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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치되지 않은 게이트를 통과했었잖아? 루날의 원시태양계 근처에서. 그때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 조건이 안 좋았는데 그때는 괜찮고 지금은 안 되는 이유가 뭐야?"
펠릭스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그때는, 재스민이, 데리러 오라고 명령했습니다."
정말로 충실하기 짝이 없는 인공두뇌였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라도 최우선 순위의 명령은 거부하지 않는 모양이다.
"넌 지금 그 재스민이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나?"
"예."
"그 자식이라면 어지간한 상황쯤 자력으로 빠져나올 수 있을 테지만 이번만은 우리들이 도와줘야 해. 그것도 알고 있지?"
"예."
"'은목성'이 봉쇄됐다. 눈앞에 있는 이 게이트를 통과하지 않으면 절대로 도우러 갈 수 없어. 알겠어? 내가 허락한다. 안전성은 무시해. 지금은 다소 무모한 짓을 해서라도 '메테올라이트 아이'에 도착하는 게 우선이야."
감응두뇌는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수학에 대해서는 억 단위의 계산이든 뭐든 순식간에 해내는 펠릭스지만 이런문제는 가장 취약한 분야였다.
하지만 다행히 이번 문제는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았다.
켈리는 선장과 동등한 순위를 지니며 지금은 선장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상태였다. 게다가 그 목적은 최우선 순위에 있는 인물의 구출이다. 펠릭스에게 있어서 그 이상의 이유는 필요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게이트 확인. 중력파 엔진, 작동 준비에, 들어갑니다."
"좋아. 착하지."
스테이션에서 동조신호를 받을 수 없는 도약이다. 일종의 비상사태였지만 그런 만큼 승무원들의 실력을 보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항해사는 신중하게 항로와 속도를 지시하고 조타수는 최고의 타이밍으로 중력파 엔진을 동조시키면서 완벽하게 도약했다.
두 번째의 게이트 역시 무사히 도약하고 모네이튼 성계로 나왔다.
'메테올라이트 아이'를 향해 급행하는 도중 '팔라스 아테나'에서 연락이 들어왔다.
켈리는 다이애나를 연락책으로 그 자리에 남겨두고 왔었다.
통신 상대가 '쿠어 킹덤'이니 만치, 평상시의 위장용 중년남자 모습이 아니라 다이애나 자신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면서 푸른 눈을 동그랗게 뜬다.
"어머나, 어째서 그쪽에서 돌아오는 걸까?"
"'은목성'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들었을 텐데. 그쪽은 어때?"
"수확이 있었어. '버밀리온'을 발견했대. 재스민 자신이 아까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 정보를 들은 알렉산더는 객실에서 그대로 선교로 뛰어왔다.
"승무원들은 무사한가?!"
"그건 불명. 현재 아이아스의 배가 확인을 위해 급행 중이에요. 자세한 정보는 조금 기다리라고요."
생긋 웃는 표정은 실로 사랑스럽고 매력적이었지만, 지금의 알렉산더에게는 그 표정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생존자를 확인할 수 없을 리가 없잖아?!"
켈리가 날카롭게 말했다.
"잊어버린 거야? 그 녀석이 타고 있는 기체는 멈출 수 없어. 게다가 소행성대 안이지. 느긋하게 통신 같은 걸 할 수 있겠느냐구. 다이앤, 그 녀석은 '버밀리온'을 발견했다고 말했지? 잔해가 아니라?"
"그래. 선체를 발견했다고 했어. 최소한 우주선의 성태는 남아 있다는 거 아닐까?"
그렇게 말하고서 살짝 눈썹을 찌푸린다.
"그것보다도 좀 곤란한 게 말이지, 아까부터 몇 번이나 호출해도 퀸 비에서 대답이 없어. 아마도 기절한 게 아닐까."
선교가 다시 웅성거렸다. 그리고 켈리는 한숨을 쉬고 있었다.
"저 백곰을 따라하자는 건 아니지만..., 그 여자도 기절 같은 걸 하는 건가."
"미스터 쿠어!!"
알렉산더만이 아니라 선교의 승무원 전원이 절규했다.
너무나도 느긋한 발언이었다. 소행성대를 비행하는 중에 의식을 잃으면ㅡ게다가 감응두뇌조차 탑재되지 않은 기체이니,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눈에 선하다.
살기 어린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 켈리는 쓴웃음을 참고 이었다.
"다이앤, 퀸 비는 아직 비행 중이야?"
"그럴 거야. '버밀리온'을 발견한 이상 무리하면서까지 소행성대를 비행할 필요는 없으니까. 여기서는 감지할 수 없지만 아마도 소행성대에서 탈출하는 항로를 탔을 거라고 생각해. 저 원시태양계도 돌파해낸 사람인데 소행성 따위에 충돌할 리가 없잖아. 절대로."
"동감이야."
"하지만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을 거야."
"그렇겠지."
"그래서 어쩔 건데?"
"어쨌거나 이리로 와. 합류하지."
그리고 켈리는 선교를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자, 그래서 말인데, 들은 대로야. 그 여자는 이쪽으로 돌아올 수 없어. 이쪽에서 갈 수밖에 없지. 난 지금부터 '블루 네뷸러'로 도약하겠어. 뭐, 성공할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그런 자살행위에 말려드는 게 싫은 사람은 지금 피난해줘. 귓가에서 절규하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으니까."
선교는 침묵에 잠겼다.
그 침묵이 얼마나 이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부선장이 용기를 짜내어 주저하며 켈리에게 물었다.
"저어..., '블루 네뷸러'로 도약한다는 건..., 이 배로 도약한다는 뜻입니까?"
"당연하잖아."
켈리는 태연하게 말했지만 선교는 다시 침묵에 잠겼다.
알렉산더쯤 되면 얼굴에 그대로 '이 자식, 미쳤어' 라고 쓰여 있었다.
무엇보다도 전원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짓을 감응두뇌가 승인할 리가 없다.
켈리는 조타석으로 다가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됐으니까 그 자리 조금만 비켜줘."
"하, 하지만 미스터 쿠어, 안 됩니다. 비킬 수, 없습니다."
펠릭스는 머리가 좋은 두뇌임이 틀림없다. 선교의 대화를 듣고서 아무래도 켈리는 '심신상실상태'로 판단하고 재빨리 배의 키를 고정해버린 듯했다.
켈리는 조금 웃으며 말을 걸었다.
"펠릭스, 그렇게 삐치지 마. 착하지? 이리로 키를 돌려줘."
"거부합니다, 미스터 쿠어. 당신은,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었습니다. 현재 '블루 네뷸러'로 가는 게이트는, 폐쇄되어 있습니다. 도약은, 불가능합니다."
"나라면 할 수 있어."
켈리가 내뱉은 말을 물론 펠릭스는 신용하지 않았다.
"불가능합니다."
"어째서지? 재스민은 해냈어. 너도 봤잖아."
"그것은 1,000톤급의, 소형, 우주선입니다. 이 배는 1.2메가톤, 1,200배의 질량입니다.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나에게는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