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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포션류를 보충한 후 두 사람은 전이광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어제처럼 파티에 끌어들이려는 사람들과는 맞닥뜨리지 않은 채, 전이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푸르게 빛나는 전이공간에 뛰어들려다가 시리카는 문득 발을 멈추었다.

「아……나, 47층의 마을 이름, 몰랐지……」

맵을 불러내 확인하려 했더니, 키리토가 오른손을 내밀었다.

「괜찮아, 내가 지정할 테니까」

황송해하면서도 그 손을 잡는다.

「전이! 플로리아!」

키리토의 목소리와 동시에 눈부신 빛이 퍼지며 두 사람은 에워쌌다.

한순간의 전송느낌에 이어 라이트이펙트가 엷어진 순간, 시리카의 시야에 수많은 색채의 난무가 펼쳐졌다.

「우와아……!」

무심결에 탄성을 지른다.

47층 주거구 전이광장은 무수한 꽃으로 넘쳐났다. 가느다란 통로가 원형광장을 십자로 가로질렀으며, 그 이외의 장소는 벽돌 화단으로 되어 이름도 모를 풀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굉장하다……」

「이 층은 통칭 《플라워 가든》으로 불려서, 마을만이 아니라 층 거의 전체가 꽃이야. 시간이 있으면 북단에 있는 《거대꽃의 숲》에도 가볼 텐데」

「그건 나중의 즐거움으로 할게요」

키리토에게 웃어보이며 시리카는 화단 앞에 쪼그려 앉았다. 수레국화와 비슷한 푸르스름한 꽃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 살짝 냄새를 맡아보았다.

꽃은 세밀한 잎맥이 난 다섯 장의 꽃잎에서 하얀 꽃술, 녹색의 줄기에 이르기까지 놀라울 정도로 정밀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물론 이 화단에 핀 모든 꽃을 포함한 전 아인크라드의 식물과 건축물이, 항상 이만큼의 치밀한 오브젝트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랬다간 아무리 SAO 메인프레임이 고성능이라 해도 금세 시스템 리소스를 잡아먹고 말 것이다.

그것을 회피하면서 플레이어에게 현실세계 수준의 리얼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SAO에서는 《디테일·포커싱·시스템》이라는 시스템이 채용되어 있다. 플레이어가 어떤 오브젝트에 관심을 보이고 시선을 집중한 순간 그 대상물에만 리얼한 디테일을 주는 것이다.

그 시스템에 대해 들은 후로, 시리카는 이런저런 것들에 관심을 보이는 행위가 시스템이 괜한 부하를 줄 거라는 강박관념에 시달려 불안했으나, 지금만큼은 기분을 억제하지 못하고 화단 사이를 오가며 꽃들을 감상했다.

실컷 향기를 즐기다 겨우 발을 멈추고, 시리카는 새삼 주위를 돌려보았다.

꽃길을 오가는 사람들은 가만히 보니 대부분이 남녀 2인조였다. 다들 손을 꼭 잡거나 팔짱을 낀 채 즐겁게 담소를 나누며 걸어다닌다. 보아하니 이곳은 그런 장소가 된 모양이었다. 시리카는 곁에서 계속 서있던 키리토를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우리들도, 그렇게 보이는걸까……?

등을 생각한 순간 얼굴이 불처럼 달아오른 것을 얼버무리기 위해, 씩씩하게 말했다.

「자…자아, 필드로 가요!」

「으, 응」

키리토는 잠시 눈을 깜빡였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시리카의 옆에서 걷기 시작했다.

전이광장을 나가도 마을의 메인 스트리트는 여전히 꽃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 안을 나란히 걸으며 시리카는 어제 키리토와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 후로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그만큼 이 검사의 존재감이 자신의 가슴속에서 커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키리토는 과연 어떨까 싶어 살짝 쳐다봤지만, 그는 여전히 신비로운 부분이 있어 속마음을 헤아리기가 힘들었다. 시리카는 한동안 주저한 후 마음을 굳게 먹고 입을 열었다.

「저어……키리토 오빠. 여동생에 대해, 물어봐도 되나요……?」

「그, 그건 왜 갑자기」

「저랑 닮았다, 라고 말했잖아요. 그래서, 궁금해져서…」

아인크라드에선 현실세계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최대의 금기였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이 세계는 가상의 가짜라는 인식이 마음속 깊이 자리잡으면, SAO에 일어나는 《죽음》을 현실로 잗아들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리카는 자기와 닮았다는 키리토의 여동생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다. 설령 여동생이 아니어도, 키리토가 자기에게 바라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고 싶었다.

「…사이는, 별로 안 좋았었지……」

마침내 키리토는 드문드문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여동생이라곤 해도 사실은 사촌동생이야. 사정이 있어서, 걔가 태어났을 때부터 같이 자랐거든. 그녀석은 모르겠지만,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자꾸 거리를 두게 되더라고. 집에서 얼굴 마주치는 것조차 피하고 있었어」

옅은 탄식.

「……거기다가, 할아버지가 엄격한 분이셔서. 나랑 여동생은 내가 여덟 살 때 강제로 근처 검도장에 다니게 됐는데, 난 아무리 해도 적응이 안 돼서 2년만에 그만뒀어. 할아버지께 아주 호되게 맞고……그랬더니 여동생이 크게 울면서 자기가 오빠 몫까지 열심히 할 테니까 때리지 말라고, 그러면서 날 감싸줬어. 난 그 후로 컴퓨터에 푹 빠졌지만, 여동생은 정말로 검도에만 전념해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엔 전국대회에서 꽤 좋은 성적을 낼 정도였지. 할아버지도 만족하셨을 거야…… 그래서 난 계속 걔한테 미안했어. 사실은 그 녀석도 달리 하고 싶은 일이 있었던 것 아닐까. 날 원망하는 건 아닐까 싶어서. 그렇게 생각할수록 자꾸 피하게 되고…… 그러다가 여기까지 와버렸어」

키리토는 말을 멈추더니, 살짝 시리카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래서 널 구해주고 싶었던 건 내 자기만족 때문일지도. 여동생에게 속죄를 하려던 생각이었던 걸지로 몰라. 미안해」

시리카는 외동딸이었다. 그래서 키리토의 말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그래도 어째서인지 키리토의 여동생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동생분, 키리토 오빠를 원망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뭐라 해도, 좋아하지도 않는데 열심히 할 수는 없는걸요. 분명, 검도를, 정말로 좋아했을 거에요」

시리카가 열심히 단어를 고르며 말하자, 키리토가 싱긋 웃었다.

「네겐 위로만 받는구나. ……그렇구나……그러면 좋겠는데」

시리카는 가슴속에 따뜻한 것이 퍼져가는 것을 느꼈다. 키리토가 속내를 이야기해준 것이 기뻤다.

어느샌가 두 사람은 마을 남문에 도달했다. 가느다란 은색 강철재를 조립해 만든 거대한 아치에 덩굴식물이 휘감겨 무수한 백의 꽃을 피우고 있었다. 메인 스트리트는 그 밑을 지나 녹색 언덕으로 에워싸인 가도가 되어, 아지랑이 너머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럼…드디어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