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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전리품으로 대박을 내기 전까지 뒤질 생각은 없다고”

녀석들이 넉살좋게 받아친 직후, 문이 묵직한 울림과 함께 천천히 움직였다. 플레이어들이 일제히 무기를 꺼내들었다. 나도 등에서 동시에 두 자루의 애검을 뽑아들고, 곁에서 세검을 든 아스나에게 시선을 보낸 후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십자방패 뒤에서 장검을 낭랑하게 뽑아든 히스클리프가 오른손을 높이 치켜들고 외쳤다.

“-전투, 개시!”

그대로, 완전히 열린 문 안으로 뛰어든다. 전원이 따른다.

내부는, 제법 넓은 돔형의 방이었다.나와 아스클리프가 듀얼했던 투기장 정도 되어보인다. 원호를 그리는 검은 벽이 높이 치솟아 까마득한 머리 위에서 곡선을 이루며 닫혔다. 32명 전원이 방으로 뛰어들어 자연스러운 진형을 짜며 멈춰선 직후- 등 뒤에서 굉음을 울리며 문이 닫혔다. 이제 여는 것은 불가능할 터이다. 보스가 죽거나, 우리가 전멸할 때까지는.

몇 초간의 침묵이 이어졌다. 아무것도 없는 넓은 바닥 전체에 주의를 기울였으나 보스는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팽팽해질 대로 늘어난 신경을 애태우듯 1초, 또 1초의 시간이 흘러갔다.

“어이-”

누군가가,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낸 바로 그 때.

“위야!!”

옆에서, 아스나가 날카롭게 외쳤다. 흠칫 놀라 머리 위를 올려다본다.

돔의 천장에- 그것이 붙어 있었다.

거대하다. 매우 거대하고, 길다.

지네-!?

본 순간, 그렇게 생각했다. 길이는 10미터 정도 될까. 하지만 여러 개의 마디로 나뉜 그 몸은 벌레라기보다는 인간의 척추를 연상케 했다. 회백색 원통형 마디마다, 뼈가 그대로 드러난 날카로운 다리가 달린 것이다. 그 몸을 따라 시선을 움직여가니 서서히 굵어져가는 끄트머리에 흉악한 형태를 한 두개골이 있었다. 이것은 인간의 것이 아니다. 유선형으로 일그러진 그 머리뼈에는 끝이 날카롭게 치켜 올라간 두 쌍의 눈구멍이 있었으며, 내부에서 푸른 불꽃이 번뜩였다. 크게 전방으로 돌출된 턱뼈에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줄지어 나 있고, 두개골 양쪽 옆으로는 낫 모양으로 튀어나온 거대한 뼈의 팔이 보였다.

시선을 집중하자 노란 커서와 함께 몬스터의 이름이 표시되었다. 《The Skullreaper》- 해골의 수확자.

무수한 다리를 꿈틀거리며 천천히 돔의 천장을 기어다니던 해골 지네는 플레이어들이 놀라 말도 못하고 바라보는 가운데, 갑자기 모든 다리를 활짝 펼쳐- 파티의 머리 위로 낙하했다.

“뭉치지 마라! 거리를 벌려!!”

히스클리프의 날카로운 외침이, 얼어붙은 공기를 잘라냈다. 정신을 차린 플레이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도 낙하 예측지점으로부터 황급히 물러났다.

하지만 떨어지는 해골 지네 바로 밑에 있던 세 명의 움직임이 약간 늦었다. 어느 쪽으로 이동할지 주저하는 듯 다리를 멈추고 위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쪽이다!!”

나는 황급히 외쳤다. 주박이 풀린 세 사람이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배후에서, 지네가 땅을 울리며 착지한 순간 바닥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균형을 잃은 세 사람은 헛발을 굴렀다. 그 틈에 지네의 오른발- 거대한 뼈의 낫이, 날의 길이만 해도 인간의 몸만큼 긴 그것이, 수평으로 휘둘러졌다.

세 사람이 등을 동시에 베여 날아갔다. 허공에 떠 있는 동안에도 그들의 HP바가 맹렬한 기세로 줄어들어간다-노란색 주의 영역에서 붉은 위험영역으로-.

“....!?”

그리고, 어이없게 제로가 되었다. 아직 공중에 떠 있던 세 사람의 몸이 잇달아 무수한 결정을 흩뿌리며 터져나갔다. 소멸음이 한데 겹쳐져 울렸다.

“-!!”

옆에서 아스나가 숨을 멈췄다. 나도, 몸이 격렬하게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일격에-사망이라고-!?

스킬·레벨제 병용인 SAO에서는 레벨 상승에 따라 HP의 최대치도 함께 상승하므로 검의 실력고 상관없이 수직적인 레벨만 높으면 그만큼 잘 죽지 않게 된다. 특히 오늘 파티는 고레벨의 플레이어만 모였으므로 설령 보스의 공격이라 해도 몇 히트짜리 연속기 정도라면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그것이, 고작 일격에-.

“이런건...말도 안 돼....”

갈라진 목소리로 아스나가 중얼거렸다.

순식간에 세 명에 목숨을 빼앗은 해골지네는, 상체를 높이 세워 포효하더니 맹렬한 속도로 플레이어들의 한 집단을 향해 돌진했다.

“와아아아-!!”

그 방향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공황에 빠져 비명을 질렀다. 다시 뼈의 낫이 높이 치켜 올라간다.

순간, 그 바로 아래로 뛰어드는 그림자가 있었다. 히스클리프였다. 거대한 방패를 들고 낫을 막아낸다. 귀를 찢는 충격음, 불꽃이 튀었다.

하지만 낫은 두 자루였다. 좌측의 팔로 히스클리프를 공격하면서도 오른쪽 낫을 치켜들어 얼어붙은 플레이어들을 향해 내리찍으려 했다.

“젠장....!”

나는 무의식적으로 뛰어나가고 있었다. 하늘을 날듯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굉음과 함께 날아드는 뼈낫 바로 아래로 몸을 날렸다. 좌우의 검을 교차시켜 낫을 막아낸다.

무시무시한 충격. 그러나- 낫은 멈추지 않았다. 불꽃을 튀기며 내 검을 밀어내며 눈앞까지 밀려들어왔다.

틀렸어, 너무 무거워-!

그 때, 새로운 검이 허공에 순백의 빛줄기를 끌며 아래쪽에서 날아들어 낫에 명중했다. 충격음. 기세가 늦춰진 그 틈에, 나는 온몸의 힘을 짜내 뼈낫을 다시 밀어냈다.

내 바로 옆에 선 아스나는 이쪽을 힐끔 보며 말했다.

“둘이 동시에 받아내면- 가능해! 우리라면 할 수 있어!”

“-좋아,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