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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모두 그냥 자게 놔둬."

틀림없이 켈리의 목소리였다.

'팔라스 아테나'는 전투기의 최고속도인 1.64VL로 항행하며 30분 뒤 제3행성 궤도에 머물러 있던 '쿠어 킹덤'과 합류했고, 격납고 문을 열도록 요청했다.

정비장 이하 정비반 전원이 긴장된 표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팔라스 아테나'는 평소의 위치에 천천히 착륙했다.

겨우 열흘 전에는 폐선이나 다름없이 너덜거리던 배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마치 신상품처럼 반짝거리고 있었다.

이것은 조종자 쪽도 마찬가지였다.

켈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격납고에 내려 긴장하는 일동은 재미있다는 듯이 둘러보며 웃음을 지었다.

"이런, 마중 나온 거야?"

"미스터 쿠어!"

"다행이다! 무사하셨군요!"

"무사라니, 뭔 소리야? 난 이렇게 펄펄하다고."

정비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엇다.

부총수가 해적에 납치되었다는 얘기에, 무사히 해방된다고 하더라도 대체 어떤 상태로 돌아오게 될지 불안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부총수는 지극히 멀쩡해 보였다.

정비원들은 저마다 켈리에게 말을 걸면서 무사히 풀려난 것을 기뻐했지만 브래들리 정비장만이 굳은 얼굴이었다.

정비장은 그 뒤 재스민과 선장에게 불려가 비밀을 엄수할 것을 신신당부 받은 뒤 자초지종을 듣게 되었다.

원래부터 일에 열심인 정비장이다. '팔라스 아테나'가 돌아왔을 때 해적들에게 무슨 짓을 당했을지 모른다고 분해수리라도 하려 해서는 곤란하다. 분해수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도 곤란하다는 설명 끝에 재스민은 이렇게 말을 맺었다.

"절대로 상관하지 마. 내버려둬."

외관상으로 볼 때 도저히 근접연성 사이를 통과한 배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배의 손상이라는 것은 겉모습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법이므로 정비장은 감응두뇌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다이애나, 들려?"

"어머나, 찰스. 오랜만이네요. 잘 지냈나요?"

변함없이, 이게 정말로 감응두뇌인지 의심하고 싶어질 정도로 감정이 풍부한 목소리였다. 덤으로 통신화면에 비치는 다이애나는 새하얀 칵테일 드레스를 입고 단정하게 묶은 머리에 꽃을 장식한 차림이었다. 거기다 통신화면의 배경에는 마치 무대의 대기실이나 무슨 전시회장처럼 커다란 화환이 늘어서 있고 호화로운 꽃이 빽빽하게 꽃병에 꽂힌 채 다이애나의 등 뒤를 꽉 메우고 있었다.

우주선끼리의 통신에서는 있을 수 없는 풍경에 정비장은 현기증마저 느끼면서 물었다.

"이거 상당히 화려한걸. 이 배경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배가 완전히 새 걸로 바뀌었으니까 개장 축하죠. 그런 때에는 꽃을 장식하는 게 아니던가요?"

"아, 미안한데ㅡ 새 걸로 바뀐 게 언.제. 일이지?"

"물.론. 애드미럴을 출발했을 때죠. 내가 독에 들어가 있었던 건 당신도 알잖아요?"

"그럼 지금 특별히 정비할 필요는 없겠군."

"네. 전혀."

정비장도 이 방면의 프로다. 선내의 설비만으로는 부족한 수리일 것이라고 직감하고 있었지만 굳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배가 무사하다면, 자신들이 나설 필요가 없다면 그보다 다행은 없다.

쓴웃음을 지으며 통신화면에서 떨어지자 이번에는 젊은 정비사들이 통신화면 앞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저마다 말을 걸었다.

"다이애나! 무사했구나. 해적들한테 심한 짓 당한 건 아니지?"

"미스터 쿠어를 납치한 해적은 어떤 놈들이야?"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지? 좌표는 알 수 있어?"

다이애나는 생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여러분,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죄송해요. 저도 자세한 건 전혀 모르거든요. 외부 탐지기를 완전히 끊고 그냥 떠 있었을 뿐이니까요. 그 사람들 너무하죠?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켈리를 죽이겠다고 협박했어요. 저도 조종사의 생명이 달려 있으니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고요. 그래서 제가 어디로 끌려다녔는지 저도 전혀 몰라요."

젊은 정비사들은 분하게 여기면서도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뒤에서 그 말을 들은 정비장은 자칫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태연하게 거짓말을 한다.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저렇게까지 술술.

이런 감응두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