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학부연구생 및 대학원 진학을 고민 중인 학생들을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반도체 소자/공정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진로를 계획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김형진 교수
본 글은 학부연구생 및 대학원 진학을 고민 중인 학생들을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반도체 소자/공정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진로를 계획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김형진 교수
학사 학위자가 사회에서 기대받는 것은 특정 세부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아니라, 전공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입니다. 따라서 학부 졸업생은 다양한 분야의 기업에 지원할 수 있으며, 이때 기업이 기대하는 것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우리 회사에 맞는 인재로의 전환 가능성’입니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의 신입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그 과정을 잘 소화할 수 있는 인재를 선발하고자 합니다. 그러므로 학사 졸업 후 취업을 고려하는 학생이라면, 학부과정에서 다양한 전공 기초과목을 충실히 이수함과 동시에, 관심 있는 분야를 1~2개 정도 선정하여 선택과목 수강 전략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반면, 어떠한 분야의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다는 것은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첫 걸음입니다. 석박사 학위는 학과를 이루고 있는 수 많은 분야들 중에서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있고 해당 분야의 연구를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학사과정 동안 접하기 힘들었던 국책과제 또는 산학과제에 참여하여 해당 분야의 연구를 실제 실험을 통해 수행함으로써 전문성을 쌓고,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지식 창출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연구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비판적 사고를 통해 문제점 발견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개선책 제안, 연구수행,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아이디어의 검증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마친 석박사 학위자들은 단순히 몇년 더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고, 대학원 진학에 대한 동기는 '더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관련 연구 및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해보고 싶어서'여야 합니다.
요즘은 이런 트렌드가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기술의 급격한 변화 속에 주요회사들은 학사졸업자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긴 시간 동안의 교육을 신입사원들에게 제공해줄 만큼 여유가 없어졌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또한, 단순히 졸업학점이 높고 출신대학이 좋은 지원자들보다는, 정말 그 분야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써왔는지를 살펴봅니다. 예전에는 전자를 성장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면, 이제는 후자의 경우가 성장가능성도 높고 입사 시 전문성도 높아 즉시전력으로 투입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즉, 다른 분야의 더 높은 초봉을 보장하는 회사에 붙으면 바로 도망갈 사람보다 죽이되든 밥이되든 우리 분야에 뼈를 묻을 것 같은 사람을 선호하는 것입니다. 이는 역지사지해보았을 때 어찌보면 당연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도쿄대학 출신을 선호하던 도시바, 닛산과 다양한 배경의 인재를 채용한 도요타의 흥망성쇠 비교는 유명한 예시입니다. [Link])
이러한 전문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쌓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학부연구생 경험과 대학원 진학입니다. 학부연구생은 일반 수업으로는 얻기 어려운 ‘실제 연구’ 경험을 제공하며, 연구자로서의 적성과 흥미를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는 학생이라면 이 시기의 경험이 이후 연구성과 향상에 큰 시너지를 줄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정식 게임을 시작하기 전 베타테스트에 참여해 경험치를 쌓아두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학사졸취업이나 타대학원 진학 계획시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함이든, 자대대학원 진학 계획시 두 기간의 연계로 인한 더 수준 높은 연구 실적을 만들기 위함이든,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단기간의 경험으로는 부족하며 빠르면 3학년 여름방학, 늦어도 3학년 겨울방학부터 학부연구생 활동을 시작할 것을 추천합니다.
