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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싶다는 건 내 사정이 아냐. 그 녀석 사정이지. 도와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니고."

"부탁하지 않으면 가만히 보고 있을 겁니까?"

"너무 따지지 마. 그 녀석은 그게 자기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간 거야. 현재 우리의 역할은 그 녀석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거고. 여왕이 직접 나가고 우리가 가만히 기다려야 한다는 게 거꾸로이긴 하지만."

"그러니까 뭔가 해야 한다는 겁니다."

켈리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알렉산더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었다.

"아무리 그 여자가 비상식적인 인간이라 해도 지금은 홀몸이 아니라고. 걱정하지 않아도 무모한 짓은 안 할 거야."

그렇게 말해놓기는 했지만, 아까 탔던 셔틀의 공포스러운 조종을 생각해보면 다시금 목이 움츠러든다.

아직도 뭔가 말하고 싶은 듯한 알렉산더는 그 자리에 내버려두고, 켈리는 재스민과 언쟁을 벌였던 응접실로 돌아와 멋진 소파 위에 그대로 드러누웠다.

켈리는 아무 조작도 하지 않았건만, 통신단말기가 소리를 내며 혼자서 가동했다. 공간 스크린에 다이애나의 상반신이 떠올랐다.

소파에 누워 있던 켈리를 복잡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며 말한다.

"같이 가주지 않아도 괜찮은 거야?"

단도직입적인 말에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눈에 띄는 짓은 피하고 싶으니까. 보통 폐쇄상태인 게이트는 통과할 수 없는 물건이잖아."

"그건 그래. 당신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그게 보통이지."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다이애나는 지금 이 배의 격납고에 있었다.

외장을 개조해 '팔라스 아테나'라고 이름을 바꾼 채, 선적도 선주도 애드미럴의 쿠어 재벌로 등록되어 있지만 그것은 우주에서 살아가는 해적들 중 누구도 감히 손대지 못하는ㅡ'해적들의 왕'의 우주선이었다.

상선을 덮치는 종류의 대규모 해적과는 달리 부하는 한 명도 없고 영역도 거점도 없지만 모두가 그렇게 부른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자에 대한 존경의 뜻을 담아서.

하지만 다이애나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켈리 역시 입을 열지 않았다.

선내에 가득 찬 무거운 공기가 갑자기 변한 것은 바로 직후였다. 재스민에게서 연락이 들어온 것이다.

"조금 문제가 발생했어. 정비장에게 연락해줘."

선교는 곧바로 정비장에게 연락하는 것과 동시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었다.

재스민은 단 한마디로 대답했다.

"감속이 안 돼."

그 말을 들은 정비장이 혼비백산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건 대체 무슨 말입니까?!"

정비장은 당황하며 외쳤지만 재스민은 기가 막힐 정도로 담담하게 말했다.

"아까부터 여러모로 시험해봤지만 전혀 속력이 줄어들지 않아. 역추진 엔진이 전부 맛이 갔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어. 게다가 방향전환은 되지만 추진기관 자체도 멈추질 않아. 대체 정비를 어떻게 한 거야?"

정비장은 떨리는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렸다.

"누가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겠습니까?! 그건 고장이라고 하는 겁니다! 어째서 돌아오지 않는 겁니까! 경보가 울리고 있을 것 아닙니까!"

"경보도 안 울려. 고장이라면 고장이라고 주장할 것 같은데 아무 반응도 없어. 그러니까 이상하다고. 어쨌거나 이쪽 상태를 전송할 테니까 어디가 이상한 건지 판단해줘."

정비장은 머리에서 불꽃이라도 뿜을 것 같은 기세로 즉각 정비반 전원에게 비상소집을 명령했다.

한바탕 작업을 끝내고 죽은 듯이 쓰러져 잠들어 있던 정비원들을 가차없이 깨워 한 곳으로 소집했다.

우주선 하부의 한쪽 구획에는 정비반의 성이 있다.

그곳은 정비원 이외에는 들어설 수 없는 그들만의 성역이었다. 좁은 방 안에는 다양한 정밀기기류가 빼곡하게 늘어서 있다.

하지만 퀸 비가 보내온 다양한 화상이나 수치를 보자 정비장 이하 전원은 곤혹한 표정으로 머리를 갸웃했다.

"어떻게 된 거죠? 기기는 완전히 정상인데요?"

"역추진 메인 엔진, 보조 엔진, 좌우익 엔진, 쿠어 시스템, 출력조정판, 어디에도 이상 없음......"

"이런데도 감속이 안 돼?"

"거기다 추진기관이 멈추질 않아?"

정비장와 스탭들은 창백한 얼굴로 퀸 비의 상태를 나타내는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고장 자체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상합니다. 겉보기로 기체 자체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 증거로 이상탐지 시스템도 계속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럼 현실적으로 고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되는데, 그런데도 감속이 안 돼?"

"재스민이 착각한 게 아닐까요?"

"아니, 이상탐지 시스템의 고장일지도 몰라."

"바보 같은 소리!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어."

정비반은 큰 혼란에 빠졌다.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듯이 절대로 고장나지 않는 기계란 없다. 그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고장이 난다고 해도 예측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게 있다. 현재 상황은 그들의 상식을 초월하고 있었다. 하지만 원인을 모르겠다는 말만 하고 있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혹시 재스민의 말이 사실이라면ㅡ감속도 안 되고 추진기관도 멎지 않는다는 것은ㅡ그것은 퀸 비가 반영구적으로 계속해서 비행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퀸 비는 초속 4,000킬로미터를 넘는 속도로 날고 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날고 있는 기체가 속도를 줄일 수도 멈출 수도 없다는 것이다.

무중력 항행 중인ㅡ그것도 순항속도로 항행 중인 우주선이 속도를 떨어뜨릴 수 없다는 것은, 중력권 내를 날고 있는 비행기의 엔진이 멈추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참사를 의미한다.

평범한 외양형 우주선이라면 이런 경우 감응두뇌가 문제를 해결한다. 또한 평범한 전투기라면 연료를 모두 버린 뒤 비상정지 시스템을 이용해 어쨌거나 속력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퀸 비는 둘 중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정비장은 비지땀을 훔치면서 통신기에 대고 말했다.

"재스민, 확실하게 말해서 지금 퀸 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저로서는 이해가 안 갑니다. 하지만 반드시 어떻게든 해볼테니 우선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아주세요."

고장난 부위를 찾아내는 것도, 거기에 대처하는 것에도 시간이 걸린다. 이 이상 거리가 떨어져버리면 대화조차 어려워진다.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한 게이트 근처에 있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하지만 재스민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어차피 감속할 수 없다면 어디에 있든 마찬가지야. 난 예정대로 소행성대로 가겠어. 멈출 방법을 발견하면 연락해줘."

이 말이 통신기에서 흘러나왔을 때 정비장은 비통한 얼굴로 외쳤다.

"지금 자기가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는 겁니까?! 남 걱정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당신 목숨이 위험하단 말입니다! 감속도 안 되는 우주선으로 소행성대에 들어가다니 무모합니다!"

말 그대로였다.

좀 전까지 답답하던 선교의 공기 역시 일제히 팽팽한 긴장으로 가득 찼다.

외부에서의 통신은 선교가 수신해서 선내의 각지로 이어주므로, 선교의 사람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대화를 듣고 있었다.

통신장도 주임항행사도 조타수도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선장이나 부선장도 긴장한 얼굴이 되어 내선화면에 비친 정비반의 상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비장의 의견이 옳다.

선장도 재스민을 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