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곰출판

p.17

식탐(내 스스로는 음식에 대한 경건한 태도로 이해하지만) 때문일까, 수업에서도 나는 종종 요리를 예로 들어 설명하는 버릇이 있다.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이고, 직관 없는 개념은 공허하다”는 칸트 순수이성비판의 핵심명제를 “조리법recipe 없는 요리 재료는 맹목이고, 요리 재료 없는 조리법은 공허하다”로 바꾸어놓고, 이보다 더 좋은 설명을 찾으려는 노력은 이제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p.126

끊임없이 자극에 노출된 사람은 사유할 수 없다. 사유는 돌아와서 자극을 되새기고 정리하면서 하는 것이다. 그런 시간을 갖지 않는 사람은 사유할 수 없다. 그러나 되새기고 정리해야 할 자극이 없다면 내용 있는 사유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사유의 외출이란 다른 생각, 새로운 경험, 낯선 스타일의 자극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이다.

p.202

그 사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돈이다. 돈은 자신의 손에 들어 있는 사회적 힘이다. 돈은 자신에게 필요한 활동을 다른 사람이 하도록 만들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원하는 행위를 하게 할 수 있다니 얼마나 든든한가. 자신감과 안정감이 생겨난다. 돈은 나를 중심으로 사회가 조화롭게 편성되도록 만든다. 딱히 살 게 없어도 지갑 없이 거리에 나서면 우리는 불안하다. 돈이 불확실성에 대한 진정제 역할을 얼마나 많이 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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