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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휴식!”

고드프리가 굵은 목소리로 말하자 파티는 멈춰 섰다.

“.........”

단숨에 미궁구를 돌파하고 싶었지만, 이의를 제기해봤자 어차피 받아들이지 않을 테니 한숨을 내쉬고 근처 바위에 걸터앉았다. 시각은 슬슬 정오를 넘어서려 하고 있었다.

“그럼, 식량을 배포한다”

고드프리는 그리 말하고, 가죽 꾸러미 4개를 오브젝트화하여, 하나를 이쪽으로 던졌다. 한 손으로 받아든 후 딱히 기대도 하지 않고 풀어보니, 내용물은 물병과 NPC샵에서 팔고 있는 딱딱한 구운 빵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아스나의 수제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을 텐데, 하고 내심으로 불운을 저주하며 병뚜껑을 열고 한 모금 마셨다.

그때 문득, 혼자 떨어진 바위에 앉아 있는 크라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놈만은 꾸러미에 손도 대지 않았다. 축 늘어진 앞머리 속에서 이상하게 어두운 시선을 이쪽으로 향하고 있다.

대체, 뭘 보고 있지....?

갑자기 싸늘한 전율이 온몸을 휘감았다. 녀석은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아마.....

나는 즉시 물병을 버리고 입에 든 액체의 감촉도 토해내려 했다.

그러나, 늦었다. 갑자기 온몸의 힘이 빠져, 나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시야 오른쪽 구석에 나의 HP바가 표시되어 있다. 그 선은, 평소에는 존재하지 않는 녹색으로 점멸하는 테두리에 에워싸여 있다.

틀림없어. 마비독이다.

쳐다보니 고드프리와 다른 한 단원도 똑같이 지면에 쓰러져 발버둥치고 있었다. 나는 즉시 간신히 움직이는 왼쪽 아래팔만으로 허리의 파우치를 뒤지려다가 전율했다. 해독결정도, 전이결정도 모두 고드프리에게 맡겨놓은 상태였다. 회복용 포션이 있긴 하지만 독에는 효과가 없다.

“큭....큭큭큭.....”

내 귀에 째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바위 위에서 크라딜이 두 손으로 자신의 몸을 끌어안은 채 전신을 이리저리 뒤틀며 웃고 있었다. 음푹 꺼진 삼백안 속에, 기억에도 또렷한 광희의 빛이 생생하게 떠올라 있다.

“크하! 히야! 하하하하하!!”

참을 수 없다는 듯 하늘을 우러러 홍소한다. 고드프리가 망연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어....어떻게 된 거냐.....? 이 물을 준비한 것은.....크라딜....너....”

“고드프리! 어서 해독결정을 사용해!!”

내 소리에, 고드프리는 그제야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허리의 팩을 뒤지기 시작했다.

“히야-앗!”

크라딜은 괴성을 지르며 바위 위에서 뛰어내리더니 고드프리의 왼손을 부츠로 걷어찼다. 그 손에서 허무하게 녹색의 결정이 쏟아졌다. 크라딜은 그것을 주워들고 다시 고드프리의 팩에 손을 집어넣어 몇 개인가의 결정을 자신의 파우치에 집어넣었다.

모든 것이 끝났다.

“크라딜....무, 무슨 생각이냐....? 이것도 무엇인가의....훈련인가....?”

“바-보!!”

아직도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소리를 중얼거리는 고드프리의 입을, 크라딜의 부츠가 있는 힘껏 걷어찼다.

“크헉!!”

고드프리의 HP바가 살짝 감소하며, 동시에 크라딜을 나타내는 커서가 노란색에서 범죄자임을 알리는 오렌지색으로 변했다. 그러나 이것이 사태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이런 공략완료층의 필드를 상황 좋게 지나가는 사람 따위 없기 때문이다.

“고드프리 상, 언제나 바보다 바보다 생각하긴 했지만 당신은 뇌까지 근육으로 된 바보구만!!”

크라딜의 째지는 목소리가 황야에 울린다.

“당신에게도 이것저것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말야...오도블(hors d'oeuvre*전채요리)로 배를 채워버려도 곤란하니까...”

말하며, 크라딜은 양손검을 뽑았다. 비쩍 마른 몸을 뒤로 힘껏 젖히며, 크게 치켜든다. 두터운 검신에 반짝하고 햇빛이 번뜩인다.

“기, 기다려라 크라딜! 네놈....뭘.....뭘 말하고 있는거냐....? 후....훈련이 아닌 거냐....?”

“시끄러. 됐으니까 빨리 뒤져버려”

내뱉는듯한 대사와 동시에 아무렇게나 검이 내리쳐졌다. 둔중한 소리가 울리며, 고드프리의 HP바가 크게 줄어들었다.

고드프리는 드디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듯,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늦어도 너무 늦었다.

두 번, 세 번, 무자비한 반짬임과 함께 검이 번뜩일 때마다 HP바가 확실히 감소하고, 드디어 적색 위험영역에 돌입하자 크라딜은 움직임을 멈췄다.

역시 살인까지는 가지 않으려나, 하고 생각했던 것도 찰나, 크라딜은 역수로 바꾸어 쥔 검을 천천히 고드프리의 몸에 찔러넣었다. HP가 조금씩 감소한다. 그대로 검에 체중을 싫는다.

“그아아아아아아!!”

“햐하하하하하하!!”

한층 드높아진 고드프리의 절규에 겹쳐지듯 크라딜도 괴성을 질렀다. 검 끝은 조금씩 조금씩 고드프리의 몸에 파고들었으며, 동시에 HP바는 확실한 속도로 줄어들어-

나와 다른 단원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지켜보는 가운데 크라딜의 검이 고드프리를 관통해 지면에 도달하고, 동시에 HP가 어이없게도 제로가 되었다. 아마, 무수의 파편이 되어 흩어지는 그 순간까지도 고드프리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크라딜은 지면에 꽂힌 대검을 천천히 뽑더니, 태엽장치 인형같은 움직임으로 휘릭 목만을 돌려 다른 한 단원 쪽을 보았다.

“힉! 히익!!”

짧은 비명을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