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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해지면 이 남자한테 '살려줘ㅡ'라고 소리치라고 할 테니까."
이런 나름대로의 농담인 모양이다.
재스민은 쿡쿡 웃으면서 가볍게 켈리의 어깨를 두드렸다.
"가자. 밥이 식겠다."
묻고 싶은 것은 산더미 같았다.
쿠어 재벌의 외동딸로서 무엇 하나 아쉬울 것이 없는 인생을 보내고 있어야 할 인간이 어째서 12년이나 군대에 있었는가. 군 간부들은 문제아인 젬 쿠어가 쿠어 재벌의 차기 회장과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그렇게 특이한 성은 아니다. 일반채용으로 들어간 것을 보면 정말로 몰랐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충격은 어땠을까.
흥미를 넘어 동정까지 느껴진다.
켈리의 이런 의문에는 중위가 대답해주었다.
"그 파티는 정말로 걸작이었습니다."
쿠어 재벌 60주년 기념 파티에 중위와 부하들이 참석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때 맥스는 96세, 재스민은 거의 일흔 살이 다 되어서 얻은 외동딸인 셈이다.
후계자의 존재는 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그때까지 아무도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연방에서도 주석 부부에서부터 군 관계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초대되었다.
각 군 장관은 물론 실전부대의 정점에 위치하는 제독, 대장, 막료장, 참모총장, 작전본부장 등등. 그레이엄 중위 같은 계급에서 보자면 구름 위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줄줄이 얼굴을 내비쳤다.
하지만 실제로 그 반수 이상이 맥스의 후계자로 나타난 재스민을 보자마자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중위의 부관인 조디 밀러 소위도 그때 일만 떠올리면 웃음이 나오는 모양이었다.
"정말 보기 드문 구경거리였죠. 이름은 말할 수 없지만 어떤 대령님은 들고 있던 접시를 몇 번이나 떨어뜨리더군요. 어떤 제독님은 와인 잔을 든 손이 계속 떨려서 마시는 것보다 흘리는 양이 더 많을 정도였습니다. 어딘가의 막료장은 스테이크에 후추를 뿌리려다가 설탕을 뿌렸습니다만 그것도 깨닫지 못하고 다 드셨다지요. 여기저기의 높으신 분들이 창백하게 질려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제일 걸작이었던 건 7군 참모총장과 11군 함대 총사령관, 그리고 4군 소장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거든요. 그대로 양호실로 실려 갔지요."
켈리와 중위 일행은 거실에서 서둘러 식사를 했다.
거실에는 온 방을 가득 메울 듯이 거대한 왜건이 옮겨져, 다양한 요리가 테이블 위에 진열되었다.
호텔 측의 인간들이 이 사건에 어디까지 관여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요리 맛은 초일류였다.
"이런 때만 아니면 좀더 즐기면서 먹었을 텐데."
그렇게 말하면서, 그레이엄 중위도 밀러 소위도 열심히 음식을 먹고 있었다.
먹을 수 있을 때에 먹어둔다, 그것이 군대의 철칙이다.
"4군? 저 녀석, 4군에도 있었어?"
소위의 말을 듣다가 켈리가 묻자, 두 사람은 식사를 하던 손을 멈추고 조금 놀라면서 눈앞에 있는 장신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말 안 했나요?"
"아니. 저 녀석은 자기에 대해서는 전혀 말을 안 해. 군대에 있었다는 건 나도 몰랐어."
"그럼 어떻게 아신 거지요? 그 기록은 지금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텐데요."
"비밀. 그도 그렇지만, 처음에는 1군에 입대했으니 소속도 전속도 1군 안에서 되는 거 아냐? 당신들은 계속 7군에 있었을 텐데."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보고서 신중하게 얘기를 계속했다.
상층부는 어떤 짓을 해서라도 젬 쿠어를 눈앞에서 치워버리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합법적으로 죽어주기를 바랐던 게 아닐까 하는 얘기였다.
