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veries

1. 청년 고등교육 기회불평등 

KIOD에서 한국 청년들의 고등교육 기회불평등은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GOMS) 마이크로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졸 청년들의 대학 경험과 관련된 다양한 기회 불평등 지표들을 고등학교 소재지로 측정된 출신 지역(시군구)별로 추정했습니다. GOMS는 2005년부터 2019년까지(2006년 제외) 매년 대졸자들을 졸업 1년 뒤에 약 15,000-20,000명가량 표집했습니다(아쉽게도 2019년을 끝으로 조사는 중단되었습니다). KIOD에서는 출신 고교 소재 시군구 정보가 수집된 2008년 자료부터 2019년 자료까지를 고교 소재지가 거주지와 연동되어 있는 일반고 출신 대졸자들에 한정해 분석했습니다. 시군구 수준의 기회불평등 지표를 안정적이고 신뢰성 있게 추정하려면 표본 크기를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2008-2019년 자료를 합쳐 연도별 차이를 통계적으로 조정해 추정, 분석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KIOD의 청년고등교육기회불평등 데이터는 2010년대 대학을 졸업한 한국 청년들의 대학 경험에서 나타난 기회 불평등의 큰 그림 및 지도를 보여주는 자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보다 구체적인 데이터와 추정 방법에 관련된 내용은 데이터와 함께 제공되는 코드북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KIOD 청년 고등교육 기회불평등은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차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대졸자의 출신 졸업 대학에서 나타나는 기회 불평등: 선별성(selectivity) 수준 및 전공에 따른 지역, 가족배경, 젠더 차이

(2) 대졸자의 대학 재학 중 경험에서 나타나는 기회 불평등: 근로, 해외어학연수, 공무원 시험, 자격증, 재수 진학 등의 경험에서 나타나는 지역별 차이

(3) 대졸자의 졸업 후 노동시장 이행에서 나타나는 기회 불평등: 좋은 일자리 취업(대기업 정규직)과 초기 노동소득에서 나타나는 지역, 가족배경, 젠더 차이



1.1. 졸업 대학의 기회 불평등

1.1.1. 졸업 대학 선별성 및 전공 비율의 지역별 차이

먼저 지역별로 대졸자 청년들이 어떤 선별성 수준의 대학을 졸업했는지의 분포를 살펴보겠습니다. 대학 선별성이란 해당 대학 입학이 얼마나 학업성취 등의 기준에 따라 선별적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것으로 선별성이 높을수록 입학 경쟁이 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흔히 말하는 대학 서열 구조와 관련이 깊습니다. KIOD에서는 선별성 있는 대학을 선정해서 그룹1부터 그룹5까지 선별성 수준을 설정했습니다(그룹1부터 그룹5는 상호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그룹1이 그룹2에, 그룹2가 그룹3에… 그룹4가 그룹5에… 식으로 포괄되게 정의했습니다. 구체적인 분류는 코드북을 참조).


<그림 1-1> 졸업대학 선별성 및 전공 비율의 시군구별 차이 지도

 

<그림 1-1>은 선별성 대학 중 그룹1, 그룹2, 그룹4, 그리고 의약학/공학 전공 졸업자 비율이 시군구별로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KIOD가 제공하는 기회불평등 지도를 통해 보여줍니다(직접 기회불평등 지도에 접속하셔서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지역별로 색깔의 농도 차이가 나타납니다만 일단 눈에 띄는 것은 높은 선별성 대학(그룹1, 그룹2) 비율에 있어 서울, 특히 강남구와 서초구의 색깔이 짙다는 것입니다. 반면 지방거점국립대학과 교육대학이 포함된 그룹4의 경우 지역의 주요 도시 지역에서 짙은 색이 발견됩니다. 세부적으로는 다른 점이 있지만 의약학/공학 전공 비율도 비슷한 패턴이 발견됩니다. 이런 눈대중 분석을 넘어 보다 체계적인 분석을 해보면 어떨까요?


<그림 1-2> 졸업 대학 선별성 및 전공에 있어서 지역 차이

 

<그림 1-2>는 각 선별성 수준 대학 졸업자 비율이 대도시(서울 및 광역시),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 및 그 외 지역 간에 어떻게 차이나는지 선형회귀모형이라는 통계적 모형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대도시와 수도권에 모두 속하지 않는 지방 중소도시 및 그외 지역(대도시=0, 수도권=0)에 비해 지방 대도시(대도시=1, 수도권=0), 수도권의 대도시(대도시=1, 수도권=1) 및 그 외 지역(대도시=0, 수도권=1) 간의 차이를 95% 신뢰구간과 함께 보여줍니다. 두 지역 간 신뢰구간이 겹치는 경우에는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 볼 때 분명하게 존재하는지 확신할 수는 없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파란색으로 나타난 결과는 각 시군구별 주요한 특성(사회경제적수준, 소득불평등, 아파트 거주가구 비율 등)을 고려하기 이전의 차이를, 주황색으로 나타난 결과는 그런 주요한 특성으로 인한 차이를 통계적으로 동일하게 조정한 후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파란색 결과에서 나타난 지역 간 차이와 주황색 결과에서 나타난 지역 간 차이 양상이 달라진다면 그것은 졸업 대학의 선별성의 지역 차이가 그만큼 시군구 간 사회경제적수준, 소득불평등, 아파트 비율 등의 차이와 관련이 되어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논리는 앞으로 설명할 분석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그림 1-2>는 최상위 선별성 대학(그룹1) 졸업자 비율은 수도권 대도시(서울, 인천)에서 가장 높고 지방의 비대도시 지역에서 뚜렷하게 낮음을 보여줍니다(파란색 결과). 다만 지방의 대도시와 비대도시 간의 차이는 지역의 사회경제적수준 등의 특성을 동일하게 조정하면 뒤바뀝니다(주황색 결과). 즉, 지방의 대도시와 비대도시 지역에서 나타나는 최상위 선별성 대학 출신 비율 차이는 사회경제적 요인 특성에 따른 차이에 의한 것임을 보여줍니다. 이 결과는 최상위 선별성 대학 졸업 비율에 있어 지방 대비 수도권의 뚜렷한 어드밴티지가 존재함을 보여줍니다. 특히 서울로 대표되는 수도권 대도시 지역의 높은 비율은 지역별 특성을 조정하면 다소 감소하지만 여전히 뚜렷합니다.

