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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얼굴을 쳐다보았고, 통신기 저편에서는 켈리가 폭소를 터뜨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당신에게 그런 소리를 했는지 안 들어도 알겠군. 딱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대사야."

"뭐, 그렇지."

"그래서? 당신 자신의 표현은?"

"네가 조종해줬으면 좋겠어. 그것뿐이야."

"전투기는 내 전문이 아닌데. 게다가 이렇게까지 규격 외인 물건을 가지고 해보라니 조건이 안 좋아. 실제로 조종석에 앉아있는 거라면 몰라도 이래선 기체의 특징도 파악할 수 없고 직접 우주를 나는 느낌도 안 와. 치명적이라고. 성공할지 어떨지는 반반인데, 그래도 해봐?"

"어차피 너말고는 아무도 못할 테니까 네가 해줬으면 좋겠어. 그럼 추락하더라도 미련은 없을 테니까."

"사람 꼬시는 게 능숙한 걸. 실패해도 원망하지 말라고."

"그럼 부탁해."

경쾌한 대답이었다.

켈리는 미소를 지으면서 조종석에서 내려와 옆방으로 이동했다. 바쁘게 작업하고 있는 코엔의 등을 향해 말을 던진다.

"잘될 것 같아?"

"해볼 수밖에 없잖아. 넌?"

"마찬가지야. 해볼 수밖에 없지."

켈리는 문득 질문을 던졌다.

"저 여자는 아이아스에 내릴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이유가 뭐지? 당신이 감속 제어만 되돌릴 수 있다면 이 배에 수용하는 편이 빠를 텐데."

"맞는 말이야. 완전히 제어만 돌아올 수 있다면 말이지."

살벌한 대답이었다.

코엔은 자신이 붙들고 있던 입력단말기를 가볍게 두드리면서 말을 이었다.

"이 녀석은 기체를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지시하지만 실제로 그 수치에 맞추는 건 네 일이야. 이 배의 최고 속도는 1.35VL. 하지만 퀸 비는 1.47VL의 속도로 날고 있어. 완전히 수동 조작으로 속도를 동조시켜서 격납고에 진입시킬 수 있겠어?"

켈리는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못할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실제로 조종석에 앉아있을 경우의 얘기겠지."

"그런 거야. 게다가 이런 종류의 웜은 전산기를 백지화시켜도 완전히 소거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어떤 계기로 다시 날뛰지 않을 거란 보장은 전혀 없다고. 어쨌거나 아이아스에 착륙시켜줘. 단, 수직착륙장치는 복구할 수 없으니까."

"어이? 그럼 어떻게 착륙하라는 거야?"

"활공착륙이야. 착륙용 다리하고 바퀴를 이용해."

켈리는 기묘한 신음을 내며 얼굴을 덮어버렸다.

"어떻게 되어먹은 기체야. 정작 중요한 건 하나도 없는 주제에 그런 건 뭐 하러 달고 있는 거야?"

"어디까지나 비상용이니까. 전산기로 날아다니던 시대의 전투기는 모두 그런 구조였어."

"난 전투기 조종사가 아니라고. 기체 자체에는 이상이 없는 거잖아? 어떻게 제대로 착륙하게 만들어볼 수 없어?"

"불가능한 건 아닌데 그 대신 키나 추진력이 안 먹게 되거든."

"뭐어?"

"재스민도 그건 알고 있을 거야. 이 전산기는 이미 7, 80퍼센트 정도 맛이 갔다고. 한번 깨끗이 포맷하고 복구시켜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은 나머지 2, 30퍼센트에 불과해. 그 정상적인 부분을 긁어모아서 평상시보다 훨씬 더 부담이 가는 작업을 시키는 거야. 생명유지, 방향키, 엔진의 복구와 출력조정에 역추진 엔진. 기껏해야 그게 전부일 거야."

딱딱하게 굳어져 있던 코엔의 얼굴이 살짝 풀어졌다.

"게다가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아무리 성질 더러운 웜이라도 착륙용 다리 같은 골동품에는 들러붙을 수 없을 거야. 말을 바꾸자면 이것만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부품이라는 얘기지."

"젠장. 거 더러운 얘기로군."

"처음부터 알고 있었잖아? 이 상태로 원격수동조종이라는 것 자체가 무모한 짓이야."

"퀸 비의 조종 기능은 얼마나 돌아오게 되지?"

"그것도 해보지 않고서는 몰라."

방침이 정해지고, '쿠어 킹덤'은 선회를 계속하는 퀸 비를 추월해 아이아스로 접근했다.

하지만 너무 떨어져버리면 이번에는 조작이 불가능해진다. 선교는 미묘한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쓰고 있었다.

또한 객실에서는 퀸 비의 붉은 기체를 육안으로 확인한 사람들이 분해서 이를 갈고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처럼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굳이 지상으로 내려가야 한다니."

