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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서 욱신 하는 격렬한 통증을 느꼈다. 까닭도 없이 심장고동이 빨라졌다. 얼굴이 뜨거워졌다.

허겁지겁 키리토의 손을 놓고 두 손으로 가슴을 꽉 눌렀다. 하지만 욱신거리는 느낌은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왜, 왜 그래……?」

테이블 너머에서 몸을 내미는 키리토에게 고개를 휘휘 가로젓고 간신히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 배고파졌어요」

◆ ◆

스튜와 흑빵, 디저트로 치즈케이크를 먹고 나니 시각은 이미 밤 8시가 넘었다. 내일 있을 47층 공략에 대비해 일찌감치 자기로 하고, 두 사람은 여관 2층으로 올라갔다. 넓은 복도 양 끝에 객실 문이 잔뜩 있었다.

키리토가 잡은 방은 우연히도 시리카의 옆방이었다. 얼굴을 마주보고 웃으며 저녁인사를 나누었다.

방에 들어가자 시리카는 옷을 갈아입기 전에 키리토에게 받은 새 단검에 익숙해지기 위해 연속기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이제까지 썻던 애검보다 조금 무거운 무기에 의식을 집중하려 했으나, 가슴속에 욱신거리는 것이 계속 남아있어 좀처럼 잘 되지 않았다.

그래도 어찌어찌 실패하지 않고 5연격을 날릴 수 있게 되자 시리카는 윈도우를 열어 장비를 해제하고, 속옷바람으로 침대에 들어갔다. 벽을 두드려 팝업메뉴를 불러내 조명을 껐다.

온몸에 묵직한 피로감이 느껴져 금세 잠들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째서인지 평소보다도 잠이 잘 오질 않았다.

피나와 친구가 된 후로는 매일 밤 폭신폭신한 몸을 끌어안고 잤던 탓인지 혼자 쓰는 넓은 침대는 영 허전했다. 한참 침대 위에서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자는 것을 포기하고, 시리카는 몸을 일으켰다. 왼쪽-키리토의 방으로 이어지는 벽을 방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좀 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에게 시리카는 조금 당황했다. 상대는 알게 된 지 한나절도 지나지 않은, 그것도 남성 플레이어다. 이제까지는 다른 남자들이 다가오는 것을 한사코 피했는데, 왜 저런 정체도 모를 검사가 이렇게나 마음 걸리는 것일까.

자신의 마음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흘끔 시계 오른쪽 아래의 시각표시를 확인해보니 이미 밤 10시가 다 되었다. 창 아래에서 오가는 플레이어들의 발소리도 끊어지고, 어렴풋하게 멀리서 개 짖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아무리 그래도 비상식적이니 얼른 자자.

머릿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어째서인지 시리카는 발소리를 죽이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잠깐 노크만 해보는 거야. 자신을 타이르며 오른손을 휘둘러 장비 메뉴를 열었다. 가진 것 가운데 가장 귀여운 튜닉을 꺼내 걸쳤다.

부드러운 촛불의 조명이 드리워진 복도로 나와 몇 걸음을 걸어, 문 앞에서 수십 초간 주저한 후 시리카는 오른손을 들어 조심스럽게 두 차례 두드렸다.

원래 모든 문은 음성차폐 처리가 되어 있기 때문에 말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노크 후 30초간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금세 키리토의 목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무장을 해제한 가벼운 셔츠 차림으로 나타난 키리토는, 시리카를 보자마자 눈을 살짝 크게 뜨며 말했다.

「어라, 무슨 일 있어?」

「저기-」

여기에 와서야 무슨 좋은 핑계를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시리카는 당황했다.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라는 건 너무 애들 같다.

「에에또, 그, 저기-, 사, 47층의 대해, 듣고 싶다고 생각해서!」

다행히 키리토는 의심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좋아. 밑으로 내려갈래?」

「아뇨, 저어-괜찮다면, 이 방에서……」

반사적으로 그렇게 대답한 후 황급히 덧붙였다.

「앗, 그, 귀중한 정보를, 누군가가 들으면 안 되고요!」

「에…아니…그건, 그렇지만……」

키리토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었으나, 마침내 「뭐, 괜찮겠지」라고 중얼거리고는, 문을 활짝 열고 한 걸음 물러났다.

키리토의 방은 당연하지만 자신의 방과 완전히 똑같은 구조였다. 오른쪽에는 침대, 그 안쪽에는 티 테이블과 의자가 하나. 가구라곤 그것뿐이었다. 왼쪽 벽에 달라붙은 랜턴이 오렌지색 빛을 뿜어냈다.

시리카에게 의자를 권하더니, 그는 침대에 앉아 윈도우를 열었다. 재빠르게 조작해 작은 상자를 실체화했다.

테이블 위에 얹힌 상자를 열자 안에는 조그마한 수정구가 들어있었다. 랜턴 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예쁘다…… 그건 뭐에요?」

「《미라쥬·스피어》라는 아이템이야」

키리토가 수정구를 손가락으로 클릭하자 메뉴 윈도우가 나타났다. 재빠르게 조작하고 OK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수정구가 푸르게 발광하며 그 위에 커다란 원형 홀로그래픽이 출현했다. 보아하니 아인크라드의 플로어 하나를 통째로 표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을이며 숲의 나무 한 그루까지 치밀한 입체영상으로 묘사하고 있었다. 시스템 메뉴에서 표시할 수 있는 간소한 맵과는 천지차이였다.

「우와……」

시리카는 넋을 놓고 푸른 반투명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가만히 응시하면 길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보일 것 같았다.

「여기가 주거구역이야. 그리고, 이쪽이 추억의 언덕. 이 길을 지나야 하는데…… 이 분근에는 살짝 성가신 몬스터가..」

키리토는 손으로 가리키며 막힘없는 어조로 47층의 지리를 설명했다. 그 침착한 목소리를 듣기만 해도 기분이 따뜻해졌다.

「이 다리를 건너면, 벌써 언덕이 보이…」

갑자기 키리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