 이런 결과는 선별성 수준을 다소 낮춘 그룹2 대학에도 거의 유사하게 나타납니다. 흥미로운 것은 여기에 지방거점국립대학(그룹3)과 교육대학(그룹4)를 추가한 경우 지역 간 차이 양상이 확연하게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지방의 대도시와 비대도시 지역 출신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집니다(파란색 결과). 특히 지역의 사회경제적 요인들을 동일하게 조정할 경우 지방 비대도시 지역 출신의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아집니다(주황색 결과). 이는 지역의 사회경제적 여건을 동일하게 조정할 경우 지방 비대도시 지역 출신 학생들이 지방거점국립대학과 교육대학에 진학, 졸업하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입니다. 이 결과는 상당한 정책적 함의를 가집니다. 즉,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방 비대도시 지역의 사회경제적 여건을 향상시킬 경우 이 지역 학생들이 지방거점국립대학과 교육대학 같은 선별성있는 국공립 대학에 진학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곧 본격적으로 소개하겠지만 이들 국공립 대학 졸업은 졸업 후 취업 결과에도 긍정적으로 연결됩니다. 지방 중소도시 및 농촌, 도서지역의 사회경제적 여건을 향상시키는 것은 곧 사회이동성을 높이는 것임을 시사합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결과는 대부분 수도권 소재 사립대학들인 중상 정도의 선별성 대학들을 포함하거나(그룹5) 아예 서울 소재 4년제 대학들만 고려할 경우 결과는 다시 선별성이 높은 대학 졸업자 비율 결과(그룹1, 그룹2)와 비슷해집니다. 지방 대비 수도권, 특히 서울 지역의 우위는 주로 수도권 소재의 선별성이 높은 사립대학 졸업 형태로 나타남을 의미합니다.

의약학 및 공학전공의 경우 대도시 지역에서 비율이 더 높은데, 그 가운데 수도권 대도시(서울, 인천)의 비율은 약간 낮은 경향이 나타납니다(파란색). 하지만 지역별 사회경제적 여건을 동일하게 조정해주면 대도시의 우위는 사라지고 비수도권 즉, 지방의 우위가 나타납니다(주황색). 즉, 지방이 수도권에 비해 가지고 있는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여건을 향상시킬 경우 지방 학생들의 의약학 및 공학전공을 하는 확률이 뚜렷하게 향상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지역의 어떤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졸업대학의 선별성에 따른 지역별 차이를 만들고 있을까요? <그림 1-3>은 광역시도의 특성들을 모두 동일하게 조정한 뒤 광역시도 내에서 존재하는 사회경제적 요인들의 차이가 동일한 광역시도 내의 시군구들 간 졸업대학 선별성 비율 차이를 어떻게 만들어내고 있는지 결과를 보여줍니다.

<그림 1-3> 광역시도 특성 통제 후 졸업 대학 및 전공에서 나타나는 지역별 차이 설명 요인


전반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인들은 시군구 지역들의 평균적인 부모의 소득수준, 학력의 구성(고학력 부모 비율, 저학력 부모 비율)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경우, 부모의 평균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고학력 부모(양 부모 모두 4년제 대학졸업 이상)의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선별성 대학 졸업자를 배출했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외 소득불평등, 아파트 거주 가구 비율, 거주지 소득분리 지수는 별다른 연관성이 없어 보입니다.

흥미로운 결과는 저학력 부모(양 부모 모두 고졸 이하)의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대체로 선별성 대학 졸업자 비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나거나(그룹3, 그룹4, 공학/의약학 전공), 별 연관성이 없지만(그룹2, 그룹5, 서울 소재) 최상위 선별성 대학(그룹1)의 경우는 오히려 그 반대의 경향이 발견된다는 점입니다. 이 결과에 대해서는 세 가지 해석 가능성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먼저 저학력층이 많은 지역 출신들이 최상위 선별 대학에 진학/졸업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입니다. 최상위 선별성 대학에서 유난히 저학력 부모 비율로 측정되는 하위 계층에게 유리한 전형을 통해 진학할 기회를 많이 주는 경향이 높다면 이런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이 결과가 다른 요인들 특히, 고학력 부모 비율이 동일하게 조정된 뒤의 결과이기 때문에 사실 저학력 부모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 지역의 부모 학력의 불평등이 높다는 것과 다르지 않고, 따라서 이는 불평등이 높은 지역일수록 최상위 선별성 대학 비중이 높다는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이 결과가 데이터 상의 우연히 튀는 결과일 가능성입니다. 만일 그렇다면 이 결과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유보해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림1-4> 졸업 대학 선별성에서 부모소득에 따른 격차의 지역 간 차이


<그림 1-4>은 졸업 대학 선별성에 있어서 부모소득 격차가 수도권 및 대도시 여부에 따라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분석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앞선 분석과 마찬가지로 관찰된 지역 간 격차(파란색)와 지역 특성을 동일하게 통계적으로 조정한 후의 지역 간 격차(주황색)를 함께 제시했습니다. 파란색 결과와 주황색 결과는 대체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상위 선별성 대학(그룹2) 및 서울 소재 대학 졸업률에서 나타나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격차 차이는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확연히 크게 나타납니다. 즉, 지방 출신들 사이에서 부모 소득에 따른 선별성 높은 대학에 진학 및 졸업하는 격차가 더 큽니다. 앞서 <그림 1-2>의 결과에서 지방 출신 청년들이 선별성 높은 대학에 진학 졸업하는 비율이 더 낮다는 결과도 함께 고려하면, 수도권에 비해 지방의 시군구는 대학 진학의 불리함과 동시에 더 큰 사회경제적 격차라는 이중적 불리함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서울 소재 중상위 선별성 대학이 포함된 그룹5의 결과도 비슷하지만 넓은 신뢰구간이 보여주듯 결과의 불확실성이 큽니다. 한편 지방거점국립대와 교육대학이 포함된 그룹3과 그룹4은 격차의 차이가 지역 간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림1-5> 광역시도 특성 통제 후 졸업 대학에서 나타나는 부모소득 격차의 지역별 차이 설명 요인


