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casional letters, personal reflections, and quiet thoughts written from my desk — for my students, and for myself.
대학생활을 잘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으로 알 수 있을까. 학점과 자격증, 취업 결과가 먼저 떠오를 수 있다. 그런 성취는 분명히 중요하다. 그러나 대학에서의 성장을 그것만으로 헤아리기에는 이 시간이 품은 가능성이 훨씬 넓다. 입학할 때보다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깊어지고, 곁에 믿을 만한 사람이 생겼다면 그 역시 잘 자라고 있다는 뜻이다.
대학에서는 정해진 답을 잘 찾는 것만큼 자기 질문을 만드는 연습이 필요하다. 배운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왜 그런지 따져 보고, 자기 생각을 말과 글로 설명하다 보면 세상을 보는 자기 관점도 생겨난다. 나는 어떤 일에 마음이 움직이는지, 무엇을 할 때 즐거운지, 어떤 문제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지 물어보았으면 한다. 남들이 좋다는 길을 따르기에 앞서, 내가 그 길을 걷고 싶은 이유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아직 답이 선명하지 않아도 괜찮다. 대학은 완성된 계획을 증명하는 곳이 아니라, 경험하면서 자기 방향을 찾아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 방향을 생각만으로 찾기는 어렵다. 흥미가 가는 수업을 듣고, 낯선 책 한 권을 읽고, 망설이던 학과 행사나 동아리에 참여해 보기를 권한다. 해 보니 예상보다 재미있을 수도, 나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자신을 이해할 단서가 된다. 모든 경험이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 함께 준비한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사람과 일을 배웠다면 남는 것이 있다.
배움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도 깊어진다. 친구에게 모르는 것을 묻고, 선배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교수에게도 말을 걸어 보았으면 한다. 충분히 정리된 질문이나 그럴듯한 계획이 있어야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를 때 함께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하다. 도움을 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망설일 때 먼저 손을 내미는 경험도 해 보기를 바란다.
그렇게 자신을 알아 가는 동안 시선이 자기 밖으로도 향했으면 한다. 내게 쉬운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왜 어려운지, 내가 배운 지식이 누구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거창한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친구의 사정을 헤아리고, 함께 맡은 일을 책임지고, 다른 의견에도 귀 기울이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 어떤 직업을 갖느냐만큼 어떤 사람으로 함께 살아갈지도 대학에서 배울 중요한 문제다.
나 역시 학생들을 만나며 이전에는 몰랐던 나를 알아 가고 있다. 논문을 쓰며 연구자로 성장하는 일만큼, 학생이 자기 생각을 갖고 한 걸음 내딛는 모습을 보는 일이 기쁘다. 진로와 공부, 읽은 책과 일상의 고민을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 나를 교육자로 자라게 한다. 학생들이 대학에서 자기 가능성을 넓히고, 배운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 곁에서 나도 함께 배우고 자라고 싶다.
*전북대신문 2026. 9. 16.(수) 기고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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