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3. 15 / 3.18
벌써 4년전 쯤의 전 직장동료인 앵무씨를 만났습니다. 앵무씨는 주로 글을 쓰고,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하며 전시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 하거나, 같은 프로젝트를 하며 만난 것도 아니지만 짧은 시간내에 급격히 가까워져 지금까지 서로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이입니다.
자주 만나진 못하지만, 스쳐지나가듯 만나도 할 얘기가 굉장히 많아져서, 역시 날잡고 떠드는 때가 한번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앵무씨는 최근 퇴사를 하고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사실 전 앵무씨가 졸업한 줄 알았어요. 본인의 전공을 살려서 사회에서 꽤나 단단히 살아가고 있었으니까요..
전시를 본 지도 오래 됐고, 앵무씨도 저도 예술이라는 바운더리 안 혹은 언저리 사람이므로 전시를 보기로 합니다. 하지만 전시에 금방 흥미를 잃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전시 코스와 티룸을 앵무씨가 찾아줬습니다. 저도 적극 찾아야했던게 맞는데, 아주 친절한 앵무씨께 배려를 받았습니다.
사실 종로 일대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매일같이 가는 것도 아닐뿐더러 오히려 날마다 서울과 멀어집니다. 그래서 뭐가 있는지, 없어지는지 이제 속도를 따라 잡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점심도 앵무씨가 추천한 시청역 인근의 칼국수를 먹었습니다. 일본인 관광객에게 입소문을 탄건지 우리를 제외하고는 거의 일본인이지 않았나..
궁금했던 티룸에 갔을때, 웨이팅이 있으면 어쩌나 - 했는데(역시나) 그냥 떠들다보니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차값이 정말 비싸서 놀랐고 먹고싶은 걸 먹으면 굉장히 부담되어 더는 갈 수 없게 됩니다. 그 외에, 모든 것들이 연출이 잘 되어있는 분위기였습니다. 티룸을 한번도 가보질 않아서 마음에 걸리던 찰나에 잘됐다 싶었달까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차를 마시면서도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바깥에 앉아 기다리며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잠깐 나눈 얘기를 희미하게 떠올려 봅니다. 글을 생산하듯 쓴다는 것, 상대를 많이 아는 것이 독인가 득인가, 하지만 알려고 하지 않는 글쓰는 사람들이나 글을 쓰지 않는 작가들, 글로 돈을 많이 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어마어마한 원고료에 대해, 심지어 저 혼자의 마음속으로는..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창작하는 이미지 안에 내용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곳까지 도달했습니다. 그래서 그걸 만들어줘야 하는 입장에 있을땐 너무 괴로워지는 것이 아닌가... 또 너무 냉소인가요.
물론 저는 더 물러나있는 사람이라, 앵무씨의 고민과 고충을 다 이해할 순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자기 속내를 솔직히 이야기하고 판단받지 않을 수 있다는 건 행운입니다. 앵무씨 고마워요 ''/
분위기 전환을 해보자면, 어쨌든 저는 콥체크라는 창구에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한달 내내 글감과 글 자체, 글을 써야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있습니다.(나름 진지하달까...) 업이 될 정도는 아니겠지만, 글이라는 도구가 이제는 인생에서 꽤나 중심쪽에 속한 느낌입니다. 생각보다 한달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습니다. 이 한가지의 일만 생각한다면 압박이 아닌 온전한 기쁨이 될까요? 당연히도 아니겠지만요. 올해는 그저 이렇게 사건이 몰아서 일어나고 있는 이유가 어딘가에 있을거라고. 그러려니 하면서, 서서히 피말라가듯 저 자신을 다그쳐서 많은 사람이 보진 않지만, 약속한 일을 완수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조금 놀라운 경험을 했는데,
전시에 대한 글을 의뢰받아서 콥체크에 대한 생각도 제쳐두고 작업 한 적이 있었는데요, 두페이지 남짓이지만 저 혼자로서는 많은 걸 고려해보겠다고 끙끙대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이 글을 쓰겠다고 작가와도 오랫동안 대화를 나눴고요. 사실 생전 진정한 의미에서 다른 사람 작업에 관심을 크게 가진적이 없는데, 이번에 계속 [만들어진 것-만든 사람]의 역사와 관계를 생각하며 잘 아우르려고 무척 애썼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마음에 찝찝함이 아닌 떳떳함이 남아서 다행입니다.
정말 행복했기에 이렇게 온통 타인에 대한 탐구심으로 지경을 넓히고, 새로움을 만나며 환대하고 또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제 업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냥 소소히 바래봤습니다.
형 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