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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

일사불란--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이들은 흰뺨검둥오리의 어미와 새끼처럼 선생님 뒤에 달라붙어 손 씻는 곳으로 향했다.

"뭐? 도시락?"

우리는 무심코 얼굴을 마주봤다.

"어, 어쩌지? 그런 건 준비 안 했단 말이야!"

"우린 복장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것 같았는걸…."

"아아앗! 이, 이대로는 우리 귀여운 히나 혼자만 서글퍼질 텐데!"

"얼른 편의점이나 도시락 가게에 갔다 오는 수밖에…."

"편의점 도시락이라니, 더 불쌍하잖아!"

"저기, 히나는 도시락을 안 가져왔나요? 프린터에 적혀 있었는데요."

가볍게 패닉 상태를 일으키고 있는데 매일 아침 현관에서 맞이해 주는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물어 왔다.

이렇게 한심할 수가. 가장 중요한 것을 빠뜨리다니….

그때 교실 분위기가 바뀌었다. 술렁거렸다고나 할까. 모여 있던 학부모들이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

거기에 있던 것은…모델로 착각할 만큼 키가 크고 훤칠한 굉장한 미녀였다. 게다가 상당히 호화로운 정장에 선글라스를 끼고 거대한 찬합을 안고 있엇다.

그 여자는 나를 보자마자 곧장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뭐, 뭐지?

"못 봐서 충격이야."

"누, 누구세요?"

그러자 여자가 냉정하게 지적했다.

"내 얼굴을 잊어버리다니 너무해."

"아…! 라, 라이카 선배님?"

깜짝 놀랐다. 평소에는 거의 맨 얼굴이던 라이카 선배가 완벽하게 화장을 한데다가 정장까지 입고 있었다.

"어째서 라이카 선배님이?"

"엄마 대신이야. 필요 없었던 것 같지만."

라이카 선배가 그렇게 말하며 소라를 봤다.

자기가 입고 있는 헐렁한 정장이 부끄러워졌는지 소라가 손을 휙휙 저었다.

"저, 저기, 이건, 그게…."

"귀여워, 유타, 역시 이거 나한테 줘."

라이카 선배가 그렇게 말하면 한 팔로 소라를 곡 껴안았다.

여러 번 말씀하셔도 못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