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2. 15.~16
설이라는 연휴를 틈타 1박 2일 대면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형균이 오보한테 갑니다.
둘 다 서울과는 거리감을 두고 살고있고, 형균은 서울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오히려 더 멀리가기 위해 잠시 서울에 들르는 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차 타는 것도 좋습니다.
10:43분 천안아산 도착. 오보가 차로 마중나왔습니다.
요즘 형균은 차를 마시고 있어서, 차를 우릴 수 있는 다기를 이고 지고 왔습니다.
오보는 동동 뜬 우롱차가 귀엽다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차담이 너무 길어질 수 있어서, 네번 정도 빠르게 우려마시고 각자 작성중인 글을 대강 손을 보고 모이니 오후 3시 30분
회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1월과 또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서로의 글을 보며 오보는 형균의 글이,
'흥미로 시작되어 안개처럼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식의 전개가 특징'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동시에, '파편적인 글의 모음이 결국 주제로 모이거나 도달할 수 있는가?
읽는 사람들이 이 글이 합당하다고 여기겠는가?' 라는 질문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형균은 그간 껍질이라는 주제에 대해 고심하며 주제어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는 소감을 공유했습니다.
더불어, 이 단어를 제시한 오보에게 묻고싶은 것이 있었는데 원고를 읽으며 어느정도 해소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주제어 안에서 '매개체에 투영된 이야기가 오보의 창작과도 이어져 아주 익숙'하여 부대낌없이 읽었는데
다만, '중심을 풍부하게 하는 언저리의 이야기가 부재하며 설령 그것들이 약하게 느껴지더라도 집요하게 의미와 세계관에 대해서 적어주었으면 하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부족한 점을 찾는 듯한 피드백은 의식적으로 피해오려고 했습니다.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피드백을 하지 않을수도 없습니다. '좋았다'는 소감만으로도 이유를 설명하다보면, 결국 어떤 점이든 코멘트하게 됩니다.
따라서 한쪽이 한쪽에게 가르치거나 한쪽이 의견에 영향을 받아 기대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며
서로를 지켜보는 존재가 되어주되 너무 영향을 받아 자기만의 색을 잃지 않도록 긴장해야 할 것입니다.
아직은 출발이니까요
옆방의 조각가가 과업을 마치고 오보의 작업실로 넘어왔습니다.
아껴놓은 라자냐와 맥주 몇캔을 들고 와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배부르게 먹고 한껏 게을러지는 설날이라고 생각하면서 사실 쉴새없이 먹었습니다.
이른 오전, 천안의 유명한 온천에 가려고 했는데 캔슬되고, 옆방의 조각가, 오보와 형균이 산책을 했습니다.
간밤에 모두 술기운에 깊게 잠들었고, 상쾌한 마음으로 4키로 정도를 걷고 난 후 다시 비어버린 배를 두부로 채웠습니다.
직접 두부를 띄워 만드는 곳인데, 가공된 맛이 아니라 향이 강해서 진입장벽은 높았습니다.
이번 방문은 단순히 콥체크의 원고를 위한 것이 아닌
여러가지 텍스트를 내어야 하는 과업과 작업 그리고 이를 빙자한 동료의 안부를 묻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즉흥적으로 형균은 이제 곧 이곳을 떠나야 하는 오보의 작업 전경을 영상으로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