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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여러모로 조사해보고 왔다고. 그랬더니 켈리 플라이트가 발견해서 신청한 게이트는 한 개도 없었어."

모든 게이트에는 발견자의 이름이 남는다. 그 이름을 따서 명명된 스테이션까지 있을 정도였다.

게이트 헌팅은 성공률이 높지 않은 대신 한 개만 발견해도 특히 그것이 수요가 높은 노선일 경우 평생 먹고 사는 것이 가능하다.

너무 변두리는 곤란하다. 교통량이 어느 정도 존재하지 않으면 굳이 스테이션을 세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발견되었어도 사용하지 않고 방치되는 게이트도 드넓은 우주에는 셀 수 없이 존재한다.

"그 사람이 그 일을 몇 년이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사용 게이트까지 포함해서 발견한 게 한 개도 없다니, 그래서는 게이트 헌터로서 우수하다고 할 수 없는 것 아냐?"

"아니. 현직 게이트 헌터 중에서 저 남자와 비교할 수 있을 만한 인간은 단 한 명도 없어. 이름이 안 남아 있는 건 자기 명의로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진저는 더욱 이해가 안 가는 듯했다.

"일을 성공해놓고 그걸 결과로 남기지 않아? 더 이상하잖아. 그런 건 내가 남의 대역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것도 스탭리스트에 이름조차 안 오르는 무명만 골라서."

"그래도 사람들이 보면 연기하고 있는 게 너라는 건 단번에 알 수 있잖아."

"당신이 보면 특히 그렇겠지. 하지만 그런 문제가 아냐. 그것과 이건 완전히 다른 얘기라고. 보는 사람들이 이건 내가 한 일이라고 인정하고 평가해주지 않으면 일하는 의미가 하나도 없잖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바람이 강해졌다.

어둠에 감싸인 숲에서 거세게 나뭇가지가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재스민은 추운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웅성거리며 뒤척이기 시작하는 대지를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다.

"바라기만 하면 얼마든지 명성을 손에 넣을 수 있는데, 저 남자는 그게 필요 없다는 거야. 명성만이 아니라 쿠어의 돈도 권력도 저 남자에게는 전혀 매력이 없나봐."

"왜?"

진저가 반문했다. 그녀 역시 남자라는 생물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돈도 권력도 명성도 원하지 않는 남자라면 단순한 패배자야. 우리 여자들이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남자들은 그렇게 생각할 텐데."

"현재 내 적들도 바로 그렇지."

재스민은 진저를 데리고 실내로 돌아왔다.

바닥도 벽도 목재의 질감을 살려 만든 넓은 서재였다.

두 면의 벽에는 금색 문자로 장식된 책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고, 다른 한 벽에는 다양한 술병과 술잔이 든 장식장이 있다. 융단이 깔린 바닥에는 훌륭한 의자와 소파가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벽난로에서는 붉게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난방을 위한 도구가 아닌, 불을 바라보며 즐기기 위한 물건이다. 방의 온도는 적절하게 유지되고 있다.

진저는 장식장으로 다가가 술잔을 집어 들었다.

"술 좀 마실게. 당신은?"

"난 됐어."

"어라, 별일이네."

작은 술잔에 향기로운 과실주를 조금 따른 뒤 진저는 소파에 앉았다.

"그 남자, 그런 약골로는 안 보이던데. 돈도 권력도 필요 없다지만 그렇게 한심한 인간은 아닌 것 같고. 오히려 뭔가 대단한 게 있을 것 같던데."

"허수아비라고 부른 주제에?"

"반응을 보려던 것뿐이야. 하지만 그 사람, 표정 하나 안 변하던 걸."

"글쎄, 어떨까? 허수아비가 뭔지 몰랐을지도 모르잖아?"

"아니, 그건 아냐. 갑자기 모르는 말이 튀어나오면 더 이상한 표정을 짓게 마련이라고. 지금 뭐라고 한 걸까, 그런 생각이 얼굴에 나오는 걸. 하지만 그런 건 아니었어."

조금 심술궂고 장난꾸러기 소녀 같은 미소였다.

진저는 그저 얼굴만 예쁜 배우가 아니다.

필요할 때는 마치 딴 사람처럼 변하는 표정도 그녀의 매력 중 하나였다.

