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고문의주세요 ✔ 주안더퍼스트시티

는 내게 갑자기 속내를 털어놓았다. 죽는 것이 무섭다, 이 게임이 무서워서 참을 수가 없다, 사실은 필드에 나서고 싶지 않다고.

나는 그 고백에 대해, 너는 죽지 않아, 라고밖엔 말할 수 없었다. 진짜 레벨을 계속 감추고 있던 나에겐, 그 이상의 무엇을 말할 수가 없었다. 사치는 그것을 듣고, 조금 울고, 그리고 웃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우리는 케이타를 제외한 다섯이서 미궁에 잠입하게 되었다. 케이타는 겨우 모인 자금을 들고 길드 본부로 삼을 집을 구입하기 위해 판매자와 교섭을 하러 갔다.

이미 공략이 된 층의 미궁구였지만, 미돌파부분이 남아있어, 슬슬 돌아갈 시간이 되었을 때 멤버 중 하나가 보물상자를 발견했다. 나는 손을 대지 말 것을 주장했다. 최전선 부근이라 몬스터 레벨도 높으며, 멤버들의 함정 해체 스킬도 불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한 것은 나와 사치뿐, 3대 2로 묵살되고 말았다.

함정은 많고 많은 것 중에서도 최악에 가까운 알람 트랩이었다. 요란한 경보가 울려퍼지고, 방의 모든 입구에서 무수한 몬스터가 쏟아져 나왔다. 우리는 즉시 긴급 텔레포트로 도망치려 했다.

허나, 함정은 이중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결정무효화공간- 크리스탈은 작동하지 않았다.

몬스터는 도무지 감당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었다. 멤버들은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했고, 나는 이제까지 그들의 레벨에 맞춰 감추어두었던 상위 소드스킬을 사용해 어떻게든 퇴로를 뚫으려 했다. 하지만 공황상태에 빠진 멤버들은 통로로 탈출하지도 못하고 한 사람, 또 한 사람 HP가 제로가 되어 비명과 파편을 흩뿌리며 사라져갔다. 나는 사치만이라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해 필사적으로 검을 휘둘러댔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쪽을 향해 도움을 청하려고 필사적으로 손을 내밀던 사치를 몬스터의 검이 무자비하게 갈랐다. 유리 조각상처럼 덧없이 부서져 흩어지는 그 순간까지 그녀는 나를 믿으려는 눈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끝까지 믿고 의지했던 것이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얄팍한, 결과적으로는 거짓말이 되고 만 나의 말을.

케이타는 그때까지 임시본부였던 여관에서 새 본부의 열쇠를 앞에 놓고 우리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혼자 살아남은 나만이 돌아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는 동안에도 케이타는 말없이 듣고 있었으나, 내 말이 끝나자 한 마디,“어떻게 너만 살아남았지”하고 물었다. 나는, 자신의 진정한 레벨과, 베타테스터 출신이라는 사실을 고했다.

케이타는, 이물질을 보는 듯 무감정하게 쏘아보더니 한 마디만 했다.

- 비터인 네놈은, 우리들과 관련될 자격 따윈 없다고.

그 말은, 강철의 검처럼 나를 찢어발겼다.

“.....그 사람은.....어떻게 됐어....?”

“자살했다”

의자 위에서 아스나의 몸이 꿈틀 떨렸다.

“외곽에서 뛰어내렸어. 최후까지 나를 저주했겠....지....”

내 목소리가 잠겨드는 것을 느꼈다. 마음속 깊은 곳에 봉인해두었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처음으로 입을 타고 나오며 당시의 아픔이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이를 악물었다. 아스나에게 손을 내밀어 도움을 청하고 싶었으나, 내겐 그럴 자격이 없다- 고 마음속 어디선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와 두 주먹을 굳게 쥐었다.

“모두를 죽인 건 나야. 내가 비터였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았더라면, 그 때 트랩의 위험성을 납득시켰을 텐데. 케이타를....사치를 죽인 건 나야....”

눈을 활짝 뜨고, 악다문 이 틈으로 말을 쥐어짜냈다.

갑자기 아스나가 일어나더니, 두 걸음 다가와선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쌌다. 따뜻한 미소를 띤 아름다운 얼굴이 내 눈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난 죽지 않아”

속삭이는 듯한, 그러나 또렷한 목소리. 경직된 온몸에서 힘이 쭈욱 빠져나갔다.

“그게, 나는....나는, 너를 지키는 쪽인걸”

그리 말하고, 아스나는 내 머리를 가슴에 감싸는 듯 끌어안았다. 부드럽고 따뜻한 어둠이 나를 뒤덮었다.

눈을 감자, 기억의 암막 너머에서 오렌지색의 빛이 가득 찬 여관의 카운터에 앉아 이쪽을 보고 있는 흑묘단 멤버들의 얼굴이 보였다.

내가 용서받을 날은 결코 오지 않는다. 속죄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그렇다 해도, 기억 속에 있는 그들의 얼굴은, 어렴풋하게나마 웃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익일 아침, 나는 요란한 순백의 코트를 걸칠 후, 아스나와 함께 55층 그랜덤으로 향했다.

오늘부터 혈맹기사단의 일원이 되어 활동을 시작한다. 그래봤자 원래는 5인 1조로 공략에 나서야 하는 것을 부단장 아스나의 직권남용으로 2인 파티를 짜게 되었으니, 실질적으로는 이제까지 했던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길드 본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의외의 단어였다.

“훈련.....?”

“그렇다. 나를 포함한 단원 4인의 파티를 짜서, 이곳 55층의 미궁구를 돌파해서 56층 주거구까지 도달해라”

그리 말한 것은, 전에 히스클리프와 면담했던 때 동석했던 넷 중 하나였다. 덥수룩한 곱슬머리를 한 거한으로, 보아하니 도기 사용자인 모양이다.

“잠깐만 고드프리! 키리토는 내가....”

대드는 아스나에게,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당당한, 혹은 뻔뻔한 태도로 반박한다.

“부단장이라고 해도 규율을 무시하신다면 곤란하죠. 실제의 공략때의 파티에 대해서는 뭐 납득하도록 하죠. 단지, 한 번은 포워드의 지휘를 맡은 이 저에게 실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겠죠. 설령 유니크 스킬 사용자라 해도, 써먹을 만한지 어떤지는 별개니까”

“다, 당신 정도는 문제도 안 될 만큼 키리토는 강하단 말이야....”

반쯤 폭발하려는 아스나를 말리며, 나는 말했다.

“보고 싶다고 말한다면 보여주지. 단지, 새삼스럽게 이런 저층의 미궁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건 사양이야, 한 번에 돌파할 건데 괜찮지?'

고드프리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