소속군이 자주 바뀌었던 것도, 곤란해진 각 군이 서로 골칫거리를 떠넘기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는.
"그럼 어째서 제대는 안 시킨 건데?"
그러자 두 사람은 즐거운 듯이 웃었다.
"7군에 있을 때 저 사람의 별명을 아시나요? '위저드'였습니다."
"전장에서도, 정보조작에서도요. 저 사람이 훔쳐볼 수 없는 군 기밀은 없다는 말까지 있었습니다. 물론 증거가 없으니 처벌은 불가능하지만요."
"위쪽에서 뭔가 상당히 곤란한 일을 들킨 것만은 확실합니다."
기지 안내원으로 배속된 것도 일종의 벌이었지만, 그녀를 사무부서에 놔두는 것이 더욱 나쁜 사태를 초래한다는 사실이 곧 판명되었다. 하루 종일 단말을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직접 처리할 수는 없다. 그래서 굳이 위험한 부서로만 쫓아내면서 사고로 죽기를 기다렸던 걸로 생각된다는 얘기다.
"저 사람이 제대할 때에도 상부에서는 상당히 만류했다고 합니다. 어디에서 무슨 소리를 떠들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요?"
그때까지 군에서 아무리 부당한 처사를 해도 절대로 그만두지 않았던 젬 쿠어가, 이번에는 갑자기 스스로 제대하겠다고 하더니 최후에는 거의 상부를 협박하는 형식으로 군대를 떠났다고 한다.
"바보 같은 질문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저 여자는 우수한 상관이었나?"
두 사람은 무섭도록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 아래에서 일하는 게 싫어질 정도였습니다."
"그만두지 말아달라고 매달렸지요. 그런데도 한마디 이유조차 말하지 않고 떠나더니, 그 다음에 만났을 때는......"
불쌍하게도.
중위가 너무나 어두운 표정을 짓는 것을 보니 그런 말까지 튀어나오려고 한다.
"4군 소장이 놀란 건 합동연습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사람이 7군에 속하기 전의 일이라 자세하게는 알지 못하지만, 저 사람도 기갑병단에 있었던 적이 있을 테니까요."
확실히 기록에는 그렇게 되어 있다.
"그럼 지금 출동한 4군 기갑병단장은 저 여자를 알고 있다는 건가?"
"물론입니다."
어떤 수단을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밀러 소위가 조사해낸 바에 의하면 이번 출동한 기갑병단의 지휘관은 칼 맥슨 소령. 통칭 '불' 맥스.
"4군 은십자단의 불 맥스라면 기갑병단에서는 유명합니다. 젬과도 개인적으로 안면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나 더 묻고 싶은데."
켈리는 가능한 한 신중하게 말했다.
"저 여자가 군대에서 눈엣가시 취급을 받고 있다는 건 알겠어. 하지만 당신들이 어째서 저 여자하고 같이 죽어줘야 하는 건데?"
두 사람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견딜 수 없는 분노를 느끼는 것일까, 혹은 진저아려 애쓰는 것일까. 보기에 따라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체념하는 것 같기도 했다.
"특별한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상부에서는 불안한 거겠지요. 저희들은 저 사람에게 신임을 받고 있었으니까요. 뭔가 곤란한 사정이라도 들었을지도 모른다. 젬 대신 이번에는 이쪽에 약점을 잡힐지도 모른다. 계속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게 아닐까요."
겨우 그 정도로 이렇게까지 할까 싶었지만, 중위들도 그 점은 충분히 느끼고 있는 듯하다.
"회장으로 취임한 저 사람이 비공식적으로 연방을 방문한다, 그 호위로 굳이 우리들이 뽑혔다, 이것이 우연일 리는 없습니다. 예감이 안 좋긴 했습니다만, 설마 이렇게 될 줄은......"
완전히 낙담해버린 중위와는 대조적으로, 소위는 건강해 보이는 뺨을 분노로 붉히고 있었다.
"어차피 저 여자를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