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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탄식했다. 긴급탈출이 불가능하다면 생각지도 못한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이 나올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사망자를 내지 않는다- 그것이 이 게임을 공략할 때의 대전제였는데. 그러나 보스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클리어도 불가능하다.....”

“드디어 본격적인 데스 게임이 됐다는 건가....”

“그렇다고 해서 공략을 포기할 수는 없다”

히스클리프는 눈을 감고는, 속삭이듯, 그러나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결정에 의한 탈출이 불가능한 데다, 이번에는 보스 출현과 동시에 배후의 퇴로마저 차단당하는 구조. 그렇다면 통제가 되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한 대부대를 동원해 부딪힐 수밖에 없다. 신혼인 자네들을 불러내 미안하지만, 받아들여주었으면 한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협력은 하도록 하죠. 다만, 저에게 있어서는 아스나의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만약 위험한 상황이 된다면, 파티 전체보다 그녀를 지킬겁니다”

히스클리프는 어렴풋한 웃음을 띄웠다.

“무언가를 지키려는 자는 강한 법이지. 자네의 용감한 전투를 기대하겠다. 공략 개시는 3시간 후, 예정 인원은 자네들을 포함한 32명. 75플로어 콜리니아 시 게이트에서 오후 1시에 집합이다. 그럼 해산”

그 말만을 남기고 붉은 성기사와 그 부하들은 일제히 일어나더니 방을 나갔다.

“세 시간인가-. 어떻게 할까”

강철의 기다란 테이블에 오도카니 앉은 아스나가 물어왔다. 나는 말없이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하얀 바탕에 붉은 장식이 들어간 원피스 전투복에 쌓인 늘씬한 몸, 길고 윤기나는 밤색 머리카락, 반짝이는 헤이즐넛색 눈동자- 그 모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석처럼 아름다웠다.

언제까지고 내가 시선을 돌리지 않고 있으려니 아스나는 매끄러운 하얀 뺨을 살짝 붉게 물들이며,

“왜.....왜 그래”

하고 부끄러운 듯이 웃었다. 나는 조금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아스나....”

“응?”

“....화내지 말고 들어줘. 오늘의 보스공략전....참가하지 않고, 여기서 기다려 주지 않을래?”

아스나는 나를 빤히 쳐다보고, 살짝 슬픈 듯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어째서 그런 소릴 하는 거야....”

“히스클리프에겐 그렇게 말해뒀지만, 크리스탈을 쓸 수 없는 장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무서워....네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난다....하고 생각하면...”

“....그런 위험한 장소에, 자기만 가고, 나는 안전한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어, 라고 말하는 거야?”

아스나는 일어나더니 당당한 걸음걸이로 내 앞까지 다가왔다. 그 눈동자에 격정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만약 그래서 키리토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나 자살할거야. 더 살아있을 의미도 없고, 단지 기다린다면 자신을 용서할 수 없게 되는걸. 도망친다면, 둘이 도망쳐. 키리토가 그렇게 하고 싶다면 나는 그걸로 좋아”

말을 끊고, 오른손 손끝을 내 가슴 한복판에 가져다 댔다. 눈동자가 부드러워진다. 입가에 어렴풋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도 말이지....오늘 참가하는 사람은 모두 무서워하고 있을 거라 생각해. 도망치고 싶어할 거야. 그런데도 충분히 사람이 모인 것은, 단장과 키리토, 틀림없이 이 세계 최강의 둘이 선두에 서기 때문.....이 아닐까나....키리토가 그렇게 말하는 걸 싫어한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들을 위해....둘이 원래 세계에 돌아가서, 다시 한 번 만나기 위해서, 함께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

나는 오른손을 들어 내 가슴에 모인 아스나의 손을 살짝 감싸쥐었다. 그녀를 잃고 싶지 않다는 통렬한 감정이 가슴속 깊이 치밀어 올랐다.

“....미안....나, 약해졌어. 본심으로는, 둘이서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해. 아스나도 죽지 않았으면 좋겠고, 나도 죽고싶지 않아. 현실세계에....”

아스나의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며 그 다음 말을 입에 담았다.

“현실세계로, 돌아가지 않아도 좋으니까...그 숲의 집에 언제까지나 함께 살고 싶어. 언제까지나....둘이서만....”

아스나는 나머지 한쪽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꽉 움켜쥐었다. 무언가를 견뎌내려는 듯 눈을 감고는 눈썹을 찡그리고 있다. 약간 벌어진 그 입술에서 애절한 한숨이 새어나왔다.

“응....꿈만 같아....그럴 수 있다면, 좋을 텐데....매일, 함께....언제까지나....”

그리곤 잠시 말을 끊더니, 덧없는 희망을 끊어버리듯 입술을 꾹 깨물었다. 눈을 뜨고 나를 올려다보는 표정은 진지했다.

”키리토. 생각해본 적 있어....? 우리들의, 본래의 몸이 어떻게 됐을지”

나는 허를 찔려 입을 다물었다. 그것은 아마 모든 플레이어들의 공통된 의문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세계와 연락할 방법이 없는 이상 생각해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모두 막연한 공포를 품으면서도 굳이 그 의문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을 꺼리고 있었다.

“기억해? 이 게임이 시작된 때의, 그 사람....카야바 아키히코의 튜토리얼. 너브기어는, 2시간까지의 회선절단을 허용한다고 했어. 그 이유는....”

“......우리들의 몸을, 수용할 수 있는 병원 같은 시설로 이동하기 위해....”

“그래서, 실제로 며칠이 지난 후에, 모두들 한 시간 정도 회선이 끊어졌던 사건이 있었지”

확실히 그런 일이 있었다. 나도 눈앞에 떠오른 디스커넥션 경고를 바라보며, 이대로 두 시간이 지나 너브기어에 목숨을 잃는 것이 아닐까 불안해했다.

“내 생각에, 아마도 그때 모든 플레이어가 일제히 여기저기 병원으로 옮겨졌던 것 같아. 일반 가정에서 몇 년이나 식물 상태인 인간을 간호하는 건 무리잖아. 병원에 수용해서, 다시 회선을 연결했던 건 아닐까.....”

“.....응. 그럴지도 모르겠다....”

“우리들의 몸이, 병원의 침대 위에서, 수많은 코드에 연결된 채, 간신히 살아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면....그런 거, 몇 년이나 무사히 이어질 거라곤 생각할 수 없어”

나는 갑자기 내 몸이 희미해지는 듯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서로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듯 아스나를 꼭 끌어안았다.

“....즉...게임을 클리어하든 못하든, 그것과 관계없이 타임리미트가 존재한다....는 건가....”

“.....그것도,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