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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여자는 아무 말 없이 연단에서 제일 가까운 테이블에 앉아 있던 주석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마누엘, 지금은 당신이 위원장인가요?"

"그렇습니다. 오랜만입니다, 가이아."

주석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켈리는 이것이 무슨 목적의 모임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어떤 큰 사건이 일어났어도 이렇게까지 긴장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주석은 온몸을 딱딱하게 굳히고 있었다.

신중하게 말을 고르며 입을 연다.

"실은, 부탁이 있습니다만."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곤란합니다. 당신들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몇 번을 말해도 믿어주지 않으시는군요?"

"가이아, 죄송합니다만, 제가 말을 마친 뒤에 대답해 주십시오. 그러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은 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마누엘, 저희들은 예의를 중시합니다. 허락도 없이 당신의 마음을 훔쳐보는 짓은 하지 않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짐작이 가니까 말했지요. 직통회선을 부탁하고 싶은 거겠지요?"

"그렇습니다. 저희들은 당신들과 더 가까워지고 싶습니다."

"저희들은 그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제가 이렇게 찾아온 것도, 당신들이 무의미한 불안에 시달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저희들은 당신들에게 깊이 관여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서로 평화롭게 지내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것뿐입니다."

"하지만 연락을 취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경우도 생각해 주십시오. 게다가 당신은 이렇게 원하는 때에 저희들을 찾아올 수 있지만, 저희들은 당신들이 사는 행성에 가보기는커녕 상황을 알 수조차 없습니다. 너무나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공평해야만 할 이유라도 있습니까?"

너무나도 부드러운 목소리에, 켈리는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저 여자, 성격 죽이는군.'

그런 생각까지 했지만 이번에는 반응이 없다.

"당신들은 우주를 개척하고, 저희들은 그 행성에서 평온하게 살아갈 겁니다. 그렇게 결론 난 게 아니었나요?"

"가이아, 당신이 연방에 처음 나타난 때 이후로 벌써 50년이 지났습니다. 연방도 크게 변했지요. 지금의 저희들은 같은 우주에 살고 있는 입장에서 당신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여러모로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당신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은 알겠지만, 이해하기는 어렵군요. 가르침을 받고 싶다는 건 이용하고 싶다는 얘기가 아닙니까?"

"아닙니다, 가이아. 저희들은 무력한 학생입니다. 그리고 당신들은 교사이지요. 그 가르침을 받고 싶다는 소망을 이용이라고 말씀하신다면 부정은 할 수 없지만, 정말로 무리한 부탁입니까?"

"50년 전부터 몇 번이나 말씀드렸지만 지금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들은 당신들이 찾아오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럼 실례하도록 하지요."

"가이아! 기다려 주십시오. 겨우 이걸로 끝내서는 곤란합니다. 또 와주시겠습니까?"

"바란다면 5년 후에 다시. 안녕히, 마누엘."

그 말을 끝으로 여자의 모습은 단상에서 사라졌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회장을 가득 채우고 있던 터질 듯한 긴장감이 천천히 사라졌다.

사람들은 일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걸로 끝이야?"

"농담이겠지."

"저게 외계인? 어딜 봐도 인간이잖아."

"설마, 지금 것도 무슨 마술이나 속임수 따위 아닌가요?"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런 감상을 내뱉고 있었다.

하지만 두 번 이상 그녀를 만났던 사람들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떠드는 사람들에게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다음 번에는 또다시 레이저포나 뭘 쏴보는 것이 좋겠어. 모습만 봐서는 못 믿는 사람들이 슬슬 늘어나는 것 같은 걸."

"그렇게 느긋한 소리 하고 있을 때야! 저렇게 몇 번이나 가까이 오지 말라는 걸 보면, 우리들이 알면 곤란한 뭔가가 있는 게 틀림없어! 그것만 알 수 있다면......"

"공격하겠다고? 우리들 무기로는 스치지도 못하고, 탐지기로도 못 잡는데?"

"우선 관여하고 싶지 않다면서 왜 이렇게 찾아오는 거야? 정말 지긋지긋해."

빈 단상에 주석이 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