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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보면서 방의 불을 끄더니 어두워진 방 안에서 입을 열었다.

"장소를 바꿀까? 여긴 좀 불편한데."

켈리는 소파 위에서 머리를 싸안은 채 길게 한숨을 쉬었다.

"제발 봐달라구, 여왕."

솔직한 감상이었다.

확실히 자신들은 혼인신고서를 막 제출한 부부이고, 켈리도 이 여자가 싫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당황할 만큼 애송이도 아니다.

하지만 이건 솔직히 말해서 '반칙'이다. 너무 교활하지 않은가.

"어지간한 남자들보다 훨씬 남자다운 주제에, 갑자기 이런 짓을 하면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당신,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말야. 난 생물학적으로 완벽하게 여자라구."

희미한 어둠 속에서 재스민은 이상하다는 듯이 눈을 빛냈다.

"이렇게 가슴이 있는 남자가 어디 있는데?"

진지하게 물어보는 재스민을 피하다가 결국 켈리는 소파 끝까지 몰렸다. 현기증까지 나기 시작한다.

"여왕. 당신이 지금까지 사귀던 사람들, 아무도 남자 꼬시는 법에 대해서 가르쳐주지 않던가?"

"아, 그런 거라면 친구들 쪽이 잘 알던데. 가능한 한 은근하게 초조하게 뜸을 들이라고 조언은 해줬어. 하지만 그런 건 내 방식이 아니라서."

"그래서 올라타겠다고?"

"안 돼?"

상당히 곤란하게도 목소리만은 부드러웠다.

손가락도 그랬다. 의외일 정도로 능숙하게 움직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옷이 벗겨지려는 순간에야 켈리는 당황하며 재스민의 손을 제지했다.

"기다려. 이건 완전히 성희롱이잖아."

"부부 사이에 그런 건 성립 안 돼."

"강간은 성립해!"

재스민은 또다시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왜? 난 싫지 않은데. 강간도 성립 안 하잖아?"

"'내'가 싫다구."

"그러니까, 왜?"

지금까지고 몇 번이나 느꼈던 사실이지만, 재스민에게는 가끔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통해야 할 의사소통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그 상황이 이번에는 특히 심했다.

밀쳐내고 일어나려고 해도, 신장 190센티미터를 넘는 체격이 거의 밀착하다시피 자신의 몸을 덮치고 있다. 게다가 재스민의 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했다. 손목을 잡아 눌리고서야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어지간한 여자라면 분명히 떨쳐낼 수 있을 정도로 힘을 주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야 이 정도 덩치면 힘이 센 것도 당연하지만, 그래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켈리 자신도 일반인 이상으로 큰 체격이고 완력에도 충분히 자신이 있다. 그런 자신의 힘으로도 간단히 밀쳐낼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정말로 곤란하다.

죽어도까지는 아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밀쳐내고 일어나면서 '이런 방식은 찬성할 수 없는 걸' 하고 멋지게 대사를 뱉기는 어려울 듯하다. 억지로 일어나려고 했다가는 반대로 꼴사납게 눌려버릴 가능성도 있어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멋진 몸매에 눈을 빼앗겨버린 것도 사실이다. 샤워로 따스해진 피부의 향기도 나쁘지 않았다.

물론 거부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이대로 끌려가는 것은 뭔가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어 끝까지 저항을 시도했다.

"여왕,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남자는 편한 생물이 아냐. 나름대로 섬세하다는 정도는 이해해줬으면 좋겠는데."

현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반항이었지만, 역시 통하지 않았다.

비상식적인 여왕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누르고 있었다. 어떻게든 진지한 척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뻔히 눈에 보인다.

눈으로는 여전히 웃으면서 몸을 앞으로 내밀더니, 타이르듯이 켈리의 눈앞에서 손가락을 흔들었다.

"저기 말야, 해적. 말해두겠는데, 매일 아침마다 반자동적으로 작동하는 물건을 놓고서 '섬세'하다는 소리를 해봤자 여자들은 전혀 이해가 안 가거든?"

완전히 기운이 빠져버린다.

제발 어떻게 좀 봐달라는 듯이 몸을 돌리려고 했지만, 재스민의 팔이 원래대로 홱 돌려버렸다.

"도망가지 마! 실례잖아. 이런 일은 둘이서 같이 하는 거라구."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이건 누가 봐도 내가 덮쳐지는 거잖아!"

"안 내켜?"

"당연하지!"

"그거, 곤란한 걸."

재스민은 진지하게 말하면서 두 손으로 켈리의 얼굴을 감싸고 바라보며 형용하기 힘든 미소를 지었다.

"난 지금, 정말로 당신을 원하는데."

클린 히트.

이마에 총구를 들이대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거는 것과 조금도 다를 게 없다.

무조건 항복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7장

공화우주연방은 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