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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의 위기, 그것을 눈치챈 사람은 나뿐일지도 몰라.
일개 여고생에 지나지 않는 나지만 진상을 밝혀내고 말 거야.
가련한 미소녀들을 야수의 엄니로부터 지키기 위해.
그렇게 맹세한 그녀는 어젯밤에 본 텔레비전 드라마의 여주인공처럼 용감한 기분이 들었다.
제 1장 유타, 반성하다
눈을 번쩍 뜨자 흰 토끼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니까..."
아직 정신이 덜 든 머리로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분명히 히나를 어린이집에 대려다 주고 나서 일단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리고 후다닥 아침 설거지를 한 뒤 학교에 가야지, 하교 생각하면서도 소파를 향해 다이빙. 꾸벅꾸벅 졸다가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네. 히나가좋아하는 토끼인형은 자고 있는 사이에 잡아당긴 모양이군.
"큰일이다...! 수업!"
상황 파악과 동시에 1교시 수업시간이 함참 지나 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으악! 또 못 들었네..."
후회해 봐야 소용없었다. 이제 와서 머리를 감싸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하치오지에 있는 캠퍼스에 도착하려면 아무리 바로바로 갈아탄다 해도 한 시간은 걸린다. 서둘러 나가 봤자 헛일이라는 것이 얼마 전까지 살던 원룸과의 큰 차이었다.
"그러니까...이걸로 몇 번쨰지...?"
열두 번 있는 수업 중 삼분의 일을 빠지면 출석일수가 부족하게 된다. 쉽게 말해서 네번 빠지면 자동적으로 그 과목의 학점을 따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 수업에 관해서는 오늘이 세 번째였다. 즉, 아슬아슬하다는 말이다.
수업을 테트리스처럼 스스로 짜 맞춰서 필요한 학점을 모으는 것이 대학 구조인 이상, 선택한 수업의 학점을 따지 못하면 다른 수업을 듣든지 내년에 같은 수업을 다시 듣는 수밖에 없다.
큰일이라는 걱정과 동시에 어떻게는 될 거라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직 1학년이니까 충분히 만회할 수 있겠지. 아마도.
그리고 지금은 그것 말고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대학교 옆의 다다미 여섯장짜리 방에서 벗어나 이 타카나시 가에서 시작된 새로운 생활은 아주 순조롭다...라고까지는 할 수 없어도, 네 명의 가족이 살아가는 데는 과분할 정도로 넓은 집과 누나 부부가 남겨준 유산 덕분에 세 자매에게 괜한 고생을 시키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었고, 바란다면 그것은 사치가 되겠지.
솔직히 조금만 더 보호자로서의 위엄이 있으면 좋으련만....
아무튼 새로운 생활은 그럭저럭 괜찮은 출발을 보였다고 하고 싶지만, 그리 쉽게 방심하고 있을 수만도 없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서은 미루고 있었던 누나 부부의 성묘를 갔을 때의 일이다.
"천만엔?"
고요한 묘지에 나의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꺼림칙한 사고가 난 이래, 허둥지둥이라는 말로 정리해 버리기에는 지나치게 분주한 날들을 보낸 우리는 오늘에야 간신히 누나와 매형의 묘 앞에 섰다.
사고가 일어난 것은 한창 더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