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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이쪽을 쳐다보는 아스나에게-.

나는 마음속으로 미안하다고 중얼거리며 몸을 휙 돌렸다. 초연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카야바를 향해 입을 열었다.

“....미안하지만, 딱 하나 부탁이 있다”

“뭐지?”

“간단히 질 생각은 없지만, 만약 내가 죽는다면- 잠시뿐이라도 좋아, 아스나가 자살할 수 없도록 해줘”

카야바는 의외라는 듯 한쪽 눈썹을 꿈틀 움직였으나 이내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녀는 살렘부르그에서 나올 수 없도록 설정하지”

“키리토, 안 돼!! 그런 거, 그런 건 싫어!!”

내 배후에서, 눈물 섞인 아스나의 절규가 울렸다.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오른발을 뒤로 끌며 왼손의 검을 앞으로, 오른손의 검을 낮추고 자세를 잡았다.

카야바가 왼손으로 윈도우를 조작하자, 나와 녀석의 HP바가 동시에 같은 길이로 조정되었다. 레드 존 바로 직전, 강공격 클린히트 한 방이면 결판이 나는 양이다.

이어서 녀석의 머리 위에, 【changed into mortal object】- 불사속성을 해제했다는 시스템 메세지가 표시되었다. 카야바는 거기서 윈도우를 지우더니 바닥에 꽂아두었던 장검을 뽑아 십자방패 뒤에서 겨누었다.

의식은 차갑고 맑았다. 아스나 미안해....그런 생각이 거품처럼 떠오른 후 터진 것을 마지막으로, 나는 마음의 투쟁본능을 얼어붙게 해 날카롭게 갈기 시작했다.

승산은 확신할 수 없다. 지난번 듀얼에서는 소드스킬로만 따진다면 녀석보다 뒤떨어지는 느낌은 없었다. 그러나 카야바가 말하는 《오버 어시스트》. 이쪽이 정지한 채 녀석만이 움직이는 시스템 개입기를 사용한다면 그렇지만도 않다.

모든 것은 카야바의 자존심에 달려 있다. 말투로 판단하자면 녀석은 《신성검》의 성능 범위 내에서 내게 이기려 들겠지. 그 허점을 찔러 단기결판으로 몰고 가는 것 말고는 내가 살아남을 길은 없을 것이다.

나와 카야바 사이에 긴장감이 높아져갔다. 공기마저도 그 압력에 떨리는 것 같았다. 이것은 듀얼이 아니다. 그저 살육전일 뿐이다. 그렇다- 나는 저자를-

“죽인다...!!”

날카로운 호흡과 함께 내뱉으며, 나는 바닥을 찼다.

오른손 검을 수평으로 휘둘렀다. 카야바가 왼손의 방패로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막아냈다. 불꽃이 튀어 두 사람의 얼굴을 순간적으로 밝게 비추었다.

금속이 부딪히는 그 충격음이 전투개시의 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단숨에 가속한 두 사람의 검이 주위의 공간을 제압했다.

그것은 내가 과거 경험했던 무수한 전투 가운데에서도 가장 이질적이고 인간적인 싸움이었다. 두 사람 모두 한 번은 서로의 스킬을 보여준 적이 있다. 게다가 《이도류》 스킬을 디자인한 것은 녀석이므로 단순한 연속기는 모두 간파당할 거라고 봐야 한다. 예전의 듀얼에서 내 스킬을 모조리 막아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나는 시스템으로 설정된 연속기를 일절 쓰지 않고, 좌우의 검을 나의 전투본능이 명령하는 대로 휘둘러댔다. 당연히 시스템 어시스트는 얻을 수 없으나, 한계까지 가속된 지각의 도움을 받아서인지 두 팔은 평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내 눈에도 잔상 때문에 검이 몇 자루, 몇십 자루로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카야바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확하게 나의 공격을 차례로 막아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조금이라도 나에게 허점이 보이면 예리한 일격을 날린다. 이를 내가 순간적인 반응만으로 막아낸다. 국면은 좀처럼 바뀌려 들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적의 생각을, 반응을 읽기 위해 카야바의 두 눈에 의식을 집중시켰다.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했다.

카야바- 히스클리프의 진주색 눈동자는 어디까지나 싸늘했다. 예전 듀얼 때 언뜻 보았던 인간다움은 이제 한 조각도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나의 등에 살짝 오한이 내달렸다.

내가 상대하고 있는 것은 4천명이나 되는 인간의 해치운 자인 것이다. 과연 인간이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 4천의 죽음, 4천의 원한. 그 중압을 받아들이면서도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괴물이다.

“우오오오오오!!”

마음 깊은 곳에 태어난, 지극히 미약한 공포의 파편을 날려버리기 위해 절규했다. 더욱더 양손의 움직임을 가속시켜 1초에 몇 번이나 되는 공격을 퍼부었지만 카야바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눈에도 보이지 않는 속도로 십자방패와 장검을 움직여 정확하게 내 공격을 튕겨냈다.

가지고 놀아지는 건가-!?

공포가 초조함으로 가속해갔다. 방어 일변도로만 보이지만, 사실 카야바는 언제든지 반격해 내게 일격을 날릴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이 마음을 뒤덮어간다. 놈은 오버 어시스트 따위 쓸 필요도 없던 것이다.

“젠장.....!”

그렇다면- 이건 어떠냐-

나는 공격을 전환해, 이도류 최상위 스킬 《디·이클립스》를 사용했다. 태양의 코로나처럼 전방위에서 분출된 검극이 초고속으로 카야바에게 쇄도해갔다. 연속 27회 공격-.

-그러나. 카야바는 그것을, 내가 시스템에 규정된 연속기를 내는 것을 줄곧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놈의 입가에 처음으로 표정이 떠올랐다. 그것은 지난번과는 반대인- 승리를 확신한 미소였다.

처음 몇 히트를 날린 시점에서 나는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후의 최후에, 나의 센스가 아니라 시스템에 의지하고 말았다. 이젠 연속기를 도중에 멈출 수는 없다. 그 순간 경직시간이 발생하고 만다. 그러나 내가 휘두르는 공격은 모조리, 마지막 일격에 이르기까지 카야바에게 파악당하고 있다.

검이 날아드는 방향을 예측해 눈부시게 움직이는 카야바의 십자방패에 허무하게 공격을 꽂으며, 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미안해- 아스나....적어도 너만큼은-살아서-

27격째의 왼손 찌르기 공격이, 십자방패의 중심에 명중하고, 불꽃을 흩뿌렸다. 직후, 경질적인 비명을 지르며 내 왼손에 쥐어진 검이 박살났다.

“작별이다- 키리토 군”

움직임이 멈춘 내 머리 위에서 카야바의 장검이 높이 올라갔다. 그 검신이 진홍색 빛을 뿜어내고 있다. 핓빛 띠를 이끌며 검이 날아든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강하게, 격렬하게,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키리토는-내가-지켜보이겠어!!

진홍으로 빛나는 카야바의 장검과 그 자리에 굳어진 내 몸 사이에 엄청난 스피드로 날아든 실루엣이 있었다. 밤색의 긴 머리카락이 하늘에서 춤춘다.

아스나-어떻게-!?

시스템적 마비상태에 의해 움직이지 못할 그녀가 내 앞에 서 있었다. 용감하게 가슴을 펴고, 두 팔을 크게 벌린 채.

카야바의 표정에도 경악이 엿보였다. 그러나 공격은 이제 그 누구도 멈출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움직이는 가운데, 장검은 아스나의 어깻죽지부터 가슴까지 가르며 정지했다.

이쪽을 향해 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