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계단』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전새롬 옮김 | 황금가지 | 2013

사형이 확정된 수감자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교도관과 전과자가 합심하여 사건을 재조사해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제47회 에도가와 란포 상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당선된 소설이자, 역대 수상작 중 최단기간에 100만 부의 판매 기록을 세운 베스트셀러이다.

사형 집행까지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기억 상실증에 걸려 자신의 범행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형수의 무죄를 밝혀 주는 사람에게 거액의 현상금을 지금하겠다는 익명의 의뢰인이 나타난다. 소설은 이 상금을 노리고 사건을 새롭게 수사하는 두 남자의 추리 과정을 박진감 있게 그려나간다.

사형 제도 및 현대 국가의 범죄 관리 시스템에 의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가장 기본적인 사건 처리 단계부터 법무부 장관의 최종 집행 결정에 이르기까지, 사형이 진행되는 과정을 묘사하며 사형 제도를 간접적으로, 그러나 생생하게 체험시켜 준다.

줄거리 제공: 알라딘
사심가득 동아리, 강다은의 추천사: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죄의 무게를 어떻게 가늠해야 하며 그에 대한 형벌은 무엇을 목적으로 어떻게, 또 누가 집행해야 하는가? 이 책은 추리소설의 형태로 무거운 주제를 흥미롭고 몰입감 있게 풀어내고 있다. 사형을 앞둔 살인범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움직이는 두 주인공. 같으면서도 다른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긴박감에 손에 땀을 쥐면서도 어느새 차분히 고민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추리문학 #13계단 #다카노가즈아키 #에도가와란포상 #사형제도 #범죄

"신부님, 고백 성사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죄를 지었습니다."

신부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 꿇은 사형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제단 위의 십자가를 등지고 엄숙한 어투로 말했다.

"당신의 평생에 걸친 죄, 전능하신 하느님을 거역한 것을 회개합니까?"

"네."

"나는 너의 죄를 사하노라."

그 신의 말씀을 듣고 난고는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160번이 범한 죄를 신은 용서했으나 인간은 용서하지 않는다.


_『13계단』 189쪽

『가면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

아버지 소유의 별장 근처 작은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꿈이었던 도모미는 그 꿈이 이루어질 날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식장으로 예정된 교회에 다녀오다가 운전 부주의로 인해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절벽에서 추락해 사망한다. 얼마 후, 그녀의 약혼자였던 다카유키는 도모미의 아버지로부터 별장에 와서 묵으라는 초대를 받는다.

도모미가 죽은 이후에도 그녀의 가족과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던 다카유키는 기꺼이 초대에 응해 도모미의 부모와 오빠를 비롯한 7명의 친인척과 함께 별장에서 며칠을 보내기로 한다. 다카유키가 별장에 도착한 날 밤, 경찰에 쫓기던 2인조 은행 강도가 별장에 침입해 그곳에 모여 있던 8명을 감금하고 인질극을 벌인다.

인질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인질과 강도 사이에 피 말리는 신경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인질 중 한 사람이 등에 칼이 꽂힌 시체로 발견된다. 정황으로 미루어 범인은 강도가 아닌 인질 중 한 사람. 나머지 7명의 인질은 서로에 대한 의심으로 패닉에 빠진다.

줄거리 제공: 알라딘
사심가득 동아리, 박혜미의 추천사: 추리소설 특유의 파격적인 사건의 시작으로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빠르게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책이다. 복잡하지 않고 간결한 등장인물을 등장시키고 순조롭게 이야기를 진행하며 작가 특유의 서술 트릭을 사용하는 동시에 반전의 결말을 느낄 수 있다. 빠르게 넘겨지는 페이지 수와 함께 점점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는 과연 독자의 추리와 같을지 궁금하다. 추리 이야기 속 진짜 주인공, 그 속에 담겨있는 의미를 찾으며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추리문학 #가면산장살인사건 #히가시노게이고 #별장 #인질극

혹시 도모미를 떠올리게 하는 물건들이 그대로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방은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왼쪽에 샤워실이 있고, 방 안쪽 창문가에 침대와 조그만 책상이 놓여 있다. 다카유키는 다소 맥이 빠지는 걸 느끼면서도 동시에 안도했다. 도모미의 추억에 둘러싸여 있으면 도저히 잠이 올 것 같지 않다.


