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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로의 위로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잊고 있던 피로가 더욱 무겁게 덮쳐왔다.

조종석에 푹 늘어지면서 시계를 보자, 표준시 11:30을 가리키고 있었다.

최악의 카드를 뽑아버렸다.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켈리는 신음했다.

"정말, 농담이 너무 심하잖아."

4장

여덟 시간 후, 지고바의 궤도상에 정박하고 있던 쿠어 재벌의 배가 도착했다.

다이애나가 '괴물'이라고 불렀던 호화 선박이다.

저 여자가 어떻게 자신의 현재 위치를 전했는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이곳은 완전히 미확인 지역이다. 스테이션이라면 배의 운항과 동시에 통신파도 보낼 수 있지만 켈리가 이용한 게이트에는 그런 설비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통상공간을 통해 보내는 통신파로는 백 년이 지나도 지고바까지 닿을 리가 없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거대한 호화 선박은 그 모습을 나타냈다.

먼저 그 여자의 기체를 선내로 들인 뒤 켈리에게 도킹하도록 지시했다.

가까이에서 보자 우주선이라기보다도 움직이는 도시에 가까운 물건으로, 이런 걸로 잘도 게이트를 통과했구나 싶을 정도였다.

켈리의 배가 선내의 격납고에 통째로 수용될 정도이니 얼마나 큰지는 그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5만 톤급 우주선을 그대로 수용할 수 있을 만한 격납고를 가진 배 따위는 연방군에도 흔하지 않다.

지시에 따라 격납고로 진입할 때의 감각은, 마치 조종실에 앉은 채 거대한 고래 뱃속으로 삼켜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도킹이 완료되자 억양 없는 목소리가 최후의 지시를 내렸다.

"수용을 완료, 했습니다. 승무원은 곧바로, 배에서 내려주십시오."

아마도 이 배의 감응두뇌겠지.

그 유명한 쿠어 재벌의 배이니 감응두뇌도 최신형을 이용하고 있을 터, 거의 위화감을 느낄 수 없는 자연스러운 말투였다.

하지만 기계라는 것만은 숨길 수 없다. 다이애나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목소리였다.

여덟 시간 동안 푹 잔 켈리는 샤워를 마치고 식사까지 끝냈다. 그런 부분에서 만전을 기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국면을 헤쳐 나갈 수 없었다.

승강구 바깥은 무중력 상태였다. 임시 통로가 승강구에 연결되어 있다. 통로의 손잡이를 왼손으로 붙잡자 켈리의 몸이 부드럽게 승강구에서 떨어지더니 통로를 따라 안쪽으로 이동했다.

곧 격납고의 출구에 도착했다. 문의 개폐는 수동식이었다.

바깥으로 한 걸음 내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