자애로운 성녀나 화장이 뭉개진 악녀, 명랑한 소녀부터 음침한 여자까지 자유자재로.

그럼에도 어지간히 그녀와 친한 사람이 아니면 알지 못하는 얼굴이 있다. 지금의 표정도 그 중 하나였다.

"그 사람, 당신 적들에게는 어때? 평판이."

"최악이지. 있는 소리 없는 소리 다 해가며 씹어대고 있어. 어차피 누굴 데려왔어도 그놈들 마음에 들었을 리는 없지만. 꼭 잔소리하는 시누이 같잖아."

"그 남자는 그걸 다 참고 있고?"

재스민은 미묘하게 웃으면서 어깨를 움츠렸다.

"참고 있다기보다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 같던데."

"정상 맞아?"

진저는 그렇게 내뱉다가, 다시 말을 덧붙였다.

"그야 그렇겠네.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당신 남편 역할 따위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심야를 넘은 시각인데도 켈리는 아직 자리에 눕지 않았다.

켈리의 방은 이 화려한 저택에서도 특히 훌륭한 방이었다. 예전 주인의 침실이라는 모양이다.

통신단말기로 파트너와 연락을 취해 '지금 여기에 진저 브레드가 와 있다' 고 말하자, 다이애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뭐 하러?' 하고 물었다.

무리도 아니다. 공화우주를 대표하는 여배우와, 마찬가지로 공화우주를 대표하는 거대재벌의 여왕. 상상도 할 수 없는 조합이다.

자기 얼굴을 보러 온 것 같다고 말하자 다이애나는 이상한 듯이 파란 눈을 깜빡거렸다.

그 표정이 도저히 허상으로 보이지 않는 데에는, 물론 완벽한 합성영상 덕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녀의 눈의 힘이 컸다. 사람의 마음과 영혼을 선명하게 비추어내는 듯한 선명한 눈망울이었다.

"당신 얼굴이라면 최근 석 달 동안 여기저기 뉴스에서 지겹게 틀어주던데. 다른 프로는 안 하는 거냐고 불평하고 싶을 정도로 중앙이고 지방이고 지역한정 통신이고 안 가리고 우주 전체가 다. 뭐 하러 굳이 직.접. 보러 간 거지?"

"정확하게 말하자면 불평하러 온 거겠지. 내가 저 여자하고 결혼한 게 마음에 안 들었나봐."

그때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났다.

의외이지만 이 방에는 방범장치는 물론이고 벨조차 없다. 외부인을 맞이하는 장소에는 엄중한 방범설비가 갖춰져 있지만 집안 사람들이 거주하는 사적인 공간에는 그런 설비가 전혀 없는 것이다.

이것은 고 맥스의 방침이었다고 한다.

그는 거창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으로 경호원마저 귀찮게 여겼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신분으로는 그런 생활이 불가능하므로 사적인 공간에서만은 가능한 한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배려해둔 것이다.

이 저택도 필요한 부분은 엄중하게 방어설비를 설치했지만 그 밖에는 약간 불편한 것 이상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간소하게 해두고 대부분을 인간의 노동력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따라서 급사들조차 고풍스럽게 노크하고, 들어오라는 지시를 기다리는 것이다.

"열려 있어."

대충 대답했지만 아무도 들어오는 기척은 없다.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이상하게 생각한 켈리는 오른쪽 눈으로 문 건너편을 살펴보았다.

분명히 사람 한 명분의 열원이 감지된다. 무기는ㅡ당연하지만 없었다.

세 번째의 노크 소리가 난 뒤 켈리는 일어섰다.

만일에 대비해 등에 총을 숨긴 채 문을 열자 그 면전에 진저가 서 있었다. 매력이 가득 넘치는 웃음을 지으며.

"늦었네요. 더 빨리 열어줘야죠."

켈리는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열려 있다고 했잖아. 안 들렸어?"

"들렸죠. 하지만 당신이 열어주었으면 했어요. 들어가도 될까요?"

한밤중에 찾아와서 들어와도 좋을 리가 없지 않을까. 게다가 진저는 검은 실크 가운 한 벌만 걸친 상태였다.

소매와 옷자락이 길게 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