학과를 구성하는 수 많은 분야들 중 어떤 분야를 골라야할지에 대해 정답은 없지만, 너무 현재의 시류에 편승하기보다는 흥미와 적성을 좇아가라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대학원 과정이란 것은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길인데, 즉 그 분야의 전문가로 평생을 살아가야하는 것인데 대학원 진학 시점의 인기여부로 평생의 분야를 골라서는 해당 분야의 흥망성쇠에 따라 후회할 가능성이 큽니다. 스스로의 적성/흥미에 집중해서 전문성을 키울 분야를 선택해야 그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더라도 재미있고 끈기있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제가 대학원에 진학할 당시 하이닉스는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합병, 매그나칩반도체와 분사 이후 앞날이 불투명하였으며 대다수는 삼성전자보다는 SK텔레콤, 현대자동차 취업을 선호하던 시기였으나, 산업계 현황과는 별개로 저는 반도체소자 분야를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고 흥미와 적성을 기반으로 한 그 당시의 선택에 단 한번도 미련이나 후회한 적 없으며 아직도 새로운 연구 결과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도 비슷하겠지만, 특히 반도체소자/공정 분야에서 연구자로서 필요한 덕목은 끈기와 열정입니다. 제안하는 반도체소자에 대한 실험적 검증을 위해서는 짧게는 수십, 길게는 백여 단계가 넘는 과정의 실험을 진행해야하는데, 이 긴 여정에 있어서 단 한번의 과정에서의 실수도 실패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측면은 실험의 중간단계를 저장할 수 없기 때문에 학과를 구성하는 분야들 중 반도체소자/공정 쪽이 유달리 심한 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좌절과 시련은 대학원 과정동안 반드시 찾아온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실험과정에서의 실패가능성을 얘기했지만, 제작한 소자가 의도했던 대로 동작하지 않거나, 스스로 최선을 다했으나 그에 걸맞는 기대했던 결과가 돌아오지 않을 때 느끼는 실망, 제출했던 논문이 리뷰어들의 혹평과 함께 떨어졌을 때 느끼는 좌절, 등 무궁무진한 시나리오로 시련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도체소자/공정 분야에서 연구자로 성공하고자 한다면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좌절과 시련에 낙담하지 않고 긴 여정을 묵묵히 나아갈 수 있는 덕목이 필수적입니다. 좌절과 시련에 낙담하기 보다는 실패 원인을 덤덤히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필요하며, 이 힘은 강한 끈기와 열정에서 비롯됩니다. 금사빠보다는 곰같은 사람이, 토끼보다는 거북이 같은 스타일이 연구자로서 적합한 사람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비록 속도가 느릴지라도 진행하는 연구를 반드시 성공적으로 성실히 수행해 냅니다. 그리고 이러한 끈기와 열정은 흥미를 느끼고 적성에 맞는 분야의 연구를 진행할 때 본인이 가진 그 이상으로 발현될 수 있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과의 의사소통 능력이 필요합니다. 공학에서의 연구는 개인이 수행하기 보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결과물을 목표로 할 때 그 의미가 배가됩니다. 이를 위해 제안하는 아이디어에 대해 논리적이고 간결하게 설명/발표하고, 이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는 과정은 연구자에게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과정들이 좁게는 한 연구실 내에서, 넓게는 국내외 학술대회나 학술지에 연구내용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며 이를 통해 여러분들은 능동적인 연구자로서 성장함과 동시에 진행하는 연구의 완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단순히 학점의 높고 낮음으로 여러분들의 연구자로서 성장가능성과 적성 유무를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반도체소자/공정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크게 아래의 세 분야에 대한 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CMOS 로직 소자: 실리콘 기반 MOSFET의 축소화에 의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60mV/dec 이하의 SS를 가져 급격한 스위칭과 저전력 동작이 가능한 NCFET(negative-capacitance FET) 및 TFET(tunneling FET) 등에 관한 연구 수행 중
메모리 반도체 소자: 실리콘 기반의 플래시 메모리와 빠른 동작 속도 및 간단한 어레이 구조를 가진 차세대 메모리 후보로서의 멤리스터 소자 등에 관한 연구 수행 중
뉴로모픽 시스템: 높은 전력 동작을 요구하는 기존의 소프트웨어 기반 인공지능을 벗어나 메모리 반도체 소자가 가중치로서 동작하는 하드웨어 기반의 인공신경망에 관한 연구 수행 중
일반적으로 이러한 주제들을 TCAD 시뮬레이션을 통한 아이디어 검증, 실제 공정을 통한 반도체 소자 및 어레이 제작, 측정을 통한 동작 검증 등의 순서로 연구가 진행되며, 위 주제들은 현재 반도체업계에서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테마들로 여러분들이 반도체소자/공정 분야에 필요한 전문가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반도체소자/공정 분야에 대한 원활한 연구 수행을 위해서 추천하는 이수과목은 한양대학교 신소재공학부 수업을 기준으로 다음과 같으며, 다른 학과의 대응되는 과목을 수강해도 무방합니다: (추천) 전자소자재료1, 전자소자재료2, 전자소자및회로, 반도체공정 (권장) 인공지능과기계학습, 인공지능뉴로컴퓨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