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밤

박인걸



쏟아지는 별빛을 물결에 싣고

밤새도록 지줄대며 흐른 냇물아


반디불이 깜박이던 한여름밤

불협화음에도 정겹던 풀벌레 노래


소나무숲 방금 지나온 바람

가슴까지 닦아내는 고마운 길손


왕거미 집 짓던 처마 밑에서

꿈길을 거닐던 하얀 바둑이

희미한 초승달 별 숲에 갇혀

밤새 노 젓다 지친 나그네


산새도 깊이 잠든 검은 숲 위로

더러는 길 잃은 운석의 행렬


수줍어 한밤에 고개를 들고

밭둑에 피어나는 달맞이 꽃아


적막에 잠든 고향 마을에

은하수 따라 스르던 그리움


이제는 아스라한 추억 너머로

꿈길에 더러 거니는 그해 여름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