전문용어가 차례로 튀어나왔지만 이것 역시 차례차례 부정되었다.

켈리는 말없이 토론을 듣고 있었지만, 결국 기체 본체에 뭔가를 조작하기란ㅡ그것도 아무도 모르게 해내기란ㅡ어렵다는 사실만은 이해할 수 있었다. 뭄엇보다도 정비원들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전산기 쪽은 어때?"

퀸 비에는 감응두뇌가 탑재되어 있지 않다.

그 대신 기체의 제어와 탐지기류, 무기 전부를 관할하는 심장부로서 전산기를 달고 있다.

당연히 그것이 고장날 경우도 고려해야 하지만, 켈리가 그 말을 꺼내자 그렇게나 격렬하게 토론하고 있던 정비원들 전원이 입을 다물어버렸다. 전원이 뭐라 형용하기 힘든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비장이 짧게 헛기침을 하고 복잡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군요. 확실히 그것밖에 생각할 수 없겠습니다. 어이......"

정비장의 신호를 받은 몇 명이 긴자오딘 표정으로 아직 정지해 있던 계기에 달라붙었다. 방에 늘어서 있는 검지기 대부분이 작동 중이었지만 그 중 몇 개는 꺼져 있었던 것이다.

정비원들은 그 기계를 차례로 작동시켰다. 이것으로 방 전체가 거대한 기계덩어리로 바뀐 셈이다.

켈리는 흥미 깊게 그들의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다.

감응두뇌의 사고모델이라면 익숙하지만 전산기에 대한 접촉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거의 골동품에 가까운 물건이니 무리도 아니지만, 저 여자가 평범한 골동품을 자신의 기체에 탑재시켰을 리는 없다.

아마도 저것 역시 우주에 단 한 대밖에 존재하지 않는 엄청나게 정밀하고 뛰어난 성능의, 퀸 비만을 위해 만들어진 최고의 골동품일 터.

전산기와 우주선에 이용되는 인공두뇌ㅡ감응두뇌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감은두뇌는 주어진 명령의 적합성을 판단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5분 뒤에 자폭하라'는 명령을 내렸을 경우,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정확하게 5분 뒤에 자폭하는 것이 전산기이다. 감응두뇌의 경우 '선내에 인간이 남아 있습니다. 5분으로는 피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그 명령은 실행할 수 없습니다' 라고 대답한다. 인간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설정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전산기는 자신에게 명령하는 인간이나 명령의 내용을 차별하지 않는다. 명령의 수순만 올바르다면 누구의 명령이든, 아무리 이치에 맞지 않는 무모한 명령이든 상관없이 받아들여 충실하게 실행해버린다. 이를테면 감속 관계의 장치만을 마비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전산기의 상태를 조사하기 시작한 정비원들은 거의 곧바로 신음 소리를 냈다.

"정비장..., 큰일입니다. 봐주십시오!"

화면에 차례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기호 같은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문외한인 켈리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정비장의 안색은 점점 창백해졌다.

"뭐야, 이건?! 어떻게 된 거야!"

"시냅스가 끊겼어?!"

"설마 전부! 전부 다 끊긴 거야?!"

"기다려봐!"

거의 비명에 가까운 반응이었다.

다양한 정보를 표시하며 조회할수록 실내의 분위기는 완전히 절망에 빠져들었다.

"거짓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