<그림1-5>는 지역 간 부모소득에 따른 졸업 대학 격차의 시군구별 변이는 어떤 지역의 특성과 연관되는지를 분석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확인할 수 있다시피 거의 모든 요인들의 95% 신뢰구간이 0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는 부모소득에 따른 졸업 대학 격차의 지역적 차이를 확실히 설명하는 요인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그림1-4>에서 보듯 서울 중심의 높은 선별성 대학 진학에서의 부모소득 격차가 지방 시군구 지역들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는 점을 제외하면 격차의 지역별 변이는 특별히 체계적인 양상이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림1-6> 졸업 대학 선별성에서 부모 학력에 따른 격차의 지역 간 차이

<그림1-7> 광역시도 특성 통제 후 졸업 대학에서 나타나는 부모 학력 격차의 지역별 차이 설명 요인

<그림1-6>과 <그림1-7>은 부모소득이 아니라 부모 학력에 따른 졸업 대학 격차를 같은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결과는 부모소득 격차의 결과와 대동소이합니다. 서울 중심의 선별성 대학 졸업에서 나타나는 부모 학력 격차 역시 수도권에 비해 지방에서 크게 나타납니다(<그림1-6>). 이 경향은 부모소득 격차보다 부모 학력 격차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그림1-7>에서 볼 수 있는 한 가지 눈에 띄는 결과는 부모의 소득분위가 평균적으로 높은 지역일수록 중상위 선별성 대학(그룹3, 4, 5)에서 나타나는 부모 학력 격차가 큰 경향이 발견된다는 점입니다. 광역시도의 특성을 통계적으로 모두 동일하게 조정한 후의 결과입니다. 즉, 동일한 출신 광역시도 내에서 부모 소득이 높은 지역일수록 부모 학력에 따른 중상위 선별성 대학 졸업 격차가 커지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림1-8> 졸업 대학 선별성에서 나타나는 남성 대비 여성 비의 광역시도별 차이

부모소득이나 부모 학력과 같은 사회경제적 지위 외에 젠더에 따른 졸업 대학 선별성 기회 격차는 어떻게 나타날까요? <그림 1-8>은 젠더 격차를 남성 대비 여성 비(ratio)의 형태로 추정된 광역시도별 차이를 보여줍니다. 모든 선별성 기준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흥미로운 결과는 서울,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 출신 지역에서만 여성의 우위가 두드러지고(>1), 지방 대도시나 그 외 지역에서는 남성의 우위가 두드러진다는 점입니다(<1). 그 외의 다른 지역적 특성과는 관련이 뚜렷하게 발견되지 않았습니다(따로 결과를 시각화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결과는 중등교육을 거쳐 고등교육 진학에서 나타나는 남성과 여성 간 차이가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그런 젠더 평등화가 지역적으로 고른 방식이 아니라 수도권을 중심으로 편중되어 진행되어왔음을 의미합니다. 앞서 지방 대도시 및 그 외 지역 출신 학생들이 겪는 불리함이 드러난 결과를 확인했었는데, 이런 불리함이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배경을 가지거나(저소득, 저학력 부모 자녀) 및 여성인 학생들에게 더 두드러진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는 한국의 기회불평등 구조의 지역적 분포가 가진 사회경제적 특성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림1-9> 시군구들 간 졸업 대학 선별성에서 나타나는 부모의 소득과 학력, 젠더에 따른 격차의 분포

 이번에는 부모소득, 부모 학력, 젠더 격차가 각각 어떤 졸업 대학 선별성 수준에서 더 두드러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다시 말해 이 격차들이 보다 높은 선별성 대학의 진학과 졸업에서 더 두드러질까요, 아니면 그렇지 않을까요? <그림1-9>는 시군구 내 존재하는 격차들의 분포를 박스플롯이라는 그림 형태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간의 네모난 상자(즉, 박스)는 각 격차의 중간 50%에 속하는 시군구들의 격차 범위를, 상자 안을 가르는 수평선은 전체 시군구를 절반으로 가르는 격차 중간값을 보여줍니다. 상자 위와 아래에 있는 ㅗ와 ㅜ 모양의 ‘수염’은 중간 50%가 모여있는 상자 범위의 위, 아래 각각 1.5배의 범위로 이상치를 제외한 상, 하위 25%가 분포하는 범위를 보여줍니다.