_『가면산장 살인사건』 24쪽

『고백』

미나토 가나에 글,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9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어린 딸을 잃은 여성 교사 유코는 봄방학을 앞둔 종업식날, 학생들 앞에서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불의의 익사 사고로만 알고 있던 학생들에게 느닷없이 공표된 것은 차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이다. 『고백』이라는 제목에 걸맞은 나직하고도 담담한 어조로 시작된 이야기는 점차 잔인한 진실로 이어지고, 이윽고 걷잡을 수 없는 파문으로 치닫는다. "내 딸 마나미는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습니다. 그 범인은 바로 우리 반에 있습니다." 학생들은 술렁대고 유코는 계속해서 말을 잇는다. “저는 두 사람이 생명의 무게와 소중함을 알았으면 합니다.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를 깨닫고 그 죄를 지고 살아가길 원합니다. 그래서…….”

딸아이의 죽음으로 삶이 송두리째 파괴된 유코, 그녀가 준비한 복수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미나토 가나에의 강렬한 데뷔작 『고백』은 범인인 열세 살의 중학생들에게 믿을 수 없이 가혹한 복수를 실행하는 어느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줄거리 제공: 알라딘
사심가득 동아리, 배윤서의 추천사: 추리소설의 묘미는 보통 주인공의 눈을 따라가며 복선을 발견하고 범인을 색출하는 과정에 있다. 하지만 「고백」은 처음부터 범인을 밝히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담담하게 풀어 쓰는 등장인물들의 말투 속에 잔인한 인간의 본성이 담겨있다. 작가는 이들의 내면을 집요하게 묘사하여 마치 자신이 실제 겪은 일인 듯한 생각까지 들게 한다. 충격적인 고백의 연속과 속도감 있는 전개로 끝까지 당신을 끌어당길 것이다.

#추리문학 #고백 #미나토가나에 #촉법소년범죄 #등교거부 #왕따 #사적복수 #존속살해

역시 잔인한 범죄자에게 제재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것은 결코 범죄자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제재는 평범한 세상 사람들의 착각과 폭주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남에게 칭찬받고 싶다는 소망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착한 일이나 훌륭한 행동을 하기란 힘듭니다. 그렇다면 가장 간단한 방법은 무엇일까. 나쁜 짓을 한 사람을 질책하면 됩니다. 아무리 그래도 가장 먼저 규탄하는 사람, 규탄의 선두에 서는 사람에겐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겠지요. 아무도 찬동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규탄는 누군가를 따르기란 무척 쉽습니다. 자기 이념은 필요 없고, '나도, 나도' 하고 거들기만 하면 그만이니까요. 게다가 착한 일을 하면서 일상의 스트레스도 풀 수 있으니 최고의 쾌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한 번 그 쾌감을 맛보면 하나의 제재가 끝나도 새로운 쾌감을 얻고 싶어 다음번에 규탄할 상대를 찾지 않을까요? 처음에는 잔학한 악인을 규탄했지만, 점차 규탄받아야 할 사람을 억지로 만들어내려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이미 중세 유럽의 마녀 재판이나 다름없습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벌할 권리가 없다는 사실을…….


_『고백』 83쪽

『오리엔트 특급 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영희 옮김 | 황금가지 | 2019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애거서 크리스티가 만든 명탐정 푸아로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자신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들 목록에 이 작품을 꼽으며 "플롯이 완전 새로운 발상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실제로 이 작품은 완벽에 가까운 트릭으로 독자들을 놀라게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대표작을 꼽으면 언제나 손꼽히는 작품으로, 「가디언」에서 선정한 애거서 크리스티 베스트 10 목록에도 이름을 올렸다.

