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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해가 저물고 있는지 방 안이 어두컴컴했다.

“이런! 너무 많이 잤네.”

보호자로서 집을 지켜야 하는데 애들을 내팽개치고 자기만 한 사실이 들통 나면 누나한테 주먹으로 맞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꽤 큰일이 될 것 같아 벌떡 일어났다.

그때 몸 위에서 여름용 홑이불이 바닥으로 사르르 떨어졌다.

“이건 누가 덮어 준 건가?”

그러고 보니 에어컨도 상당히 약하게 다시 설정돼 있었다.

“미우가 그랬나?”

홑이불에서는 빤 지 얼마 안 된 향기가 났다.

“음? 뭐지, 이건?”

문득 홑이불과 함께 작은 양말이 덜어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이즈를 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히나의 양말임에 틀림없는데….

“혹시 덮을 게 없어서 그랬나?”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걱정해 준 마음은 기뻤지만, 벗은 양말을 한쪽만 놔두는 것도 보통은 괴롭히는 행동이란다.

“그러고 보니, 애들은?”

어쩐지 집 안에 사람의 기척이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테이블 위에 메모가 놓여 있었다.

<다 같이 슈퍼마켓에 장보러 다녀올게요. 미우>

나를 놔두고 셋이서 나간 거야?

주먹은커녕 그야말로 죽을지도 몰라!

나는 꺼내 놓았던 휴대전화와 지갑을 황급히 주머니에 쑤셔 넣고 현관으로 뛰어갔다.

그대로 신발을 아무렇게나 신고 집을 뛰쳐나가려는데, 문이 저절로 열리며 어디서 본 듯한 사람 좋아 보이는 중년 남성과 맞닥뜨렸다.

“넌 누구냐?”

“네…?”

남자는 입을 열자마자 굴곡이 뚜렷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딸들을 속이고, 그뿐만 아니라 집을 비운 사이에 서슴없이 들어오다니, 배장 한번 두둑하군.”

“뭐라고요? 아, 아니,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몰라? 그렇다면 네 몸에 꼼꼼히 새겨 주마! 아버지의 정이 얼마나 깊은가를!”

“으아아아악! 자, 잠깐만요! 무슨 오해하시는 거 아니에요?”

“오해고 뭐고 알게 뭐냐! 누구냐! 도대체 누구한테 손을 댔냐고!”

“그러니까 그게 굉장한 오해라니까요!”

느닷없이 소리를 지른 남자는 현관에 있던 구두 주걱을 휘두르며 나한테 덤벼들었다.

“우리 귀여운 세 공주님들에게 접근한 벌레 같은 놈! 말해! 소라냐? 미우냐? 네가 손을 댄 건 누구….”

갑자기 남자가 무언가를 응시한 채 움직임을 딱 멈췄다.

거기에는 방금 내가 주운 히나의 양말이 있었는데….

“서, 서, 설마 히, 히나냐~~~?!”

“그럴 리가!”

나도 모르게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