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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어안은 채 한동안 걸어가니, 금세 산꼭대기 한가운데에 도달했다.

주위를 쓱 둘러보니 드래곤의 모습은 아직 없었다. 하지만 그 대신 수정기둥에 에워싸인 그 공간에-.

「우와아……」

거대한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직경은 10미터도 넘을 것 같았다. 벽면은 얼음에 뒤덮여 반들반들하게 빛났으며, 수직으로 얼마나 깊은지는 알 수도 없었다. 안쪽은 어둠에 쌓여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건 엄청 깊은걸」

키리토가 발끝으로 작은 수정 조각을 걷어찼다. 구멍에 떨어진 수정 조각은 반짝 빛나더니 금세 보이지 않았으며, 그 후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떨어지지 마」

「안 떨어져!」

입술을 비죽이며 말대답했다. 그 직후였다. 마지막 잔조(?照)에 쪽빛으로 물들었던 공기를 가르며, 맹금류를 연상케 하는 높은 울음소리가 얼음산 꼭대기에 울려퍼졌다.

「저기 숨어!!」

키리토가 반론을 허락하지 않는 어조로, 근처의 큰 수정기둥을 가리켰다. 나는 황그히 그 말에 따르며, 키리토의 등 뒤에 대고 재빠르게 말했다.

「에엣또, 드래곤의 공격패턴은, 좌우의 손톱이랑, 얼음 브레스랑, 돌풍공격이래! ……조, 조심해!」

마지막 부분을 재빠르게 덧붙이자, 키리토는 등을 돌린 채 아니꼽게 엄지손가락을 척 세운 왼손을 들어보였다. 거의 동시에 그 전방의 공간이 흔들리면서 거대한 오브젝트가 반투명상태로 출현하기 시작했다.

디테일이 조악한 폴리곤 덩어리가 잇달아 울퉁불퉁하게 출현했다. 그리고 차츰 달라붙어서는 표면이 깎여나가듯 정보량을 늘려가더니, 마침내 거대한 몸이 거의 완성되었다. 아니, 그렇게 보인 순간 온몸을 흔들며 다시 포효를 질렀다. 무수한 파편이 사방으로 튀고, 반짝반짝하는 광채를 발하며 증발하기 시작한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얼음처럼 빛나는 비늘을 가진 백룡이었다. 거대한 날개를 천천히 퍼덕이며 허공에 호버링하고 있다. 무시무시하다-기보다는 아름답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한 모습이었다. 커다랗고 루비처럼 붉은 눈이 높은 곳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키리토가 침착한 동작으로 등에 손을 대고는 칠흑의 한손검을 높은 소리와 함께 뽑았다. 그러자 그것이 신호라도 되는 양 드래곤이 입을 쩍 벌리고-금속성의 사운드이펙트와 함께 새하얗게 빛나는 기체의 분류를 토해냈다.

「브레스야! 피해!」

무심결에 외쳤으나 키리토는 움직이지 않았다. 우뚝 선 자세 그대로 오른손의 검을 세로로 곧게 세워 내질렀다.

저렇게 가느다란 무기로 브레스를 막아낼 수 있을까-생각한 순간, 키리토의 손을 중심으로 검이 풍차처럼 회전하기 시작했다. 엷은 녹색 이펙트에 휩싸인 것을 보니 저것도 소드스킬의 일종인 걸까. 금세 검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회전이 빨라지자 마치 빛의 라운드실드처럼 보였다.

그곳을 향해 얼음 브레스가 정면으로 날아들었다. 눈부신 순백의 섬광,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버렸다. 하지만 키리토의 검이 만들어낸 실드에 부딪힌 냉기의 분류는 사방팔방으로 확산되며 증발하기 시작했다.

나는 황급히 키리토의 몸에 시선을 맞춰 HP바를 확인했다. 브레스를 완전히는 막지 못했는지 오른쪽 끝부터 조금씩 감소했지만, 어이없게도 몇 초가 지나자 금세 회복되고 말았다. 초 고레벨 전투스킬인 《배틀 힐링》인 모양이다. 하지만 저 스킬을 올리려면 전투에서 잇달아 큰 데미지를 입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안전하게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해지고 있다.

대체-정체가 뭐야……?

나는 새삼스럽게 저 검은 옷차림의 검사가 누구인지를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저 정도로 강하다면 틀림없이 공략조일 것이다. 하지만 KoB를 비롯한 주요 톱 길드의 명부에는 그런 이름은 없었는데.

그때, 브레스 공격이 끊어진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키리토가 움직였다. 폭발한 듯 눈안개를 일으키며 허공의 드래곤에게 뛰어들었다.

보통, 비행하는 적에게는 폴암계나 투척계의 리치가 긴 무기로 공격해서 지면에 끌어내린 후 근거리 전투로 들어가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키리토는 드래곤의 머리 위에 닿을 만한 높이까지 점프하더니 공중에서 한손검 연속기를 발동시켰다.

키키잉, 하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눈으로 쫓아가지 못할 만한 속도로 공격이 백룡의 몸에 빨려들어갔다. 드래곤도 좌우 발톱으로 반격했지만 공격의 횟수가 전혀 달랐다.

긴 체공을 마치고 키리토가 착지했을 때는 드래곤의 HP가 30퍼센트 이상 감소한 뒤였다.

-압도적이다. 믿기 없는 전투를 본 충격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드래곤은 땅 위의 키리토를 향해 다시 아이스 브레스를 뿜었지만, 이번엔 대시로 회피하며 다시 점프했다. 중저음을 울리며 단발의 강공격을 잇달아 퍼붓는다. 그때마다 드래곤의 HP는 쭉쭉 깎여나갔다.

백룡의 HP바는 눈 깜짝할 사이에 옐로우를 지나 레드 존까지 돌입했다. 앞으로 한두 차례 공격하면 결판이 날 것이다. 이번만큼은 솔직하게 키리토의 힘을 칭찬해주자고 몸을 일으켰다. 수정기둥 뒤에서 한 걸음 나왔다.

바로 그 순간, 등 뒤에 눈이라도 달렸는지 키리토가 외쳤다.

「바보!! 아직 나오지 마!!」

「뭐야, 이제 다 끝났잖아. 얼른 마무리를……」

내가 목소리를 높인, 그 때-.

한층 높이 치솟은 드래곤이 두 날개를 크게 펼쳤다. 그것이 전방에서 마주하는 것과 동시에, 용의 아랫쪽에 쌓여 있던 눈이 확 솟아올랐다.

「……!?」

무심결에 우뚝 멈춰서버린 내 몇 미터 전방에서, 지면에 검을 꽂은 키리토가 무언가를 말하려고 입을 벌렸다. 하지만 그 모습은 금세 눈보라에 휩싸였고, 다음 순간 나는 공기의 벽에 부딪혀 어이없이 허공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당했다……돌풍공격!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내가 조금 전에 말했던 드래곤의 공격 패턴을 뒤늦게 떠올렸다. 하지만 다행히 공격력 자체는 별로 없는지 데미지는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두 팔을 벌려 착지자세를 잡았다.

하지만-눈보라가 걷현 그 너머에, 지면은 없었다.

산꼭대기에 뻥 뚫렸던 거대한 구멍. 나는 그 바로 위로 날아가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사고가 정지한다. 몸이 얼어붙었다.

「거짓말……」

무의식중에 그 한마디를 중얼거리며 오른팔을 허무하게 하늘로 뻗었다.

-그 손끝을, 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