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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작업장이었다.

넓은 공간에 큰 작업대가 여럿 놓여 있고, 책상과 의자, 소파 등이 군데군데 놓여 있으며 벽 한 면 전체가 수납장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 것들을 관찰하고 있는 동안 다른 여자가 눈앞에 멈춰 섰다.

하얀 셔츠에 청바지라는 간단하기 짝이 없는 복장으로, 몸도 소년처럼 가늘었다. 짧고 밝은 갈색머리를 녹색이 살짝 돌게 염색해 들판의 풀잎 같은 느낌을 준다.

이쪽이 훨씬 더 '페퍼민트' 같다고 생각하고 있으려니 여자가 줄자를 뽑으면서 말했다.

"미스터 쿠어, 고개를 살짝 숙여주세요. 목둘레하고 어깨 폭이 필요합니다. 당신은 키가 커서 제 손이 안 닿거든요."

형용하기 힘든 표정으로 잎사귀 머리를 내려다보고 있자 재스민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켈리, 포기하고 어울려주라구. 나도 이 사람들 장난감이거든."

"소재라고 말해주세요. 당신처럼 솜씨를 부릴 보람이 있는 모델은 흔치 않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멋대로 허리둘레며 가슴둘레를 재기 시작하던 여자가 켈리를 쳐다보고 웃음을 지었다.

"전 그레이스. 앉아주세요, 미스터 쿠어."

어느 틈에 등 뒤에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기세에 눌려 의자에 앉자, 이번에는 사탕과자가 접근해왔다.

켈리의 머리카락을 살짝 쥐고서,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재스민을 바라보며 묻는다.

" 이 색 어쩔까요? 바꿔요?"

"그런 건 나한테 물어줘."

켈리가 기가 막혀 말하자 사탕과자는 켈리의 얼굴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만, 미스터 쿠어. 제 고용주는 당신이 아니라 당신의 부인이랍니다. 당신 의견은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달콤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신랄한 어조였다.

쓴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어쓱하자 갑자기 그레이스가 '움직이지 마' 라는 듯이 노려본다.

"아무리 그래도 굳이 머리색을 바꿀 필요가 있어?"

"나도 물어보고 싶은 걸. 이유가 뭐야, 페퍼?"

켈리의 머리색은 어둡고, 검은 색인지 보라색인지 파난하기 어려운 특이한 색이다. 페퍼는 그 색이 별로 마음에 안 드는 듯했다.

"조금 무겁지 않을까 해서요. 당신의 빨간 머리에는 안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요? 더 밝은 색으로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요."

"아니, 이대로 충분해. 손대지 말아줘."

"그래. 당신 같은 사탕과자 머리는 사양하고 싶으니까."

농담은 던지자 페퍼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미스터 쿠어, 농담은 그만 해주세요. 당신을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대기업 중역으로 만드는 게 제 일이니까요."

"우리들 일이겠지, 페퍼민트."

켈리의 발치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놀랄 만큼 능숙하게 신발을 벗기고 뭔가 본 같은 것을 뜨고 있다. 긴 갈색 머리가 발치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입고 있는 옷은 크림색 계통의 정통파 정장이었다.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상황이라 짧은 스커트 아래로 무릎에 허벅지까지 드러나 있었다.

그 완벽한 각선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그 다리의 주인이 고개를 들며 웃었다.

"잘 부탁해요. 바이올렛입니다."

그제야 치수 재기에서 해방되어 일어나고, 다른 여자들이 차례로 자기 소개를 했다.

디자이너, 패턴 뜨는 사람, 스타일리스트 등등. 켈리로서는 대체 뭘 하는 직업인지도 알 수 없었지만 대부분이 20대의 젊은 나이였다. 게다가 상당한 미인들뿐.

"나중에 본격적으로 저 사람들하고 어울려야 할 테니, 각오하고 있어."

"잠깐만, 패션모델 짓까지 해야 하는 거야?"

"힘내, 나도 이것만은 사양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나봐. 대기업 회장쯤 되는 사람은 복장도 그에 어울리게 해야 한대."

귀찮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한다.

재스민은 어떻게 봐도 몸차림 따위에 신경 쓸 만한 여자로는 보이지 않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한편 여자들 쪽은 정말로 즐거워 보였다.

헬렌이 만면에 가득 웃음을 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