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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에에게 마음을 쓰는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왠지 그냥 내버려둘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유난히 외로움을 호소하는 듯한 눈동자는 처음 만났을 때의 마코토와 비슷한 느낌을 풍겼다.

내가 그 무렵 느꼈던 것을 지금 마코토가 이 아이에게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그럼 가자.”

토이로가 말하자 쿠로에와 마코토가 “응” 하고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감동의 초대작’ 이라고 간판을 내건 약 2시간에 가까운 영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감독이지만 대여점에서 빌려본 비디오 중에서 이 감독의 영화는 토이로가 다섯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영화였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싶어한 것이었는데...

세 사람이 앉아 있는 곳은 스크린 정면의 중간 자리.

왼쪽부터 토이로, 마코토, 쿠로에의 순서였다.

뭔가 노린 듯한(?) 자리 순서였지만 토이로가 선두로 걷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고 나서 깨달았다.

극장 안은 역시 시원...하다고 해야 할까, 조금 쌀쌀했다.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심한데 극장 내부는 낮의 설정 온도로 유지된 채.

우-웅. 이대로 두 시간이나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어야 하는건 꽤 힘들지도...

아, 그러고 보니.

가방 안에 카디건이 있었다.

다행이다-.

일단 갖고 와보길 잘했다.

토이로가 고개를 숙이고 가방 안에서 카디건을 꺼내고 있을 때였다.

“추워?”

그렇게 묻는 마코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응. 괜찮-.”

그렇게 대답할 뻔한 토이로였으나 곧 그 질문이 그녀가 아니라 마코토의 오른쪽에 앉아 있는 쿠로에에게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새삼 살펴보니 쿠로에가 강아지처럼 파들파들 가늘게 떨고 있었다.

“뭔가 위에 걸칠 건 없어?”

마코토가 쿠로에에게 물었다.

쿠로에는 말없이 고개만 도리도리 흔들었다.

“그래? 음-. 어떡한다-?”

쿠로에가 상당히 추워 보여 마코토는 뭔가 걸칠 것이 없나 하고 자신의 가방 안을 뒤져보았지만 역시 없는 것 같았다.

토이로는 손에 든 카디건에 눈길을 떨구었다.

이걸 빌려줄까?

아까부터 쿠로에의 떨림이 점점 더 심상치 않게 커져갔고!

좋았어, 그렇게 하자.

뭣하면 나는 마코토한테 바싹 붙어 있으면 되니까............

뭐, 그, 그, 그, 그, 그, 그냥 말이 그렇다는~~~~~.

“아, 이거라도 괜찮다면 입을래?”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말한 사람은 토이로가 아니라 마코토였다.

그는 입고 있는 니트 조끼를 손가락으로 살짝 집어서 쿠로에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쿠로에는 일순 사양하는 듯한 빛을 보였지만 그래도 추위에는 견딜 수 없었는지 바로 고개를 힘차게 끄덕거렸다. 마코토는 니트 조끼를 벗어 쿠로에의 머리부터 뒤집어 씌워주었다.

그랬다. 흡사 뒤집어 씌운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았다.

몸집이 작은 쿠로에는 마코토의 니트 조끼에 쏙 들어가버리는 느낌...이라고 할까. 완전히 폭 감싸여 있었다.

체구가 큰 편인 마코토에게도 품이 낙낙한 그 조끼는 필시 ‘XL' 사이즈.

한편 쿠로에는 숙녀용 사이즈의 ‘S'도 여유가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아동복밖에 없습니다‘ 같은 사이즈일지도...

한편 토이로가 평소 입고 다니는 티셔츠는 남자 사이즈로 말하면 ‘XS' 로 ’S' 사이즈보다도 작았지만 쿠로에의 작은 몸집은 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때문에 소매 없는 조끼로도 충분히 추위를 면할 수 있는지 이윽고 쿠로에의 심상치 않은 떨림은 정상적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토이로는 손에 들고 있던 카디건을-.

내가 입을 거야!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는걸!

그렇게 토라져서 껴입는 카디건은 따뜻했습니다.

그랬습니다...

영화 내용은 옛날의 외국 이야기. 곱슬머리 여자아이가 주인공. 돈벌이를 하기 위해 부모와 떨어져 살게 된 열다섯 살짜리 여자아이는 할머니의 집에서 살게 된다.

할머니는 매우 엄했고 여자아이는 꾸중을 들을 때마다 부모를 그리워하며 외로움에 울기만 할 뿐.

전반부. 귀신처럼 무서워 보이는 할머니였지만 여자아이에게 문학적 재능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할머니뿐.

그리고 할머니는 여자아이에게 소설을 쓸 것을 권하고 여자아이는 스스로를 투영시킨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곧 여자아이는 이야기 속의 또 하나의 자신을 통해서 할머니가 엄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애정을 갖고 자기를 대해주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할머니는 죽고 만다. 여자아이에게 남은 것은 할머니가 사준 종이와 펜과 잉크. 그리고,

[멀리 돌아서 가는 길이라도 괜찮단다. 그게 네가 선택한 길이라면.]

그런 할머니의 말이었다.

그러고 나서 여자아이는 마침내 최초의 이야기를 완성시킨다.

거기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이야기.

여자아이 자신의 이야기.

토이로는 영화가 클라이맥스에 접어들 무렵부터 줄곧 울고 있었다.

주인공 소녀에게 자신의 모습을 조금 겹쳐 보면서.

여자아이가 사랑하는 무뚝뚝하지만 마음 따뜻한 남자아이도 뭔가 그와 비슷했다.

그런 그는 울고 있는 토이로에게 “착하지, 눈물 뚝~” 하고 달래면서 다정하게 미소 지어주었다.

난 어린애가 아닌데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토이로는 그의 웃는 얼굴에 기뻐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