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갈 준비돼 있다



1963년 여자로서는 처음으로 우주 비행을 한
올해 70세의 전 소련 우주 비행사 발렌티나 테레슈코바가
화성행 비행을 하고 싶다는 꿈을 말하며,
—2007년 봄, Newsweek에서


눈이 너무 밝아 나무에서 곧잘 떨어진다는

뇌보다 더 큰 눈 가진 안경원숭이 되어

기대한 대로 올지 안 올지 모르는

그러나 계속 진해만 가는 삶의 끄트머리

스위치 누르지 않아도

몸과 주위가 온통 환해지는 순간을

두 눈 크게 열어놓고 기다리겠습니다.

기다림이 없으면 끄트머리도 없지요.


공기 속으로 채 풀어주지 못한 말이나 소리 같은 것

제멋대로 터지지 않게

목구멍 속 어디엔가 묻어두고

살다가 저절로 싱거워진 기쁨 같은 것도

새로 싹 틀까 않을까 걱정 말고

몸속 어디엔가 심어두고,

화성이든 그 어디든

뇌 구석구석까지 환하게 비칠 항로의 끄트머리를

기다리겠습니다.

솜털 구름 한 점 떠돌지 않는 화성의 하늘,

지구의 하늘보다 더 진하고 더 공()하겠지요.


황동규겨울밤 0시 5분』(문학과지성사,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