 자, 그럼 어떤 결과를 발견할 수 있는지 살펴볼까요? 두 가지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먼저 사회경제적 배경(부모소득, 부모 학력)에 따른 격차는 높은 선별성 대학의 진학 및 졸업에서 더 크게 나타납니다(그룹2>그룹4>그룹5). 한편, 여학생에게 불리한 젠더 격차도 높은 선별성 대학 졸업에서 더 두드러집니다(그룹2>그룹4>그룹5).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격차가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졸업 대학의 선별성 수준이 더 높을수록 더 두드러진다는 결과는 매우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면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는, 충분히 기대할 수 있었던 결과입니다. 젠더 차이는 그런 점에서 더 주목할만 합니다. 대학 진학 및 졸업에서 여성이 남성을 평균적으로 앞섰지만 지역별, 그리고 어떤 대학을 갔는지와 관련해서 상당한 이질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우리 KIOD 분석 결과는 이런 이질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여전히 존재하는 중요한 젠더 불평등을 간과하게 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젠더 격차와 관련해 또 하나 주목할 것은 공학과 의약학 전공에 있어서 남성 대비 여성의 전공비가 0.3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상자의 두께가 매우 얇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출신 시군구 지역에 무관하게 동일합니다. 전공에서의 성별 분리는 졸업 후 진출하게 되는 직업, 직군에서의 분리와도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결과는 노동시장에서의 성별 격차가 여전히 공고한 원인 중 하나를 데이터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1.2. 대학 재학 중 경험의 기회 불평등

청년들은 어떤 대학을 진학해 졸업하는지에만 차이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 진학 이후의 생활과 활동에서도 많은 차이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 역시 이후 청년들의 삶을 차별적으로 형성하게 만드는 중요한 기회불평등의 측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대학 재학 중에 근로경험 여부, 공무원 시험 응시 여부, 자격증 취득 여부, 해외 어학연수 경험 여부, 그리고 재수(및 삼수)를 통해 대학에 진학했는지 여부가 각각 시군구 지역별로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를 추정해 시각화한 지도를 제공합니다. 여기서는 이를 보다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고하겠습니다.

<그림 2-1> 재학 중 경험에서 나타나는 지역 간 차이

<그림2-1>은 출신 시군구에 따른 대학 재학 기간 중의 경험 비율의 차이가 대도시와 수도권에 따라 차이가 나는지 분석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앞선 분석과 마찬가지로 시군구 특성을 동일하게 조정하기 이전의 차이(파란색)와 조정한 후의 차이(주황색)를 함께 제시했습니다.

먼저 재학 중 근로경험 비율은 대도시 수도권 지역에서 높고 지방의 비대도시 지역에서 가장 낮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역별 특성을 동일하게 조정한 이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근로경험에는 단기 아르바이트나 과외부터 본격적인 고용계약에 기반한 근로자 경험, 자발적 인턴십, 전공 과정의 일부로 참여하는 현장실습 등 이질적인 성격의 경험들이 모두 포함됩니다. 따라서 이 결과를 쉽게 해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향후에는 이런 이질적 근로경험을 보다 세분해 데이터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그럼에도 일단 근로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나 상황이 대도시, 수도권을 중심으로 편중되어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무원 시험의 경우 수도권 지역에 비해 비수도권 지역에서 준비, 응시자 비율이 확연하게 높습니다. 자격증 취득 비율도 마찬가지입니다. 한편 해외 어학연수 경험의 경우 대도시 출신 지역에서 그 비율이 확연하게 높습니다. 다만 서울, 인천과 같은 수도권 대도시는 소득 등 사회경제적 수준을 포함한 지역별 특성을 동일하게 조정한 경우 지방 대도시에 비해 확연하게 비율이 낮아집니다. 이는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는 해외 어학연수 비율이 수도권 대도시 지역에서 높은 것은 그 지역의 사회경제적 조건과 관련이 있지만, 지방 대도시 출신의 경우 그와 별개로 해외 어학연수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끝으로 재수 진학 비율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수도권 대도시(특히 서울의 강남, 서초구 지역, KIOD 지도에서 확인 가능)가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이 결과에 따르면 대학 재학 중 지방 출신 학생들은 공무원 시험이나 자격증 취득에 매진하는 경로를 경험하는 경향성이 강하고, 반면 서울을 위시한 수도권 대도시 출신 학생들은 재수를 통해 진학하는 확률이 높고 해외 어학연수를 경험할 확률도 높습니다. 지방 대도시 출신 학생들은 그런 면에서 가장 열심히 취업과 관련된 준비 경험을 하는 확률이 높은 것 같습니다. 이 결과는 한국 대학생 청년들의 경험의 기회가 출신 지역에 따라 상당히 불균등하게 분포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림2-2> 광역시도 특성 통제 후 대학 경험에서 나타나는 지역별 차이 설명 요인

 

<그림 2-2>는 광역시도 특성을 모두 동일하게 통계적으로 조정한 후, 다시 말해 광역시도 내에서 존재하는 시군구별 대학 재학 중 경험 기회의 차이가 어떤 지역별 특성과 연관되는지를 분석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먼저 근로경험과 자격증 취득은 동일하게 평균 부모소득 수준이 높고 저학력 부모 비율이 낮은 지역에서 더 높게 나타납니다. 흥미롭게도 고학력 부모 비율 역시 부정적으로 연관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근로경험과 자격증 취득이 가지는 복합적인 성격을 반영하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 해외 어학연수의 경우 평균 소득 수준이 높거나 저학력 부모 비율이 낮은 경우 그 비율이 높게 나타납니다. 이는 해외 어학연수가 가진 사회경제적으로 특권적인 성격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공무원 시험 준비의 경우 평균 소득 수준과 고학력 부모 비율이 모두 부정적으로 연관됩니다. 또한 저학력 부모 비율도 부정적으로 연관됩니다. 공무원 시험 준비 및 응시가 고소득, 고학력 부모 자녀의 선택지라기보다 그렇지 않은 배경의 학생들의 선택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준비를 위한 상당한 투자가 요구되기 때문에 저학력 부모 비율로 대변되는 열악한 사회경제적 여건보다는 나은 중간 정도의 여건이 갖춰진 출신 지역에서 더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끝으로 재수 진학은 소득보다는 부모의 학력과 더 강한 긍정적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만 재수 진학의 경우 대체로 수도권, 특히 서울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경향이 높아서 전국 시군구를 대상으로 한 분석의 해석은 다소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1.3. 대학 졸업 후 취업에서의 기회 불평등

대학을 졸업한 후 노동시장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기회 불평등은 지역별로 어떻게 차이가 날까요?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 자료는 대졸자들이 졸업 1년 후 상황에 대해서 조사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취업 이행 결과만 볼 수 있다는 한계가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출신 시군구 지역별 전국적인 그림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KIOD는 이른바 ‘좋은 일자리’라고 불릴만한 대기업 정규직 또는 공기업 취업자 비율 그리고 근로소득 백분위 평균이 출신 시군구 별로 어떻게 차이나는지를 통해 졸업 후 노동시장 경력 이행 초반에 존재하는 청년 기회 불평등을 분석했습니다.