"전산기가 돌아오면 이 배 안으로 수용할 수 없는 걸까요?"

공교롭게도 진저와 알렉산더의 의문에 대답해줄 수 있는 사람은 객실에 없었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에서 켈리나 코엔에게 말을 거는 것은 비상식적인 짓이다.

그들은 그 질문을 선교에 조회해 부선장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대답을 들었다.

"퀸 비에 자동착륙 유도장치가 있다면 물론 수용할 수 있습니다. 재스민 본인의 조종이라도 마찬가지겠죠. 하지만 미스터 쿠어는 처음으로 퀸 비를 조종하는 겁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습니다. 즉 이 배의 격납고 입구보다는 대기권 돌입점 쪽이 훨씬 크다는 거죠. 게다가 코엔 박사의 견해로는 아마도 수직 착륙은 불가능할 거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활주로를 사용해야 하니까요."

전원이 일제히 한숨을 쉬었다.

알렉산더가 담갈색 머리를 쓸어 올리며 말했다.

"우주를 날고 싶은 거라면 왜 좀더 제대로 된 기체로 하지 않은 걸까......"

"그 사람에게 제.대.로.라는 말이 어울릴 거라고 생각해요? 알렉, 당신 형님에게 연락 안 해도 돼요? 아버님에게는?"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재스민이 무사히 착륙하는 걸 확인하고 나서 연락할 테니까."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한편 코엔 바가는 퀸 비가 아이아스의 위성궤도로 향하는 것을 확인하자 전산기를 포맷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들려, 재스민? 이제부터 전산기를 끊을 거야. 엔진 쪽이 먼저 멈출 테니까 관성의 영향은 거의 없을 거야. 아이아스의 궤도까지 다섯 시간, 그 사이에 반드시 복구시켜줄게."

"알았어, 기대하지...... 유레카."

"뭐야?"

"사랑해."

코엔 박사는 순간 말을 잃었다.

하얀 피부가 점점 새빨갛게 물들면서 정맥이 불끈불끈 일어섰다. 이렇게 되면 백곰이라기보다 삶은 문어에 가까워진다.

와들와들 떨면서 깨진 종처럼 둔탁한 목소리로 외쳤다.

"난 그래서 네가 정말 싫어!"

"이 자식,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잖아."

"무슨 상관이야! 그런 소리는 남편에게 해!"

지극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남편은 뭐라 설명하기 힘든 표정으로 콧잔등을 긁적이고 있었다. 그런 소리 들어도 곤란한데, 하는 마음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

퀸 비와 통신이 끊어지자 켈리는 굉장히 거북하게 느끼면서도 코엔 박사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끈질긴 질문이지만, 당신. 저 여자 어디가 그렇게 좋은 거야?"

"닥쳐! 나도 모르겠다고......"

"그렇겠지."

반한 놈이 죄라고나 할까. 눈에 콩깍지가 끼면 곰보도 보조개로 보인다고 하지만, 정말로 불쌍하다고밖에 할말이 없었다.

두 사람 다 잡담은 거기까지 하고 다시 자신의 일을 시작했다. 시간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정비반 역시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모의조종석과 옆방의 입력단말기를 연결해야 한다.

처음에는 각각의 문 앞까지 배선을 길게 연결하려고 했지만 선이 부족한 모양이다. 이것저것 가릴 틈이 없었는지 그들은 레이저 커터를 들고 와서 방 사이의 벽에 구멍을 뚫어버렸다.

그로부터 다섯 시간 동안, 코엔 박사는 단말기 앞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쉴 새 없이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었다.

켈리도 모의조종장치에서 한 걸음도 나오지 않은 채, 펠릭스가 제시한 대기권 돌입저메서 착륙까지의 항로를 확인하고 모의영상을 바라보며 조종 연습에 몰두했다.

비슷한 무렵 의료반도 회의를 하고 있었다.

"건강한 것 같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임신 중이니 정밀검사가 필요해. 이 배까지 데려올지, 아니면 지상의 시설을 사용할지."

"'쿠어 킹덤'을 지상에 착륙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착륙 지점만 알 수 있다면 우리들이 미리 지상에서 기다리는 편이 낫겠지만......"

"시간적으로 어렵지 않을까요? 아이아스 지부에 연락해서 먼저 대기시키는 게 어떨까요?"

"그렇군. 그쪽이 나을지도 몰라."

코엔 박사의 손에 의해 현재의 퀸 비는 관성만으로 우주를 유영하는 금속덩어리가 되었다.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전산기가 복구되지 않으면 퀸 비는 아이아스에 충돌한다.

"다섯 시간으로는 너무 짧은 것 아냐?"

정비반은 코엔에게 들리지 않는 곳에서 그렇게 속삭이고 있었지만, 박사는 착실히 전산기를 복구하고 있었다.

최소한의 연료 공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