오리엔트 특급 열차가 폭설 속에 고립되고, 한 남자가 열두 번이나 칼에 찔린 시체로 발견된다. 국적도 나이도 성별도 지위도 모두 다른 열두 명의 승객들이 서로의 알리바이를 증명하는 가운데, 도무지 풀릴 것 같지 않은 미스터리에 푸아로가 도전한다.

줄거리 제공: 알라딘
사심가득 동아리, 손시영의 추천사: 추리소설의 대가답게 첫 장부터 인물의 외양을 훑어내면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푸아로와 함께 추리를 하면서 범인이 누구일지 퍼즐을 맞춰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끝에는 예상치도 못할 어마어마한 결말이 있으니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추리문학 #오리엔트특급살인 #애거서크리스티 #열차 #밀실 #탐정

"여기서 며칠 머무를 생각이었는데, 중요한 일이 있으니 곧 영국으로 돌아오라는 전보를 받았답니다."

"아하!"

부크가 한숨을 내쉬었다.

"늘 사건, 사건이군요! 하긴, 당신은 최고의 탐정이니까요!"

"제대로 한 것도 없는걸요, 뭘."

에르퀼 푸아로는 겸손해 보이려고 애썼으나, 당연히 잘되지는 않았다.


_『오리엔트 특급 살인』 29-30쪽

『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9

작품 안에서 늘 허를 찌르는 반전을 선사했던 작가답게, 이번 작품에서 정유정의 상상력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빛을 발한다. 미지의 세계가 아닌 인간, 그 내면 깊숙한 곳으로 독자들을 초대하는 것이다. 지금껏 '악'에 대한 시선을 집요하게 유지해온 작가는 『종의 기원』에 이르러 '악' 그 자체가 되었다. 그리하여 그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정유정만의 독보적인 스타일로 '악'에 대한 한층 더 세련되고 깊이 있는 통찰을 선보인다.

주인공 유진은 피 냄새에 잠에서 깬다. 발작이 시작되기 전 그에겐 늘 피비린내가 먼저 찾아온다. 유진은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을 며칠간 끊은 상태였고, 늘 그랬듯이 약을 끊자 기운이 넘쳤고, 그래서 전날 밤 '개병'이 도져 외출을 했었다. 유진이 곧 시작될 발작을 기다리며 누워 있을 때, 해진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10년 전 자신의 집에 양자로 들어와 형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해진은, 어젯밤부터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집에 별일 없는지 묻는다. 자리에서 일어난 유진은 피투성이인 방 안과, 마찬가지로 피범벅이 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 핏자국을 따라, 아파트 복층에 있는 자기 방에서 나와 계단을 지나 거실로 내려온 유진은 끔찍하게 살해된 어머니의 시신을 보게 된다.

줄거리 제공: 알라딘
사심가득 동아리, 최민혜의 추천사: 이 책에서 작가 정유정은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고 내재된 악이 어떻게 발화하는지 묘사한다. 악이 스스로를 변호하려 들 때, 과연 독자는 그의 입장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날것의 악을 해부하는 작가의 상상력과 함께 페이지를 넘기며 절대악의 탄생을 쫓아가보자.

#추리문학 #종의기원 #정유정 #인간 #내면 #본성 #악

"행복한 이야기는 대부분 진실이 아니에요."

해진은 잠시 틈을 두었다가 대꾸했다. 나는 고개를 뒤로 돌려 해진을 봤다.

"희망을 가진다고 절망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요. 세상은 사칙연산처럼 분명하지 않아요. 인간은 연산보다 더 복잡하니까요."

해진은 나와 시선을 맞대왔다. 그렇지? 라고 묻는 눈이었으나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뭔 예기를 하는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므로. 다만 녀석의 덩치가 나보다 두어 뼘쯤 커 보였다. 나와 불과 한 살 차이였건만, 열 살쯤 차이가 나는 형 같았다. 심지어 어머니와 대등해 보이기까지 했다.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니?"

어머니가 물었다. 해진은 다시 시간을 두었다가 대답했다.

"그래도 한 번쯤 공평해지는 시점이 올 거라고 믿어요. 그러니까, 그러려고 애쓰면요."


_『종의 기원』 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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