<그림 3-1> 노동시장 이행에서 나타나는 지역 간 차이

<그림 3-1>은 좋은 일자리 취업자 비율과 근로소득 평균 수준이 대도시 및 수도권 여부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 분석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앞선 분석과 마찬가지로 관찰된 차이(파란색)와 지역별 특성을 동일하게 통계적으로 조정한 이후 차이(주황색)를 함께 제시했습니다. 한 가지 언급해두고 싶은 점은 여기서 동일하게 조정한 지역별 특성에는 선별성 높은 대학 졸업률(그룹2, 그룹3) 및 재학 중 경험(근로 경험, 자격증 취득, 해외 어학연수) 비율을 포함했다는 점입니다. 즉, 졸업 대학 및 대학 경험을 경유해 나타나는 노동시장 이행 과정의 격차를 제외하고 이행 과정에서 드러나는 차이에만 집중한 것입니다.

먼저 대기업 정규직 및 공기업 취업은 대도시 지역에서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높게 나타납니다(파란색). 하지만 지역별 특성을 동일하게 조정하면 수도권 지역의 좋은 일자리 취업 비율은 낮아지고 비수도권 지역 비율은 높아집니다(주황색). 즉, 수도권에서 나타나는 좋은 일자리 취업 비율은 상당 부분 수도권, 특히 서울을 위시한 수도권 대도시 지역의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역적 요인들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비수도권 대도시나 그 외 중소도시, 농촌/도서 지역의 경우 그런 불리한 지역적 요인들을 조정해 주면 오히려 수도권 지역보다 높은 좋은 일자리 취업 비율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평균 근로소득 수준 결과에서도 거의 유사한 양상이 발견됩니다.

<그림 3-2> 광역시도 특성 통제 후 노동시장 이행에서 나타나는 지역별 차이 설명 요인

 

그렇다면 어떤 지역 특성이 좋은 일자리 취업 비율 및 평균 근로소득 수준과 연관성을 가질까요? <그림 3-2>는 광역시도의 모든 차이를 동일하게 조정한 뒤 동일 광역시도 내에서 시군구 간 특성이 만들어 내는 차이를 보여줍니다. 가장 눈에 띄는 세 가지 요인은 각 지역별 평균 부모소득 수준, 그룹2대학 졸업자 비율, 그리고 그룹3대학 졸업자 비율입니다. 먼저 부모의 소득 수준이 평균적으로 높은 지역일수록 자녀의 졸업 1년 후 평균 근로소득 수준이 높은 경향이 나타납니다. 비록 신뢰구간이 0을 포함하고 있어 통계적 확실성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좋은 일자리 취업률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발견됩니다. 선별성 높은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의 비율(그룹2대학, 그룹3대학) 역시 좋은 일자리 취업 비율 및 근로소득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연관성을 보입니다. 그 외 다른 요인들은 모두 신뢰구간이 0을 포함하고 있어서 그 결과를 확신을 가지고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그림 3-3> 노동시장 이행에서의 부모소득에 따른 격차에서 나타나는 지역 차이


이번에는 좋은 일자리 취업과 근로소득 수준이 부모소득에 따라서 어떻게 불평등하게 나타나고 그것이 지역별로 어떻게 다르게 분포되어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림 3-3>은 그 결과를 보여줍니다. 결과는 다소 슴슴합니다. 두 결과물 모두에서 대도시 여부와 수도권 여부에 따른 일관된 눈에 띄는 차이가 발견되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노동시장 이행 과정에서 부모소득에 따른 격차는 수도권, 대도시 여부와 큰 관계없이 분포되어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따로 그림으로 결과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지역별 요인들이 시군구별 노동시장 이행에서의 부모소득 격차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양상도 발견되지는 않았습니다. 이 결과는 노동시장 이행에서의 격차가 지역적으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 차이가 우리가 고려한 지역별 요인(사회경제적 수준, 아파트 거주 가구 비율, 소득에 따른 거주지 분리 정도, 선별성 대학 졸업 비율 및 부모소득에 따른 격차, 대학 재학 중 경험 지표들 등)과는 별 상관이 없이 분포되어 있음을 시사합니다.

2. 전국 거주지 분리의 분포

거주지 분리(residential segregation)는 한 지역 내에서 다른 두 집단(예를 들어, 고소득 집단과 저소득 집단)의 거주 지역이 얼마나 지리적, 사회적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거주지 분리는 사회경제적, 인구학적인 측면에서 서로 다른 위상과 자본을 가진 집단들의 생활공간이 얼마나 분리 혹은 통합되어 있고 그 결과 서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며 이해하고 시민적 연대와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구조가 해당 지역에 마련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성과 공존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성숙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필요한 조건이라면 거주지의 통합은 그 필요 조건이 작동하게 만드는 중요한 조절 변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 서로 다른 집단이 어울리고 소통할 수 있는 통합은 하위계층 출신의 청년들이 사회경제적인 상승 이동을 경험할 수 있는 중요한 구조적 조건을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1] 통합된 환경일수록 성취와 실패의 원인을 개인이 아니라 개인을 넘어선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해 생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2] 그런 의미에서 거주지 분리는 아동, 청소년, 청년들의 기회 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공간적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한국에서는 거주지 분리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그 동안 공정성이 차지해 온 담론적 중심성과 관심에 비해 다양성이라는 가치에 대한 경험적, 정책적 관심은 다소 주변적이었다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거주지 분리를 측정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가 상당히 제한적인 편이었다는 점입니다. 거주지 분리를 의미 있게 측정하려면 생활 공간으로서의 적정한 규모의 단위와 그 단위 하부의 공간적 분할 정보가 개인 혹은 가구의 사회경제적, 인구학적 정보와 함께 담긴 세부적이고 다층적인 구조의 전국 규모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이런 데이터는 한국에서 매우 드묾니다. KIOD에서는 완벽하고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시군구 별 하위 공간 정보(주거 양식 또는 읍면동)를 가구와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 정보와 함께 제공하고 있는 인구주택총조사(이하 센서스)와 가구통행조사(이하 가통) 데이터를 활용해 처음으로 전국적 수준에서 시군구별 거주지 분리 지수를 산출해 시각화하고 기초적인 분석 결과를 제공합니다.

