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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 공방으로 와」

카운터 안쪽의 문을 열자 덜컹덜컹 하는 수차 소리가 한층 커졌다. 벽의 레버를 당기니 풀무가 움직이며 바람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금세 화로가 새빨갛게 타올랐다.

주괴를 화로에 살짝 넣고 나는 키리토를 돌아보았다.

「한송용 직검이면 되지?」

「오우. 잘 부탁해」

키리토는 손님용 스툴에 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져. -말해두지만, 완성도는 랜덤 요소에 좌우되니까 너무 과도한 기대는 하지 말아줘」

「실패하면 다시 가지러 가면 돼. 이번엔 로프를 챙겨서」

「……긴 걸로 말이지」

그 요란한 낙하를 떠올리고 미소를 짓는다. 화로에 눈을 돌리니 주괴는 이미 충분히 가열된 것 같았다. 집게로 꺼내, 모루 위에 둔다.

벽에서 애용하는 대장장이용 해머를 집어들고 메뉴를 설정한 다음, 나는 다시 한 번 키리토의 얼굴을 보았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그에게 미소로 응대하고, 해머를 크게 치켜들었다.

기합을 담아 붉게 빛나는 금속을 두드리니 카앙! 하는 맑은 소리와 함께 밝은 불꽃이 요란하게 튀었다.

도움말의 대장장이 스킬 항목에는, 이 과정에 대해, 【제작할 무기의 종류와 사용할 금속의 랭크에 따른 횟수만큼 주괴를 두드림에 인해】라는 말밖에 없다.

다시 말해 금속을 해머로 두드리는 행위 그 자체에는 플레이어의 기술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수많은 소문과 미신이 난무하는 SAO인 만큼 두드리는 리듬의 정확성이나 기합이 결과를 좌우한다는 의견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었다.

나는 나 자신을 합리적인 인간이라 생각하지만, 이 설만큼은 오랜 기간의 경험을 통해 신봉하고 있다. 따라서 무기를 만들 때는 쓸데없는 생각을 품지 않고 해머를 휘두르는 오른손에 의식을 집중해 무의 경지에서 두드려야 한다-는 신조가 있다.

하지만.

캉, 캉, 하고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주괴를 두드리는 동안, 지금만큼은 내 머릿속에 수많은 상념이 소용돌이치며 떠나려 하질 않았다.

만야 운 좋게 검이 완성돼 의뢰를 완수한다면-당연히 키리토는 최전선의 공략으로 돌아가 좀처럼 만날 기회가 없어질 것이다. 검을 정비하러 와준다 해도 고작해야 열흘에 한 번이나 오려나.

그런 건- 그런건-, 싫다. 내 마음속에서 그런 외침이 들려왔다.

사람의 온기에 굶주리면서-아니,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제까지 특정한 남성 플레이어와 거리를 좁히는 것을 주저하고 있었다. 내 안에 자리잡은 외로움의 씨앗이 연모로 바뀌고 마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에,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가상세계가 만들어낸 착각이라고,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만 어젯밤, 키리토의 손에서 온기를 느끼면서 나는 그 망설임이 나를 옭아맨 가시덩굴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나-대장장이 리즈벳이며, 동시에 시노자키 리카이기도 하다. 키리토도 마찬가지다. 게임 캐릭터가 아닌, 피가 흐르는 진짜 인간이다. 그렇다면 그를 좋아한다는 이 마음도 진짜일 것이다.

만족스러운 검을 완성한다면 그에게 내 마음을 고백해자. 곁에 있어달라고, 매일, 미궁에서 이 집으로 돌아와 달라고 그렇게 말하자.

주괴가 단련되며 점점 더 맑은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과 동시에, 내 가슴속의 감정도 확고해지는 것 갈았다. 내 오른손에서 그 마음이 넘쳐나 해머를 타고 지금 막 태어나려는 무기에 흘러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 순간이 찾아왔다.

