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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마주보았다. 이 화제를 오래 끄는 것은 위험하다.

“그, 그보다도, 지금의 물고기씨에게서 아이템이 나왔어요”

아스나가 윈도우를 조작하자 손에 은백색으로 빛나는 낚싯대 한 자루가 나타났다. 이벤트 몬스터에게서 드롭되었으니 아마도 비매품 레어아이템일 것이다.

“오, 오오, 이것은!?”

니시다가 눈을 반짝이며, 그것을 손에 잡는다. 주위의 참가자도 일제히 술렁였다. 보아하니 잘 얼버무렸구나....하고 생각한 순간.

“다....당신, 혈맹기사단의 아스나 씨....?”

한 젊은 플레이어가, 2, 3보 다가오더니 아스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 얼굴이 확 빛난다.

“그래, 역시 그랬어, 나 사진도 가지고 있는걸!!”

“으.....”

아스나는 뻣뻣하게 웃으면서 몇 걸음을 물러났다. 조금 전의 두 배는 되는 술렁임이 주위에서 들끓었다.

“가, 감격이다! 아스나씨의 전투를 이렇게 근거리에서 볼 수 있다니....그래, 사, 사인을 부탁해도 될....”

젊은 남자는 순간 딱 입을 닫고, 나와 아스나 사이에서 시선을 몇 번 왕복시켰다.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겨....결혼, 하신건가요....”

이번엔 내가 굳은 웃음을 지을 차례였다. 나란히 부자연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는 우리 주위에서 일제히 비탄에 가득찬 외침이 솟았다. 니시다만은 무슨 일인지 이해하지 못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거렸지만.

나와 아스나의 은밀한 밀월은, 이런 식으로 겨우 2주만에 막을 내렸다. 그래도 마지막에 유쾌한 이벤트에 참가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날 밤, 우리들 곁에 75층의 보스몬스터 공략전에 참가함을 요청하는 히스클리프의 메세지가 도착한 것이다.

다음 아침.

침대 끝에 앉아 힘없이 끙끙거리고 있자니 준비를 다 마친 아스나가 금속 발굽이 달린 부츠를 울리며 눈앞까지 다가왔다.

“자, 언제까지 속상해하고 있으면 안돼!”

“그치만 겨우 2주간이었다고”

어린이처럼 말대답하며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오랜만에 새하얀 기사복을 입은 아스나가 매우 매력적으로 보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임시라고는 하나 길드를 탈퇴하기에 이른 경위를 생각해보면, 이번 요청을 거절할 수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메세지의 말미에 있었던 “이미 피해가 나왔다”는 한 문장이 우리들을 무겁게 짓눌렀다.

“역시, 이야기만이라도 듣고 오자. 자, 벌써 시간 됐어”

등을 두드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나 장비 화면을 열었다. 길드는 일시탈퇴 중이므로 몸에 익은 검은색 레더코트와 최소한의 방어구만을 걸치고, 마지막으로 두 자루의 애검을 등에 교차시켜서 맸다. 그 무게가 오랫동안 인벤토리에 방치해두었던 것에 대한 말없는 항의처럼 느껴졌다. 나는 검들을 달래듯 살짝 뽑았다가 동시에 기세좋게 칼집에 꽂았다. 높고 맑은 금속음이 실내에 울려퍼졌다.

“응, 역시 키리토는 그 모습 쪽이 어울려”

아스나가 생글거리며 오른팔에 매달렸다. 나는 고개를 한 바퀴 돌려 한동안 이별하게 될 신혼집을 둘러보았다.

“....얼른 정리하고 돌아오자”

“그렇네!”

서로 고개를 끄덕이고, 우리는 문을 열고 겨울의 기척이 짙게 드리워진 차가운 아침 공기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22층 전이광장에는, 낚싯대를 끌어안은 익숙한 모습으로 니시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에게만은 출발시각을 미리 알려두었던 것이다.

“잠깐 이야기해도 괜찮겠죠?”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우리는 셋이 나란히 광장 벤치에 앉았다. 니시다는 상층의 바닥을 올려다보며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솔직히, 지금까지는, 위 층에서 클리어를 목표하고 싸우는 분들도 있다는 것을 어딘가 다른 세상 이야기인 것처럼 생각했지요....내심으론 이제 여기서 탈출하는 것을 포기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나와 아스나는 말없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전기업자들의 세계도 나날이 진보해서 말이죠. 저도 젊었을 때부터 상당히 손재주가 있었던 축에 속해 이제까지는 기술이 진보해도 어떻게든 따라잡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년이나 현장을 떠났으니 이젠 무리겠지요. 어차피 돌아가봤자 회사에 복귀할 수 있을지 어떨지도 모르겠고, 짐짝 취급만 당해 비참하게 살아가느니 그저 여기서 느긋하게 낚시나 하는 것이 낫겠다고.....”

말을 끊더니 깊은 나이가 새겨진 얼굴에 작은 웃음을 짓는다. 나는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SAO의 포로가 되어 그가 잃은 것은, 나같은 녀석은 상상할 수도 없는 범주의 것이 아닐까.

“저도-”

아스나가 갑자기 말했다.

“저도, 반년쯤 전까지는 같은 생각을 하면서 매일 밤 혼자 울었었어요. 이 세계에서 하루가 지날 때마다, 가족의 일이라던가, 친구, 진학, 제 현실이 점점 무서워져 가는 느낌이 들어서, 미칠 지경이었어요. 잘 때도 원래 세계의 꿈만을 꾸고.....조금이라도 강해져서 빨리 게임 클리어를 할 수밖에 없다, 라고 무기의 스킬 올리는 데에만 바빴어요”

나는 놀라서 옆의 아스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와 만난 즈음엔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는데. 타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야 하루이틀 일이 아니긴 하지만.....

아스나는 내게 시선을 보내더니 살짝 웃고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반년쯤 어느 날, 최전선에 전이해서 미궁으로 출발하려 하자, 광장의 풀밭에 낮잠을 자고 있는 사람이 있었죠. 레벨도 상당히 높아보였고, 저는 화가 나서, 그 사람에게 『이런 데서 낭비할 시간 있으면 미궁을 조금이라도 공략해 주세요!』라고.....”

한 손으로 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