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고문의주세요 ✔ 탱크게임

로 시선을 낮추더니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을 쳐다보았다.

우리가 서 있는 작은 수정판에서 멀리 떨어진 하늘의 한 점에- 그것이 떠 있었다. 원뿔형의 꼭짓점을 잘라낸 듯한 모양. 얇은 층이 겹쳐져 전체를 구성하고 있다. 가만히 응시하니, 층과 층 사이에 작은 산과 숲, 호수, 그리고 도시까지 보였다.

“아인클라드....”

내 중얼거림에 아스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틀림없다. 저것은 아인클라드다. 무한한 하늘에 떠도는 거대한 부유성. 우리가 2년에 걸쳐 싸웠던 검과 전투의 세계. 그것이 지금 눈 아래에 있다.

아인클라드에 오기 전, 원래 세계에서 발표되었던 SAO의 자료로 외견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실물을 외부에서 바라본 것은 처음이었다. 경외감과도 같은 감정에 휩싸여 숨을 죽였다.

강철의 거성은- 지금 그야말로 붕괴되어가고 있었다.

우리가 말없이 지켜보는 동안에도, 기반 층의 일부가 분해되어 무수한 파편을 흩뿌리며 떨어져나갔다. 귀를 기울이니 바람 소리에 섞여 무거운 굉음이 어렴풋이 들려왔다.

“아....”

아스나가 작은 목소리를 냈다. 아래쪽이 한층 크게 무너지며 구조물에 뒤섞인 채 무수한 나무와 물이 차례차례 떨어져선 붉은 구름바다에 묻혀갔다. 저 부근은 우리의 숲속 집이 있었던 곳이다. 2년간의 기억이 새겨진 부유성의 플로어 하나하나가 얇은 막을 벗겨낸 듯 천천히 무너져갈 때마다 애환이 가슴을 찔렀다.

나는 아스나를 끌어안은 채 수정판 끄트머리에 앉았다.

이상하게도 마음은 고요했다. 우리가 어떻게 된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지만 불안은 없었다. 나는 해야 할 일을 해냈고, 거짓된 목숨을 잃었으며, 지금 이렇게 사랑하는 소녀와 둘이 세계의 마지막을 지켜보고 있다. 이젠 그것으로 족하다-. 어쩐지 충만한 기분이었다.

그것은 아스나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내 팔 안에서 살짝 눈을 뜬 채 무너져가는 아인클라드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천천히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꽤나 절경이로군”

갑자기 곁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와 아스나가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자 어느샌가 그곳에는 한 남자가 서있었다.

카야바 아키히코였다.

성기사 히스클리프가 아니라 SAO 개발자인 그의 원래 모습이었다. 하얀 셔츠에 넥타이를 메고 긴 백의를 걸쳤다. 선이 가는, 날카로운 이목구비 가운데 히스클리프와 똑같은 금속질 눈동자가 부드러운 빛을 머금은 채 사라져가는 부유성을 바라보고 있다. 그의 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투명했다.

이 남자와 조금 전까지 서로의 목숨을 건 사투를 벌였는데도 내 감정은 여전히 고요했다. 이 영원한 저녁노을의 세계에 왔을 때 분노나 증오를 놓고 와버린 것일까. 나는 카야바에게서 시선을 돌려 다시 거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건, 어떻게 된 거지?”

“비유적 표현....이라고 해야 하나”

카야바의 목소리도 조용했다.

“현재 아가스 본사 지하 5층에 설치된 SAO 메인프레임의 전 기억장치에서 데이터의 완전소거작업을 실행하고 있다. 앞으로 10분이면 이 세계의 모든 것이 소멸되겠지”

“저기 사는 사람들은....어떻게 돼?”

아스나가 문득 물었다.

“걱정은 필요없다. 아까-”

카야바는 오른손을 움직여 나타난 윈도우를 흘끔 보고 말을 이었다.

“살아남은 전 플레이어, 6147명의 로그아웃이 완료되었다”

그렇다면, 클라인도 에길도, 저 세계에서 알게 된, 2년간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 무사히 저쪽으로 돌아간 것이다.

나는 한 차례 질끈 눈을 감고는 배어나오는 것을 흘려보내며 물었다.

“....죽은 사람들은? 한 번 죽은 우리가 여기 이렇게 있는 것을 보면, 이제까지 죽은 4천명도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줄 수 있었던 것 아냐?”

카야바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윈도우를 닫더니, 두 손을 백의의 주머니에 집어넣고 말했다.

“목숨은, 그렇게 가볍게 다루어서는 안 되는 거다. 그들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아. 죽은 사람이 사라지는 것은 어느 세계에서나 마찬가지지. 너희들과는- 마지막으로 조금만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이 시간을 만든 것뿐이야”

그것이 4천명을 죽인 인간이 할 소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상하게도 화가 나지는 않았다. 대신 다른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근원적인, 아마도 모든 플레이어, 아니, 이 사건을 아는 모든 사람들이 품었을 의문.

“어째서- 이런 짓을 한 거야.....?”

카야바가 쓴웃음을 흘리는 기척이 느껴졌다. 한동안의 침묵.

“왜-, 일까. 나도 긴 시간동안 잊고 있었어. 어째서일까. 풀다이브 환경 시스템의 개발을 알았을 때- 아니,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나는 저 성을, 현실세계의 온갖 틀이나 법칙을 초월한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만을 원하며 살았지. 그리고 나는....내 세계의 법칙마저도 초월한 것을 볼 수 있었어.....”

카야바는 평온한 빛을 머금은 눈동자를 나에게 향하고는 다시 얼굴을 돌렸다.

조금 강하게 불어온 바람이 카야바의 백의 끝자락과 아스나의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거성의 붕괴는 반 이상 이루어졌다. 추억이 많았던 도시 알게이드도 이미 분해되어 구름의 무리에 빨려들어갔다.

카야바의 말이 이어졌다.

“아이들은 차례차례로 이런저런 몽상을 하지? 내가 하늘에 뜬 강철성의 공상에 사로잡혔던 것이 몇 살 때였던가..... 그 정경만은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내 안에서 지워지질 않았어. 나이를 먹으며 점점 더 리얼하게, 크게 펼쳐져갔지. 이 지상에서 떠나 그 성으로 가고 싶다......오래, 아주 오랫동안, 그것이 나의 유일한 욕구였어. 나는 말이지, 키리토 군, 아직도 믿고 있어- 어딘가 다른 세계에는, 정말로 저 성이 존재할 것이라고.....”

갑자기 나는, 내가 그 세계에서 태어나 검사를 꿈꾸며 자란 소년이었던 것 같은 감회에 사로잡혔다. 소년은 어느 날 헤이즐넛색 눈을 가진 소녀와 만난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마침내 맺어져, 숲속의 작은 집에서 언제까지고 살아간다-.

“그래....그렇다면 좋겠는걸”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팔 안에서 아스나도 살짝 끄덕였다.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시선을 멀리 향하니, 붕괴는 성 이외의 장소에도 미치기 시작했다. 무한히 이어진 구름바다와 붉은 하늘이, 까마득한 저 너머부터 하얀빛에 휩싸여 사라져 가는 것이 보였다. 빛의 침식은 여기저기에서 발생해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듯했다.

“...말하는 것을 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