몇 번일지도 모를-아마 200회에서 250회 사이-망치 소리가 울려퍼진 직후, 주괴가 한층 눈부신 백색광을 뿜어냈다.

직사각형 물체가 광채 속에서 조금씩 모습을 바꾸어나갔다. 앞뒤로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하고, 이어서 코등이로 보이는 돌기가 부풀어올랐다.

「오오……」

낮은 목소리로 감탄하며 키리토가 의자에서 일어나 다가왔다. 우리가 나란히 지켜보는 가운데, 몇 초에 걸쳐 오브젝트 생성이 끝나고 마침내 한 자루의 검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아름답다. 매우 아름다운 검이었다. 원핸드 롱소드치고는 약간 가늘다. 검신을 얇고, 레이피어 정도는 아니지만 가늘다. 주괴의 성질을 이어받은 것처럼 아주 어렴풋하게 뒤가 비쳐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칼날의 색은 눈부신 흰색. 칼자루는 약간 푸른 기운을 머금은 은색이었다.

《검이 플레이어를 상징하는 세계》, 그 캐치프레이즈를 뒷받힘하듯, SAO에 설정된 무기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각 카테고리에 포함된 무기의 고유명을 하나하나 열거하면 아마 수천은 될 것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RPG와는 달리, 그 고유명의 다양함은 무기의 랭크가 높으면 높을수록 늘어난다. 하위 무기는, 예를 들어 한손 직검이라면 《브론즈 소드》나 《스틸 블레이드》같은 멋없는 이름이며, 그런 검은 이 세계에 무수히 존재한다. 하지만 현재 출현한 최상급 클래스의 무기, 예를 들면 아스나의 《램번트 라이트》같은 것은 아마도 세계에 단 한 자루뿐인, 말 그대로 유니크 무기인 것이다.

물론 비슷한 성능을 가진 레이피어는 플레이어 메이드, 몬스터 드롭을 가리지 않고 그 외에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다른 이름, 다른 모습을 지녔다. 그 까닭에 하이레벨 무기는 소유자를 매료시키며 영혼을 나눠준 파트너가 되어가는 것이다.

무기의 이름과 모습은 시스템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제작자인 우리들도 완성될 때까지는 알 수 없다. 나는 모루 위에서 광채를 발하는 검을 두 손으로 집어들-려다가, 그 우아한 외견에 어울리지 않는 무게에 경악했다. 키리토가 가진 검은 검 《일루시데이터》에 뒤지지 않는 근력요구치였다. 허리에 힘을 주어 기합과 함께 가슴 앞까지 들어올렸다.

검신의 아래쪽을 지탱하던 오른손의 손가락을 뻗어 가볍게 원클릭. 그곳에 떠오른 팝업 윈도우를 들여다보았다.

「에-또, 이름은 《다크 리펄서》네. 내가 처음 들어본다는 건, 지금까지 정보상의 명감에 오르지 않은 검이라고 생각해. -어디, 시험해봐」

「아아」

키리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른손을 뻗어 검자루를 쥐었다. 무게 따위 느껴지지 않는다는 동작으로 휙 들어올린다. 메인 윈도우를 열고 장비 피규어를 조작해 하얀 검을 타깃. 이제 검은 시스템상으로도 장비된 것이 되어 수치상의 퍼텐셜을 확인할 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키리토는 즉시 메뉴를 닫더니, 몇 걸음 물러나선 검을 왼손으로 고쳐들고 윙윙 소리를 내며 몇 차례 휘둘렀다.

「-어때?」

더 참지 못하고 물어보았다. 키리토는 말없이 한동안 검신을 바라보고 있었으나-마침내 싱긋 웃었다.

「무겁네. ……좋은 검이다」

「정말!? ……해냈다!!」

나는 무심결에 오른손으로 승리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 손을 내밀어 키리토의 오른 주먹과 딱 마주쳤다.

이런 기분은 오랜만이었다.

옛날-10층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