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의 전반부는 '예비 고2 국어공부법' 대로 공부해 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쓰는 글입니다. 후반부에 제로베이스/노베이스 수험생을 위한 최소시간 커리큘럼이 소개됩니다.
1. 기출문제를 통한 총정리
고1, 2를 충실하게 보냈다면 이제 남은 것은 기출문제를 반복해서 푸는 것밖에 없습니다. 수능이 1994학년도부터 시작됐고, 모의평가도 중간중간 있기 때문에 모의고사로 치면 70회분이나 됩니다. 다 풀어보고 공부하면 좋겠지만 시간상 다 풀기는 어렵습니다. '마르고 닳도록'(마닳) 외에는 전개년 기출문제 해설을 제공하는 책도 없고, 가격도 만만치 앖습니다. 재수생이라면 도전해볼 만하지만, 고3 학생이라면 약 5개년 기출문제(모의평가 포함 15회분)를 제공하는 마더텅 또는 수경 자이스토리 기출문제집을 푸는 것이 현실적인 타협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출문제를 통해 다양한 문학작품, 문법개념, 독서 지문을 만나게 될 겁니다. 여기에 지금까지 공부한 것들을 종합적으로 적용해보는 것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판단 기준을 출제자의 기준과 일치시키는 것입니다. 『국어의 기술1, 2』를 잘 공부했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은 제가 기출문제를 풀 때의 자세에 대한 글입니다. 꼭 읽어보길 권합니다.
2. 모의고사 풀기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3. EBS(?)
이에 대해서도 써둔 글이 있습니다. 좀 더 과감하게 말하자면, 수능 연계 때문에 EBS를 보는 것은 시간낭비입니다. 왜 그런지 궁금하다면 EBS에서 매번 수능 후 발표하는 연계율 자료는 찾아보세요. 수험생 입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일 겁니다.
만약 자신이 제로베이스/노베이스(노베) 수험생이라면?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남들이 갔던 길을 따라 가야 합니다. 그것도 더 열심히요. 기초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면 『국어의 기술0』, 『결국은 어휘력』부터 빠르게 읽어나가세요. 이후 『국어의 기술1, 2』, 『독해력 강화 도구 3가지』를 본 후 바로 기출문제 풀이에 들어가세요. 부족한 부분은 기출문제집의 해설을 통해 보충하며 깨달음을 심화해나가야 합니다. 1등급 욕심을 낸다면 앞서 소개했던 『개념 있는 국어 문법』도 수험 기간 내내 주기적으로 복습해나가고요. 이게 제가 생각하는 최소시간 커리큘럼입니다.
그런데 노베이스 수험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공부법이나 최소 커리큘럼이 아닙니다. 인내와 끈기입니다. 요즘은 이를 그릿(grit)이라고도 많이 하죠. 저는 스스로를 노베이스라며 공부법을 묻는 학생들이 칭찬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태도, 자신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지금까지는 공부를 소홀히 해왔지만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노베이스 학생은 공부해 본 경험이 적기 때문에 빠르게 지치고 마음이 쉽게 풀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집안에 돈이 많다면 비싼 학원에 과목별 명문대생 과외까지 붙여서 억지로라도 공부하게 만들겠지만, 극소수의 학생에게만 허락된 일입니다. 2014년 아시안 게임 마장마술 금메달리스트인 정유라 씨가 '돈도 실력이야',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고 했다죠? 보통 국내대회 출전하는 말이 0.5~1억 수준인데 정유라 씨는 8억에 가까운 말을 탔다고 합니다. 종목 특성상 말의 기량이 중요하고, 우수한 말일수록 비싸니 '돈=실력'은 일견 맞는 말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공부는 꼭 그렇지 않습니다. 말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달리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끈기와 인내만 있다면 저렴하게 공부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는 것입니다. EBS에서 무료강의도 들을 수 있고, 양질의 참고서도 같은 양을 인쇄소에서 제본하는 것보다 가격이 훨씬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인내와 끈기만 있으면, 돈이 많지 않더라도 실력으로 상대방을 앞지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말을 아무리 들어도, 막상 책상 앞에 앉으면 마음이 풀어지고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을 것입니다. 그때마다 자신을 정신차리게 할 무언가를 생각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무언가는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이루고 싶은 꿈일 수도, 같은 대학에서 만나고 싶은 짝사랑일 수도, 혹은 선의의 경쟁자로 생각하는 친구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런 것들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나 때문에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떠올리는 것도 좋습니다. 다음은 제가 수능장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쓴 글입니다.
OMR카드 마킹이 끝나고, 마지막 시험의 종료령이 울렸어. 답안지를 걷어가고, 감독관 선생님이 답안지의 사인과 개수를 확인해. 확인이 끝나면 이제 제출했던 휴대전화를 나눠줄 거야. 홀가분한 표정의 학생도 있고, 흐느끼고 있는 학생도 있어. 잠시 후 감독관 선생님이 수고했다며 가도 좋다고 말해. 너는 의자를 집어넣고 교실 밖으로 나와. 웅성거리는 학생들과 함께 계단을 내려가. 건물을 빠져나와 운동장을 걸어가. 한꺼번에 빠져나온 학생들과 교문 밖에서 기다리시던 부모님들이 뒤섞이며 어수선해.
네 부모님도 멀리서부터 보여. 수험기간 동안 너보다 일찍 일어나시고, 너보다 늦게 주무셨던 어머니.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일하셨던 아버지. 1년 동안 부쩍 나이가 드신 것 같아. 하루 종일 가슴 졸이며 네가 시험 잘 치기를 바라셨던 부모님은 네 표정을 먼저 살펴.
너는 밝게 웃으며 부모님께 다가가고, 부모님은 고생했다며 너를 꼬옥 껴안아주셔. 그리고 네가 이렇게 말해. 최선을 다했다고, 시험 잘 친 것 같다고, 그동안 뒷바라지하시느라 고생하셨다고, 오늘은 부모님 좋아하는 음식 맛있게 먹자고.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자신이 어떻게 하면 인내와 끈기를 쥐어짤 수 있을지 늘 고민하기 바랍니다. 자원이 부족한 사람들의 유일하고, 또 가장 강력한 무기가 바로 인내와 끈기이기 때문입니다. (여담이지만 심리학 실험결과에 따르면, 사탕처럼 당분이 있는 것으면 좀 더 인내할 수 있다고 합니다.)
끝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끈기에 관한 명언을 소개합니다.
"세상에 어느 것도 끈기를 대신할 수 없다. 재능도 끈기를 대신할 수 없을 것이다. 재능을 지녔음에도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천재성도 끈기를 대신할 수 없다. 성공하지 못한 천재는 또 얼마나 많은가. 교육도 끈기를 대신할 수 없다. 세상은 교육받은 낙오자로 가득 차 있다. 끈기와 결단력만 있으면 못할 일이 없다." _미국 30대 대통령 캘빈 쿨리지
"Nothing in the world can take the place of Persistence. Talent will not; nothing is more common than unsuccessful men with talent. Genius will not; unrewarded genius is almost a proverb. Education will not; the world is full of educated derelicts. Persistence and Determination alone are omnipotent." _ Calvin Coolidge(30th USA President)
이 말은 맥도날드 창업회장 레이 크록의 사무실에도 늘 걸려있었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스터디플래너, 책상 앞에도 적혀 있길 바랍니다. 수험생활하며 인내와 끈기를 단련시킬 수 있다면 수능 점수를 몇 점 올리는 것보다 더 큰 삶의 자산이 될 겁니다.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