본격적인 분석 결과를 설명하기 전에 우리가 측정에 사용한 주요한 분리 지수(segregation index)들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먼저 상이성 지수(dissimilarity index)입니다. 상이성 지수는 A라는 집단과 B라는 집단에 비해 어느 지역(예를 들어, 시군구)에서 얼마나 공간적으로 균등하게 분포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균등성(eveness) 정도를 측정해 주는 지수입니다. <그림 4-1>은 이 균등성의 개념을 시각화한 예시입니다. 좌측의 낮은 균등성 지역의 경우 두 집단이 공간적으로 매우 불균등하게 배치되어 있지만, 우측의 높은 균등성 지역의 경우 지역 내 하위 공간 단위별로 두 집단이 매우 균등하게 배치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좌측의 경우 상이성 지수가 높으며 분리가 매우 심하다고 할 수 있고, 우측의 경우 상이성 지수가 낮으며 분리가 약하다고(즉, 통합 정도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이성은 한 집단이 지역 내의 공간에 균등하게 분포하게 하기 위해서는 몇 퍼센트가 이동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수치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즉, 분리가 심할수록 더 많은(1에 가까운) 개체들이 이동해야 하겠지만, 분리가 약하면 적은 개체들만 이동해도 균등성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림 4-1> 균등성의 두 극단적 예시

우리가 측정에 사용하는 또 다른 분리 지수는 노출 지수(exposure index)와 표준화 고립 지수(normalized isolation index)입니다. 기본적으로 노출 지수와 고립 지수는 역의 관계입니다. 한 집단이 다른 집단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경우 그만큼 덜 고립된다는 의미입니다. 한 지역의 노출(혹은 반대로 고립) 지수는 A 집단이 B 집단에게 하위 공간 단위 내에서 얼마나 노출(혹은 반대로 고립)되는 정도를 보여줍니다. 노출 지수가 높을수록 분리는 약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고립 지수는 높을수록 분리가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노출 지수는 A집단이 노출되는 집단(즉, B집단)의 상대적 규모(비율)에 민감합니다.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지는 해당 지역에 고소득층의 비율이 얼마나 큰지에 따라 달라지겠죠. 이런 집단 구성에 의한 민감성을 조정한, 다시 말해 집단 규모의 변이와 관계없는 노출 정도를 측정하는 지수가 표준화 노출 지수이고 그 역이 표준화 고립 지수입니다.



[1] Raj Chetty et al. 2022. “Social capital I: measurement and associations with economic mobility.” Nature 608(7921): 108-121.

[2] Jonathan J. B. Mijs. 2016. “Stratified Failure: Educational Stratification and Students’ Attributions of Their Mathematics Performance in 24 Countries.” Sociology of Education 89(2): 137-153.

Iceland, John, Daniel H. Weinberg, and Erika Steinmetz. 2002. Racial and Ethnics Residential Segregation in the United States: 1980-2000. US Census Bureau Report CENSR-3.

2.1 가구유형에 따른 거주지 분리

먼저 가구유형에 따른 거주지 분리를 살펴보겠습니다. 가구유형은 (1) 1인 가구, (2) 무자녀 부부 가구, (3) 미취학 자녀 가구, (4) 미성년 취학 자녀 가구, (5) 기타 가구로 구성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유형의 가구들이 시군구 지역 내 공간적으로 얼마나 통합 혹은 분리되어 거주하고 있는지를 측정한 것입니다. 가구유형에 따른 거주지 분리는 최근의 저출생 현상에 대해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만일 미취학 혹은 취학 자녀와 부부로 이뤄진 이른바 “정상가족”과 점차 증가하는 새로운 유형의 가구(예를 들어, 청년 1인 가구나 자녀가 없는 부부 가구)와 분리된 경향이 강하고 따라서 서로 일상생활에서 상호작용할 기회가 없다면 희소하다면 어떨까요? “노키즈존”과 같이 양육과 돌봄이 동반하는 사회적 비용을 개인화하고 서로를 배제하고 분열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저출생을 더 강화하고 가속화하는 악순환 과정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구유형에 따른 거주지 분리를 시군구 별로 서로 다른 가구유형 집단들이 서로로부터 시군구 내 읍면동 수준에서 얼마나 고립되어 있는지를 측정해 시각화했습니다. 자료는 2010년 가구통행조사를 이용했습니다. 

