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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어서 날 죽일 생각인가요?!" 하고 소리치거나, "그럼 당신이 마셔봐요!" 하고 새파랗게 질려서 대답하는 게 정상이건만, 재스민의 반응은 달랐다.

자신에게 총구를 들이댄 거라면 몰라도, 이렇게 눈에 뻔히 보이는 독약은 위험하지 않다. 마시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다.

재스민으로서는 그보다도 남편의 태도가 우스꽝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재스민은 웃음을 터뜨렸다.

분명히 와일리는 켈리에게 뭔가 중대한 비밀이라도 털어놓았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설마 이 남자가 이렇게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겠지.

어깨까지 부들부들 떨면서 웃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다음에 만나면 이렇게 말해줘. 마실 것 안에 그걸 넣어서 줬더니, '임산부한테 알코올은 금물이라는 것도 몰라?' 라면서 손도 안 대려고 했다고."

"알았어."

켈리도 웃음을 참고 있었다.

역시 이 여자는 일반인과 사고 방식이 다르다. 동시에 재스민이 자신을 의심하거나 겁내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확실하게 기억해뒀다.

결국 그 위험한 칵테일은 자동기계가 신중하게 채취해서 감식에 돌리게 되었다.

그 내용물이 독이라는 사실이 판명되면 와일리와 브라이언을 규탄할 절호의 자료가 될 터이지만, 재스민은 그 의견에 부정적이었다.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젓는다.

"어차피 자기들은 너하고 만난 적도 업다고, 여기에 온 적도 없다고 주장할 거야. 기록상으로도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 네가 어디선가 독약을 구해다 단독으로 날 죽이려고 한 게 되어버릴 걸. 그 케이스도......"

탁자 위에 놓인 케이스를 가리키면서 말한다.

"아마 네 지문밖에 안 나올 거야."

"뭐야, 결국 내가 다 뒤집어쓰게 되어 있다는 거잖아."

"아니, 네가 다음 총수라는 부분까지는 사실일 거라고 생각해. 내가 죽으면 자동적으로 그렇게 될 테니까."

"그 녀석한테는 당신보다 내가 다루기 쉬워 보였다는 거야?"

"사람 보는 눈이 없는 바보라는 말이지. 너처럼 신경 배선이 이상한 인간을 꼭두각시로 세워봤자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을 리가 없을 텐데."

재스민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남편 역시 자시을 두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켈리는 남에게 명령을 받는 것도, 명령하는 것도 싫어했다. 애초에 여럿이 모여서 패거리를 만드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인간이니 남의 위에 군림하려는 인종과 어울릴 수 있을 리가 없다는 것이 재스민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저 귀찮은 경부를 쫓아냈을 때는 권력이라는 것도 꽤 편하구나 싶던데."

그렇기 때문에 남편이 진지하게 이런 말을 했을 때에는 조금 의외였다.

"편했어?"

"그래. 웃기더군. 당신하고 결혼하기 전에 내가 그런 소리를 했으면 그대로 감옥행이었을 거야. 쿠어의 이름도 어지간히 무서운가보지. 정말 편리하고 매력적이야. 브라이언이나 와일리가 통째로 가지고 싶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어."

정말 납득이 간다는 듯이 말하고 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켈리에게 있어서 긍지를 느낄 수 있는 장소는 우주뿐이라고 생각하던 만큼 더욱 그랬다.

"너도 가지고 싶어진 거야?"

"바보. 매력적이라는 것하고 가지고 싶다는 건 별개야. 저놈들이 당신을 죽이고서라도 실권을 잡고 싶어하는 기분도 알 것 같다는 거지. 하지만 나한테 그런 건 필요 없어. 경찰하고 마주치면 재빨리 도망쳐버리면 되니까."

오히려 지금은 경찰이 와도 예의바르게 상대해야 하니 귀찮아서 견딜 수가 없다는 말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재미있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어."

"내 적을 다 처리할 때까지만 참아줘. 어쨌거나 와일리와 브라이언두 사람은 적이라고 판단해도 좋겠지. 제퍼슨이 이쪽 편이라는 것도."

"알렉 아버지 말이야?"

"그래. 그 남자는 자기 동료들이 내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더군. 어째서 그래야 하는지조차 이해하기 힘든가봐. 순진하기도 하지."

"내가 아직 만나본 적 없는 녀석도, 당신의 진짜 경력을 모른다고 알렉이 말하던데."

"웨인즈버그라면 곧 여기 오기로 되어 있어. 뭔가를 주고 싶다더군."

마침 그때 그 인물이 저택에 도착했고, 재스민은 켈리와 함께 손님을 맞이했다.

제임스 웨인즈버그는 자연자원산업부국의 최고 책임자로 곧 일흔을 넘는 나이에, 키가 크고 얼굴이 길며 과묵한 장인 타입의 남자였다.

켈리 부부에게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가지고 온 비단 한 필을 내밀었다. 금속으로 만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끄러운 광택을 발하면서도 금속은 절대로 낼 수 없는 촉촉하고 부드러운 윤기를 띤, 아무 것도 모르는 일반인의 눈으로 보아도 멋진 물건이었다.

"이제야 실용화 단계에 접어든 천잠사입니다. 웨딩드레스에 써주십시오."

임산부한테 던지기에는 상당히 타이밍이 안 맞는 말이다.

재스민은 그렇게 지적하며 선물을 거절하려고 했지만, 그는 부드럽게 고개를 저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습니다. 드레스를 입고 기록 정도는 남길 수 있을 테지요. 아버님은 당신의 웨딩드레스 차림을 보는 날만을 간절히 기다리셨습니다. 이 정도의 효도는 해드려도 벌은 안 받겠지요."

인정상으로는 당연한 말이지만, 재스민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네 생각이겠지. 죽은 사람이 보긴 뭘 본다는 거야?"

"아가씨......"

"재스민이야, 짐. 거의 만날 기회가 없으니까 좀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지. 너도 내가 아버지 뒤를 잇는 게 불만이야?"

노골적이기 짝이 없는 질문이었지만, 웨인즈버그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계셨다니, 의외로군요."

"너도 내가 총수로 취임하는 데에 반대표를 던졌었잖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총수는 격무에 시달리는 지위니까요. 옛날부터 당신은 병약한 체질이었지요. 밤낮 구분도 없는 격무를 견딜 수 있을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듣고 있던 켈리는 폭소를 터뜨릴 뻔했다.

이.게. 병약하다니, 농담이 너무 지나친 것 아냐?

재스민 역시 지겨운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옛날 일에 집착하는 게 노인들의 나쁜 버릇이지. 대체 그게 언제 적 이야기야? 본인은 기억도 못하는데."

즉 그 정도로 오래 전에 웨인즈버그는 맥스가 자기딸은 몸이 약해서 큰일이라고 걱정하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는 말이다. 재스민이 게속 남들 앞에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도 그런 상상에 박차를 가하는 원인이 되었을 테고, 무엇보다도 웨인즈버그 역시 재스민의 어머니 세실의 그림자를 재스민에게 겹쳐보고 있는 듯했다. 그 사람의 딸이니 병약한 체질일 게 당연하다는 논리다.

재스민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이쯤 되면 나도 죽은 어머니를 원망하고 싶어지는데 말이야......"

한탄하는 재스민 대신, 켈리가 웃음을 참으며 질문했다.

"그럼, 미스터 웨인즈버그. 이 여왕님이 충분히 격무에 버텨낼 수 있을 체력과 능력의 소유자라면 해직 청구를 취소해줄 수 있겠나?"

"짐이라고 불러주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