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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지 않고 외친 나는 적의 정면에 뛰어들었다. 경직에서 풀려난 악마가 크게 검을 치켜들고, 불꽃의 궤적과 함께 내리치는 그 검을 오른손의 애검으로 튕겨낸 후, 지체 없이 왼손을 등으로 돌려 새로운 검의 손잡이를 잡는다. 뽑음과 동시에 악마의 몸통에 일격을 날린다. 첫 클린 히트에 드디어 놈의 HP바가 눈에 띌 정도로 감소했다.

“쿠오오오오오오!”

분노의 포효와 함께 악마는 다시 상단의 내려베기 스킬을 시도했다. 이번엔 양손의 검을 교차시켜 이를 확실하게 받아 튕겨낸다. 놈의 자세가 무너지자 나는 방어 일변도였던 지금까지의 빚을 한꺼번에 갚아주기 위해 연속공격을 개시했다.

오른손의 검으로 중단을 베었다. 지체하지 않고 왼손의 검을 내지른다. 오른쪽, 왼쪽, 다시 오른쪽, 뇌의 회로가 불탈 듯한 속도로 검을 휘둘러댔다. 드높은 효과음이 잇달아 울리고, 은하수처럼 흩어지는 백광이 허공을 장식한다.

이것이 나의 은존기(隱し技), 엑스트라 스킬 《이도류》다. 그 상위검술 《스타버스트·스트림》. 연속16회 공격.

“우오오오오아아아!!”

도중 몇 차례의 공격이 악마의 검에 튕겨져 나오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절규하며 좌우의 검을 잇달아 적의 몸에 꽂아댔다. 시예가 작렬하고, 이젠 적의 모습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악마의 검이 이따금 내 몸을 강타하는 충격조차 어딘가 먼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느껴졌다. 아드레날린이 온몸을 휩싸며 검격을 적에게 꽂을 때마다 뇌신경이 스파크를 튀겼다.

빠르게, 더 빠르게, 한계까지 가속된 나의 신경에는 평소의 2배속으로 쌍검을 휘두르는 그 리듬조차 답답했다. 시스템 어시스트마저 웃돌 것 같은 속도로 공격을 계속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

거센 외침과 함께 휘두른 최후의 제16격이 Gleameyes의 가슴 한복판을 꿰뚫었다.

“고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정신이 들고 보니 절규하고 있던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던 거대한 악마가 입과 코에서 어마어마한 숨결을 내뿜으며 포효하고 있었다.

그 온몸이 경직되었다- 하고 생각한 순간,

Gleameyes는 무수한 푸른 파편이 되어 터져나갔다. 방 전체에 반짝반짝하는 빛의 입자가 쏟아져 내렸다.

끝났.....나.....?

나는 전투의 여파에 의한 현기증을 느끼면서 무의식중에 양손의 검을 털어낸 다음 등에 교차시켜 매단 칼집에 동시에 꽂았다. 문득 나의 HP바를 확인했다. 붉은 라인이 겨우 몇 도트 남아있었다. 마치 남의 일인듯 그것을 바라보며, 나는 온몸의 힘이 빠져나감을 느끼고 소리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의식이 새까맣게 물들었다.

【12】

“.....토! 키리토!!”

비명과도 같은 아스나의 외침이 내 의식을 억지로 깨웠다. 머리를 관통하는 아픔에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상체를 일으켰다.

“아야야야.....”

둘러보니 그곳은 조금 전의 보스방이었다. 아직도 새파란 잔재가 허공을 뒤덮고 있었다. 의식을 잃은 것은 불과 몇 초 뿐이었던 모양이다.

눈앞에, 털썩 주저앉은 아스나의 얼굴이 보였다.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인 것처럼 눈썹을 일그러뜨린 채 입술을 꼭 깨물고 있다.

“바보.....! 무리해서는......!”

외침과 동시에 엄청난 기세로 내 목에 안겨들어, 나는 경악한 나머지 두통도 잊고 눈을 껌벅였다.

“....너무 조르면, 내 HP가 사라질거야”

간신히 농담처럼 말했는데, 아스나는 진짜로 화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직후, 내 입에 조그마한 병이 꽂혔다. 목으로 넘어가는, 녹차에 레몬쥬스를 섞은 듯한 맛의 액체는 회복용 하이포션이다. 이제 앞으로 5분만 지나면 수치상으로는 완전히 회복되겠지만, 온몸의 피로감은 당분간 사라지지 않겠지.

아스나는 내가 병 안에 든 것을 모두 마신 것을 확인하고 얼굴을 있는 대로 일그러뜨리더니, 그 표정을 감추려는 것처럼 내 어깨에 이마를 가져다댔다.

발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클라인이 방해해서 미안하다는 투로 다가와 말을 겄었다.

“살아남은 군 파티원들은 회복이 끝났고, 코버츠랑 두 사람이 죽었어....”

“......그래. 보스 공략에 희생자가 나온 건 제67플로어 이래 처음이구나.....”

“이딴 게 무슨 공략이야. 코버츠 그 멍청한 자식....죽어버리면 아무것도 안 되잖아....”

내뱉는 듯한 클라인의 말. 고개를 좌우로 흔들더니 굵은 한숨을 내뱉고, 기분을 전환하려는 듯 내게 물었다.

“그건 그렇다 쳐도, 너 아까 그건 뭐였어?!”

“.....꼭 말해야 돼?”

“당연하지! 본 적도 없다고, 그런 건!”

어느새 아스나를 제외한, 방 안에 있던 전원이 묵묵히 내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엑스트라 스킬이야. 《이도류》”

오오.....하는 술렁임이 군 생존자들과 클라인의 동료들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보통, 대부분의 무기 스킬들은 계통에 따라 수행해 단계적으로 습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검의 경우, 기본적인 한손 직검 스킬이 어느 정도까지 성장해 조건을 만족하면 새로운 선택가능 스킬로 《세검》과 《양손검》 등이 리스트에 나타난다.

당연한 관심을 보이며, 클라인이 뒤를 재촉하듯 말했다.

“추, 출현 조건은?”

“알면 벌써 공개했지”

고개를 가로저은 내게 카타나 사용자도 그야 그렇겠구나, 하며 한숨을 쉬었다.

출현 조건이 명확히 판명되지 않은 무기 스킬, 랜덤 조건이라고까지 하는 그것이 엑스트라 스킬이라 불리는 것이다. 가까운 예를 들자면, 클라인의 《카타나》도 포함된다. 뭐 카타나 스킬은 그렇게 희귀한 것이 아니라 곡도를 계속 수행하다 보면 출현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와 마찬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