분석 결과 시군구별 변이가 상당히 존재하는 편임을 지도를 찾아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대도시와 수도권 여부에 따라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결과를 보도록 하겠습니다(지역별 특성에 따른 분석 결과 특별한 양상이 발견이 되지 않았습니다. 구체적 결과는 <그림 5-2> 상단 좌측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그림 4-2>의 상단 좌측 그림이 결과를 보여줍니다. 가구유형별 거주지 분리 정도는 지방의 비대도시 지역에서 뚜렷하게 높습니다. 한편 대도시 지역, 특히 서울이 중심이 되는 수도권 대도시 지역에서 가장 낮습니다. 대도시 지역, 특히 서울과 같은 경우 다양한 연령과 인구학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의 가구를 이루어 밀도 높게 거주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결과는 상이성 지수를 바탕으로 측정해도 대동소이하게 나타납니다(이번에도 관찰된 격차(파란색)와 지역별 특성을 동일하게 조정한 후의 격차(주황색)를 함께 제시했습니다만 결과는 거의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이 결과는 2010년에 조사된 가구통행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측정, 분석한 것이기 때문에 10년 이상이 경과한 현재는 어떻게 바뀌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시군구 수준 아래의 공간적 단위가 포함된 최근 데이터가 수집, 공개되면 추가적으로 현황을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그림 4-2> 가구 유형과 가구 소득에 따른 거주지 분리의 지역별 차이

2.2 가구소득에 따른 거주지 분리

 이번에는 가구소득 수준에 따라 거주지 분리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마찬가지로 2010년 가구통행조사 데이터를 사용했습니다. 가구소득은 2010년 기준 저소득 집단(월소득 200만원 미만)과 고소득 집단(월소득 500만원 이상)으로 구분했습니다. 지수는 상이성지수(두 소득 집단이 얼마나 시군구 내에서 읍면동 기준으로 균등하게 분포되어 있는가), 노출지수(저소득 집단이 시군구 내 읍면동 기준으로 얼마나 고소득 집단에 노출되어 있는가), 표준화 고립지수(두 소득 집단이 시군구 내 읍면동 기준으로 얼마나 서로로부터 고립되어 있는가)를 측정했습니다. 상이성지수와 고립지수는 값이 커질수록, 노출지수는 값이 작아질수록 거주지 분리가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림 4-2>의 우측 상단, 그리고 하단 좌우측 그림은 각각 이 지수들이 대도시 및 수도권 여부에 따라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분석한 결과입니다. 상이성 지수의 경우 대체로 수도권에서 낮고, 지방의 비대도시 지역에서 높게 나타납니다(파란색). 지역별 특성을 동일하게 조정하면 이 차이가 약간 달라집니다만 큰 틀에서 경향성은 유지됩니다(주황색). 정도 차이는 있지만 저소득층의 고소득층에 대한 노출지수도 같은 경향성을 보여줍니다. 고립지수의 경우 체계적인 차이가 발견되지는 않습니다. 대체로 한국에서 소득 계층 집단 간 거주지 분리 정도는 대체로 지방의 비대도시 지역에서 높고 대도시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대도시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가구소득에 따른 거주지 분리 양상의 지역별 변이는 지역별 특성들과 어떻게 연관성을 보일까요?  <그림 5-1>은 시군구별 상이성지수와 저소득층의 고소득층에 대한 노출지수가 해당 시군구의 평균 가구소득 수준, 고학력 전문직 비율, 가구소득 불평등 정도, 아파트 거주 가구 비율과 각각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산점도와 예측선을 바탕으로 시각화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상이성지수의 경우 변수들과의 상관성은 대체로 약하지만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거주 비율이 높아질수록 거주지 분리가 약해지고, 소득 불평등이 심한 지역일수록 거주지 분리는 강해진다는 경향을 보여줍니다. 노출지수의 경우도 소득 수준 및 고학력 전문직 비율과 같은 사회경제적 여건이 상승할수록, 아파트 거주 비율이 높아질수록 높아지고, 소득 불평등이 심해질수록 낮아지는 경향, 즉 상이성지수와 일관된 경향성을 보여줍니다. 정리하자면 전반적인 사회경제적인 여건이 좋은 지역일수록 소득에 따른 거주지 분리 경향이 약하고, 소득 불평등이 높은 지역일수록 거주지 분리 경향은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아파트 거주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거주지 분리 경향은 약하게 나타났습니다.

<그림 5-1> 지역별 특성과 소득에 따른 거주지 분리 지수 간의 상관 관계


그렇다면 이 관계는 이런 지역별 특성을 한꺼번에 모두 고려했을 때도 비슷하게 나타날까요? 예를 들어, 가구 소득 수준과 고학력 전문직 가구 비율을 동일하게 조정했을 때도 아파트 거주 비율과 거주지 분리 정도 간의 관계가 발견될까요? 아파트 거주 비율은 전반적인 사회경제적 수준과 상당한 양의 상관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체크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그림 5-2>는 이 분석 결과를 보여줍니다. 

<그림 5-2> 광역시도 특성 통제 후 거주지 분리에서 나타나는 지역별 차이 설명 요인


상이성지수의 경우 고학력전문직 가구 비율이 고립지수의 경우 평균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높은 뚜렷하게 높은 경향이 발견됩니다. 고학력전문직 비율이나 평균 소득 수준은 모두 그 지역의 사회경제적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인데, 두 지수가 각각 다르게 연관된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그래도 대체로 높은 사회경제적 여건을 갖춘 시군구일수록 거주지 분리 정도가 강한 경향성이 보인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외 눈에 띄는 것은 아파트 거주 가구 비율이 높을수록 거주지 분리 정도가 약한 경향성(낮은 상이성지수 및 고립지수, 높은 노출지수)입니다. 아파트라는 주거양식이 가지는 동질적이고 폐쇄적인 특성 때문에 아파트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거주지 분리가 강화될 개연성이 있지만 데이터는 그 반대 경향을 보여줍니다. 다만 이 분석은 2010년 가구통행조사라는 한 개 연도를 대상으로 한 횡단면 조사에 기반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군구 간 차이를 기반으로 한 연관성만을 기술해 줄 뿐입니다. 인과관계에 보다 가깝게 추론하려면(즉, 아파트 거주 비율이 증가하면 거주지 분리가 어떻게 변화할까) 여러 시점을 포괄하는 종단 분석이 필요합니다.

