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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면 최소한 레벨 55를 확보할 필요가 있으나, 겨우 3일, 아니, 던전 공략까지 생각한다면 이틀만에 레벨을 10 이상이나 올리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가 있다. 제법 성실하게 모험을 반복했던 시리카도 1년이 걸려 겨우 지금의 레벨에 도달했던 것이다.

시리카는 다시 절망에 사로잡혀 고개를 떨어뜨렸다. 지면에서 피나의 날개를 집어들고 두 손으로 살짝 가슴에 끌어안았다. 자신의 어리석음이, 무력함이, 모든 것이 원망스러워 자연스럽게 눈물이 베어나왔다.

남자가 일어나는 기척이 느껴졌다. 떠나가려는 줄 알고 다시 한 번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하나 싶었지만, 입을 열 기력도 남아있질 않았다-.

그때 갑자기 눈앞에 반투명으로 빛나는 시스템 창이 표시되었다. 트레이드 윈도우였다. 고개를 드니 남자도 똑같은 윈도우를 조작하고 있었다. 트레이드 란에 차례로 아이템명이 표시되기 시작했다. 《실버스레드·아머》, 《이본·대거》……어느 하나도 본 적 없는 것들이다.

「저기……」

주저하며 입을 열자, 남자가 무뚝뚝한 말투로 말했다.

「이 장비라면 5, 6레벨 정도는 커버될거야. 나도 같이 간다면, 아마 어떻게든 되겠지」

「엣…….」

입을 살짝 벌린 채 시리카도 일어났다. 남자의 진의를 알 수가 없어 그만히 그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시선이 집중된 것을 시스템이 감지하자 남자의 얼굴 오른쪽 위에 녹색 커서를 띄워주었지만, SAO의 기본사양 때문에 HP바 한 줄기가 무심하게 표시될 뿐 이름도 레벨도 알 수 없었다.

연령을 가늠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장비는 온통 검정. 그 온몸에서 뿜어져나오는 압력과 침착한 분위기는 상당히 연상인 것 같았지만, 긴 앞머리에 감추어진 눈은 순진해 보여 어딘가 여성스러운 얼굴선이 소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시리카는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어째서……이렇게까지 해주시는 건가요……?」

솔직히, 경계심이 앞섰다.

이제까지 자기보다 훨씬 연상인 남성 플레이어에게 구애를 받은 적도 몇 번인가 있었으며, 한 번은 청혼까지 받았다. 13살인 시리카에게 그런 체험은 공포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었다. 현실세계에서는 동급생에게 고백받은 적도 없었는데.

필연적으로 시리카는 흑심이 있을 법한 남성 플레이어들을 미리 피하게 되었다. 애초에 아인크라드에서는 《달콤한 말 뒤에는 뭔가 있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남자는 대답하기 곤란한 듯 다시 머리를 긁었다. 무슨 말인가를 하려고 입을 열기는 했지만 금세 다물고 만다. 그러더니 시선을 돌리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만화도 아니고 말이지……웃지 않는다고 약속한다면, 말할게」

「웃지 않을게요」

「네가……여동생과, 닮았으니까」

정말로 허술한 그 대답에, 시리카는 무심결에 웃어버렸다. 당황해서 한 손으로 입을 막았지만 치밀어오르는 웃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우, 웃지 않는다고 말했으면서……」

남자는 상처받은 표정으로 어깨를 떨어뜨리고,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이 더욱 웃음을 불러왔다.

-나쁜 사람이 아니구나……

필사로 웃음을 삼키며 시리카는 남자의 선의를 믿어보기로 했다. 한번은 죽음조차 각오했던 몸이다. 피나를 되살리기 위해서라면 아까워할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었다.

꾸벅 고개를 숙이며 시리카가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구해주셨는데, 거기다 이런 일까지……」

트레이드 윈도우를 쳐다보고, 자신의 트레이드 란에서 가지고 있는 콜 전액을 입력했다. 남자가 제시한 장비 아이템은 모두 열 종류 이상에 달했으며, 모두 비매품 레어 아이템인 듯 했다.

「저기……이정도로는, 완전히 부족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니, 돈은 됐어. 어차피 남는 거였고, 내가 여기까지 온 목적과도, 아마 겹치지 않지도 않으니까……」

무언가 알 수 없는 말을 하면서, 사내는 돈을 받지 않고 OK버튼을 눌렀다.

「죄송해요, 이것저것…… 저기, 저, 시리카라고 해요」

이름을 대면서도 남자가 자신의 이름을 듣고 놀라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했으나, 아무래도 시리카의 이름은 기억에 없는 모양이었다. 살짝 유감스러웠지만, 자신의 그러한 자만심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것을 곧바로 떠올리며 반성했다.

남자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오른손을 내밀었다.

「난 키리토. 한동안 잘 부탁해」

꽉 악수를 나눈다.

키리토라는 이름의 플레이어는 벨트에 걸어둔 파우치에서 방황의 숲 지도 아이템을 꺼내 출구로 이어지는 에리어를 확인하더니,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뒤를 따라가며, 시리카는 오른손에 쥔 피나의 깃털을 입가에 대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기다려, 피나. 절대로 살려줄 테니까-.

35층 주거구는, 흰 벽에 붉은 지붕을 가진 건물이 늘어선 목가적인 농촌 풍경의 것이었다. 그리 큰 마을은 아니지만 지금의 중층 플레이어들의 주요 전장이라 오가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시리카의 홈타운은 8층에 있는 프리벤 마을이었지만 당연히 집을 구입한 것은 아니었으므로, 어느 마을의 여관에서 숙박하건 그리 큰 차이는 없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제공되는 저녁식사의 맛. 그 점에서 시리카는 이곳 여관의 NPC 주방장이 만드는 치즈케이크를 매우 좋아했기 때문에, 방황의 숲 공략을 시작한 2주일 전부터 계속 체류하고 있었다.

신기한 듯 주위를 둘러보는 키리토를 데리고 대로에서 전이광장으로 들어서니 금세 낯익은 플레이어들이 말을 걸어왔다. 시리카가 파티에서 탈퇴했다는 소문을 재빨리 입수하고는 파티에 끌어들이려는 것이었다.

「저, 저기…말씀은 고맙지만……」

듣는 사람들이 기분나빠하지 않도록 열심히 고개를 숙이며 제의를 거절하고, 시리카는 곁에 선 키리토에게 시선을 보내며 말을 이었다.

「…당분간 이 사람과 파티를 짜게 되어서……」

에에-, 그건 아니지, 하고 입마다 불만의 소리를 높이면서, 시리카를 둘러싼 수많은 플레이어들은 키리토를 수상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시리카는 이미 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