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꿈 한 꿈
혼자 대낮 공원에 간다
술병을 감추고 마시며 기어코 말하려고
말하기 위해 가려고, 그냥 가는 바람아, 내가 가엾니?
삭신은 발을 뗄 때마다 만든다, 내가 남긴 발자국, 저건 옴팍한 속이었을까, 검은 무덤이었을까, 취중두통의 길이여
고장난 차는 불쌍해, 왜?
걷지를 못 하잖아, 통과해내지를 못 하잖아, 저러다 차는 썩어버릴까요
저 뱀도 맘이 아파, 왜?
몸이 다리잖아요 자궁까지 다리잖아요 그럼,
얼굴은 뭘까?
사랑이었을까요……
아하 사랑!
마음이 빗장을 거는 그 소리, 사랑!
부리 붉은 새, 울기를 좋아하던 그 새는 어디로 갔나요?
그런데 왜 바보같이
벌건 얼굴을 하고 남몰래 걸어다닐 수 있는 곳만 찾아다녔지?
그 손, 기억하니?
결국 마음이 먹은 술은 손을 아프게 한다
이 바람……
내 마음의 결이 쓸려가요 대팻밥 먹듯 깔깔하게 곳간마다 손가락, 지문, 소용돌이, 혼자 대낮의 공원
햇살은 기어코 내 마음을 쓰러뜨리네
당신……
허수경『혼자 가는 먼 집』(문학과지성사, 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