2.3 고학력전문직 여부에 따른 주거양식 거주지 분리에 대한 종단적 분석

 그렇다면 여러 시점의 변화를 볼 수 있는 데이터를 이용해 거주지 분리를 한 시점이 아니라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살펴볼 수 있을까요? 가능합니다. KIOD에서는 센서스의 마이크로 데이터를 이용해서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시군구별로 거주지 분리 양상이 어떻게 변화했고 특히 아파트 거주 가구 비율의 변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분석했습니다. 다만 앞서 분석한 2010년 가구통행조사 데이터 분석과는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센서스 데이터는 가구소득 정보가 없기 때문에 대신 가구주의 학력과 직업 정보를 활용해서 고학력 전문직 가구 여부(및 저학력 비전문직 가구 여부)를 측정했습니다. 각 시군구의 가구소득 수준(2010)과 고학력 전문직 가구 비율(2000, 2005, 2010, 2015, 2020)은 각각 상당히 높은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또 다른 차이는 시군구 아래 읍면동 단위 정보가 제공되었던 가구통행조사와 달리 센서스에서는 그런 하위 공간 단위 정보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시군구 내 하위 공간 단위로 읍면동 대신 저희는 주거 양식 정보를 사용했습니다. 즉, 시군구 내 아파트 거주 지역과 그 외 일반 주택(단독, 다세대 포함) 거주 지역으로 나눠 이 두 유형의 지역에 학력, 지역으로 측정한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두 집단(고학력 전문직, 저학력 비전문직)이 얼마나 분리되어 있는지를 추정했습니다. 어느 시군구 지역에서 아파트 지역에는 고학력 전문직 가구가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주택 지역에는 저학력 비전문직 가구가 집중적으로 거주한다면 이 지역의 거주지 분리가 강한 반면, 아파트 지역이나 주택 지역에서 고학력 전문직 가구와 저학력 비전문직 가구가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면 거주지 분리가 약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아파트 거주 가구 비율이 높아질수록 이런 거주지 분리가 강해지는지 혹은 그 반대인지를 2000-2020년 기간 동안의 변화 분석을 통해 살펴보았습니다.

<그림 6-1> 사회경제적 수준, 아파트 거주 비율, 거주지 분리의 추세(2000-2020)


 <그림 6-1> 상단의 두 그림은 고학력 전문직 가구 비율과 아파트 거주 가구 비율이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고학력 전문직 가구의 시군구 간 평균 비율은 2000년 6퍼센트에서 2020년 18.7퍼센트로 증가했습니다. 한편 아파트 거주 가구 비율의 시군구 간 평균은 2000년 35퍼센트에서 2020년 63.2퍼센트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사회경제적 지위의 구성과 주거 양식의 변화 속에서 각 지역 내 거주지 분리 양상은 어떻게 변화했을까요? <그림 6-1> 하단의 두 그림은 상이성지수와 고립지수로 측정한 시군구별 거주지 분리 수준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보시다시피 두 지수 모두 2000년 이후 시군구 내 아파트와 주택 거주에 있어 고학력 전문직과 저학력 비전문직 가구가 얼마나 분리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주지 분리 정도는 모두 약화되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00년에는 한 시군구 내에서 저학력 비전문직 가구가 고학력 전문직 가구와 비교해 아파트 지역과 주택 지역 간에 균일하게 분포되려면 약 43퍼센트의 가구가 재배치되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2020년에는 24퍼센트의 가구만 재배치되더라도 균등한 분포를 이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균등성 개념은 앞서 제시되었던 <그림 4-1> 참조). 다만 이 변화를 거주지 분리 자체가 한국 사회에서 약화되었다고 결론짓기는 조심스럽습니다. 시군구 내 주택 지역과 아파트 지역이 차이를 감안한다고 해도 아파트 지역 내에서도 상당한 성격 차이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상적으로는 보다 세밀한 동질적인 지역이나 공간 내의 아파트 지역을 기준으로 거주지 분리를 볼 때 보다 타당한 거주지 분리 정도를 측정할 수 있고 그 경우에는 또 다른 그림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KIOD는 현재 가용한 자료를 바탕으로 최대한 그런 목표에 근접한 추정을 해 지도 및 데이터를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그림 6-2> 아파트 거주 비율 변화와 거주지 분리 변화의 관계, 2000-2020년


그렇다면 동일한 시군구 지역들 내에서 아파트 거주 비율의 변화가 상이성지수나 고립지수와 같은 거주지 분리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요? 즉, 앞선 횡단면 분석이 보여줬던 바와 달리 2000년부터 2020년 사이에 동일한 지역 내의 변화에 대한 질문입니다. 시군구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통제한 고정효과모형이라는 통계적 모형을 이용해 이 질문에 답하는 분석을 실시했습니다. <그림 6-2>는 이 분석 결과를 간략하게 요약해 보여줍니다. 결과는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아파트 거주 비율과 거주지 분리의 관계는 선형적이 아니라 비선형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파트 거주 비율이 낮은 수준(대략 25% 이하)에서 증가하는 경우에는 거주지 분리가 강화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만, 그 이후에는 뚜렷한 경향이 나타나지 않다가 아파트 거주 비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 이르면(대략 75% 이상) 아파트 비율이 높아질수록 거주지 분리가 약화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이 경향은 상이성지수로 보거나 고립지수로 보거나 대동소이합니다. 즉, 아파트가 없던 지역에서 아파트가 막 늘어나는 경우 아파트 거주가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분리를 형성하는 현상이 발생하지만, 이미 아파트가 그 지역의 대다수 주거양식이 되어 있던 지역에서는 아파트 거주 여부가 사회경제적 지위의 지표로 분리의 기제가 되기보다 오히려 그 기제로서의 기능이 약화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아파트 거주 여부와 거주지 분리 간의 관계는 해당 시군구 지역의 주거양식 구성 상황 및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만일 대부분 주택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는 지역에 대규모 재개발을 통해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거주지 분리는 심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이미 아파트 개발이 포화 수준에 가까운 지역에서는 추가적인 아파트 개발은 거주지 분리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 KIOD 분석은 도시, 공간 정책이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기회 불평등 및 다양성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함의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