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농업은 사람과 하늘(기후)과 땅을 오묘하게 조화시킴으로서 생산물을 빚어내는 산업으로 발전해 왔다.
공업화․도시화를 핵심내용으로 한 산업사회의 발전은 생산과 자본을 집적, 집중시킴으로서 상품생산의 과잉구조를 확립하고 ‘소비가 미덕인 사회’를 추구해 왔다. 인류는 지금 엄청난 소비증대를 통해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풍요로운 물질적 삶의 편익을 누리고 있다. 무제한적인 생산과 낭비적인 소비 생활의 영위를 위해 인류는 자연자원이 재생산될 여유도 주지 않고 ‘쉬임 없는 무제한적인 개발’을 지구 도처에서 감행해 왔다.
자연자원의 개발을 통한 공업화 과정은, 자연발생적으로 조성된 인간과 자연간의 신진대사 과정을 교란시킴으로서, 의․식․주의 수단으로 인간이 소비한, 자연으로 부터 추출된 성분들이 자연으로 환원되지 않고 자연을 보존하는 데 필요조건을 침해하여 결국 ‘자연(농업)의 반작용’을 초래하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기와 땅, 물 등 자연 내부 상호 간의 유기적인 관계도 교란되어 공기와 물이 오염됨으로서 지구의 오존층이 파괴되고 토양이 산성화되어 땅이 죽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자연 생태계의 유기적 관계가 총체적으로 파괴되어 감에 따라 농업의 해체현상이 야기되고 급기야 인류의 안전한 먹거리의 생산마저 위협을 받게 되어 도시 노동자 및 소비자의 육체적 건강과 농민들의 정신건강을 다 같이 좀먹게 되고 나아가서 인간성 자체까지 왜곡되는 결과를 낳기에 이르렀다.
무제한적인 소비생활의 추구는 세계적 규모에서 자연자원의 개발과 자원의 낭비구조를 정착시킴으로서 경제적 부국과 빈국의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전망이고 더욱이 경제적 부국의 환경 제국주의적 경향은 인류의 장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20세기 문명을 대표하는 산업화 사상은 인류 생활의 물질적 풍요로움을 가져다주었으나 인간의 생명활동의 장(場)인 자연 생태계의 유기적 질서를 파괴함으로서 인간의 생명활동의 방식과 현대문명에 대한 위기의식을 고조시키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위기적 상황에 처한 현대문명의 단점을 비판함과 동시에 21세기를 향한 희망을 선포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 여기에 모인 생산자․소비자 단체들은 ‘지속 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관점에서 환경보전형 농업을 통해 어려움에 처한 우리농업의 현실과 소비자의 안전한 먹거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뜻을 모았으며, 이러한 과제를 ‘협동과 연대’의 방식으로 주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작은 첫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고자 한다.
우리 생산자와 소비자들은 환경보전형 농업생산이라는 작은 실천을 통해 ‘소비(자)를 생각한 생산’의 영역을 새롭게 개척해 나아갈 것이고, 나아가 ‘신진대사의 체계적 재건’을 통해 인간다운 삶의 터를 마련하기 위해 창조질서의 회복과 유지, 보전의 방향을 굳건히 지향함으로서 소비자들의 안전한 먹거리 문제도 동시에 해결하여 전 국민이 한 마음이 되는 공동체 건설을 향해 나아갈 것을 굳게 천명하는 바이다.
1994년 11월 8일
환경보전형농업․생산․소비 단체협의회(가칭) 창립준비위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