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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보를 어디서 손에 넣었어? 군대의 정보는 '제우스'가 관리하고 있어. 시티 상공은 제1급 비행규제구역이야. 비행기로 날 수도 없어! 대체 어디서 보고 있는 영상이야?!"

재스민은 눈을 내리깔고 머리를 긁적였다.

케릴의 왼쪽 눈도 어둠에 익어, 재스민의 표정을 육아능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재스민은 조금 곤란한 듯이 웃고 있었다.

"비행기가 아냐. 더 높은 곳에서 찍은 영상이야."

"뭐?"

"하나 있잖아? 시티를 언제나 지켜보고 있는 눈이. 실은 한 개가 아니라 셋이야. 그건 머리가 셋 달린 괴물의 이름이니까. 실은 세 종류의 고성능 렌즈가 달렸다나봐."

"여왕, 말 돌리지 마. 그것도 '제우스' 직할이야. 어떻게 '제우스'도 모르게 '케르베로스'한테서 정보를 빼냈다는 거야?"

"알아."

"......"

당신이 말하는 것처럼 모르게 하는 건 무리야. '제우스'는 완전히 독립된 두뇌라, 외부에서의 명령 변경은 전혀 받지 않아. 그럼 '제우스' 본인한테 정보를 흘려달라고 부탁하면 돼."

"......"

"다이애나는 융통성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고집불통이라고 했지만, 친해지기까지가 힘들어서 그렇지, 한번 사귀고 나면 절대로 배신하지 않아. 그런 점에서는 정말로 성실하고 귀여운 녀석이지."

켈리는 머리를 싸안고 한동안 주저앉아 있었다.

이러다 지면에 파고드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날 시티에 들여보낸 것도?"

"그래. 직접 부탁했지. 저건 내가 여기에 있을 때부터 내 친구였어."

굳이 말하자면 재스민 자신을 '지시를 내릴 권리가 있는 사람'으로 몰래 인식시켰다는 말이 된다.

"당신, 알고 있는 거야? 이런 게 들통 났다가는 당신이 어디 대통령이라고 해도 징역 300년은 먹을 거라구."

"당신만 입 다물고 있으면 돼."

재스민은 단말을 치우고 이번에는 튼튼해 보이는 밧줄을 꺼내들었다.

"이 얘기를 한 건 당신이 처음이야. 프리스도 몰라. 어설프게 알았다가는 만알의 경우 그쪽까지 위험해지니까."

"그럼 왜 나한테는 말한 건데?"

"그야 부부는 일심동체니까."

"멋대로 정하지 마."

불평은 했지만 어쩐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굉장히 난폭하기는 하지만, 켈리도 이런 방식은 알고 있다. 자신의 비밀을 알려주는 것으로 맹세를 대신한다.

신고되지 않은 게이트와 트리듐 광산, 절대로 말하지 않겠다, 이걸로 서로 동등한 입장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 뭔가 착오 때문에 여자로 태어난 것 같군."

"그게 자기 마누라한테 하는 말이야?"

"기갑병을 빼앗자고? 어떻게 할 건데?"

재스민은 손에 들고 있던 밧줄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이걸로 발을 거어서 쓰러뜨릴 거야. 이족보행병기의 비애지. 균형을 잃으면 의외로 간단히 쓰러져."

"지시가 없으면 멋대로 움직이지도 않는다구."

"움직이게 하면 돼. 놈들의 통신회선을 탈취해서, 당신이 지휘관인 척하고 명령하는 거야. 상황을 살피고 오라고. 그럼 그걸 빼앗고 이동사령부를 부수러 가는 거지."

긴장된 순간이지만 켈리는 웃고 말았다.

"당신이 말로 하면 어디 건너편 산에 소풍이라도 가는 것 같군."

재스민도 웃음을 지었다.

"성실한 자세는 아니지만, 해적. 어떻게 발버둥쳐도 어차피 생명이 위험한 거라면, 난 기왕이면 즐겨야 한다고 생각해."

"전적으로 찬성이야."

아무래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이 여자는 자신과 같은 인종이다.

같은 전쟁터의 냄새를, 그리고 아마도 좌절과 통한의 맛까지도 알고 있는 전사인 것이다.

불행은 17번 기갑병에 타고 있던 중사에게 찾아왔다. 그는 이 소대에서 제일 신참이었다.

시티 호텔 쪽에서 갑자기 굉음이 울리자 그는 지휘관의 지시로 그쪽의 상황을 살피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좀 전의 대소동으로 시티는 갑작스럽게 시끄러워졌다.

아무리 거주구역이 아니라고 해도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여기저기 불이 켜진 창문에서 고개를 내미는 사람들, 자신의(작은 산만큼 큰 기갑병의) 모습을 보고 놀라는 사람들의 모습이 조종석 화면에도 선명하게 비치고 있다.

기갑병으로 시내를 걸어 다니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다.

게다가 이곳은 시티의 중심부. 긴장하고 있었지만, 조금 들떴던 것도 사실이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앞으로 나아가다가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균형을 잡으려고 했을 때는 이미 늦은 뒤, 총 중량 10톤의 기갑병은 균형을 잃고 쓰러져버렸다.

"뭐, 뭐야? 경보는 안 울렸는데?!"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상황을 확인하려 하는 순간, 바깥쪽에서 비상 해치가 열렸다.

"앗."

바깥 공기에 노출된 중사는,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여자의 새빨간 머리를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코앞에 총구를 들이대고 있다. 몸을 고정시키고 있던 벨트가 눈 깜짝할 사이에 풀려버렸다.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도 모르는 사이에 중사는 자신의 시체에서 쫓겨났다.

"좀 빌릴게."

여자는 무정하게 말하고서 조종석 안으로 사라졌다.

바로 조금 전까지 중사의 것이었던 기갑병은 완전 반대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칼 맥슨 소령, 통칭 '불' 맥스는 표준시로 35세가 된다. 22세에 임관한 이래 계속 일선에서 싸워온 강자였다.

군인 중의 군인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억센 얼굴에 날카로운 눈빛, '황소'를 뜻하는 별명의 유래이기도 한 탄탄한 몸에 군살따위는 조금도 없다.

어린애가 울며 도망칠 정도로 무서운 얼굴이지만, 평상시의 소령은 온화한 성격이었다.

의외로 섬세한 구석도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저 체격에 취미가 요리와 레이스뜨기일 정도면 평범한 인간은 아니다.

이 얘기를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얼어붙지만, 소령 본인은 손끝을 섬세하게 단련하고 끈기를 기르는 데에 제일가는 취미라고 태연하게 말한다.

그런 소령이 이번 작전에서는 계속 석연치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슬슬 12군의 헬리콥터가 호텔 상공에 도착할 시간이었다.

그들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운명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웟다. 저것이 자신과 같은 4군 소속이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저쪽도 충분히 주의하고 있을 거라는 사실만이 유일한 구원이었다.

조금만 여유가 있었더라면 저쪽에도 충고해줄 수 있었을 테지만, 이번 명령은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떨어졌다. 소령 자신도 비상사태선언에 준하는 긴급순위로, 제대로 설명도 듣지 못하고 충분한 준비도 없이 서둘러 출동하게 되었다.

현재 시티 호텔을 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