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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계처분은 부지기수, 청문회가 일곱 번, 그 중 세 번은 실전부대에서 사무직으로 배치전환 처분을 받았다. 전날까지 지상전의 프로로 중화기를 휘두르고 있던 인간을 홍보과에 배치했다면 누가 봐도 처벌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그대로 끝나는 것이 보통일 테지만, 이 사람의 경우에는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리 한직으로 내쳐버려도(말 그대로 기지 안내원으로 떨궈내도) 곧 실전부대로 돌아온다. 이 과정만 없었다면 아마도 더 높은 계급까지 올라갔으리라.

그 소속도 지상부대에서 시작해 정보부, 기갑부대, 공군, 우주함대의 전투기 부대, 테러진압용 특수부대쯤 되면 읽는 사람도 얼게 된다.

화려한 경력의 필살 포인트는 네 번의 군법회의였다.

모두 다 무죄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최후의 기록에서는 합동훈련 중 상대 부대의 지휘관을 실수로 죽게 만들었다. 그것도 그 상대라는 것이 7군 최강을 자랑하는 특공항공임무부대였다.

훈련 중의 사고라고는 해도 중대장이 여성장교에게 살해당한 것이니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더욱 이상한 것은, 이것이 무죄가 되었다는 점.

훈련 중의 사고라고 군법회의에서 판단했다고는 해도, 무죄방면 되었다는 부분은 믿기가 힘들었다. 뭔가 상대방에게 상당히 과실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쪽에 대해서는 기재되어 있지 않다.

결국 젬 쿠어는 정당방위로 판결을 받았고, 이 사건이 일어난 지 2개월 뒤 스스로 제대신청서를 제출하고 정식으로 군대를 그만두었다.

켈리가 다 읽었을 즈음 다이애나가 물었다.

"이래도 정식 문서 같아?"

최소한 10초 동안 켈리는 생각에 잠겼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허풍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 정도까지 처분을 받았으면서 승진이 가능했다는 점도 이상하다.

소속군을 바꾸는 것도 보통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번 정보부에 배치되면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그 인간을 다른 부서에 배치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

또한 기갑차량이나 전투기에 타기 위해서는 몇 년에 걸친 훈련이 필요하다.

다른 부서도 마찬가지이다. 겨우 12년 동안에 이런 경력을 쌓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켈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른 사람 일이라면 나도 안 믿었겠지만, 저 녀석은 죽여도 안 죽을 것 같은 인간이니까."

"그거 영광이군."

뒤를 돌아보니 바로 본인이 서 있었다.

"식사야. 독은 안 들어 있으니까."

"그거 고마운 걸. 이게 최후의 만찬?"

"벌써부터 포기해서 어쩔 건데?"

그렇게 말하면서 가까이 다가온 재스민은 통신화면의 내용을 깨닫고 미소지었다.

"다이애나야? 잘도 찾아냈네."

"당신이지, 이거."

"응."

"이렇게나 눈에 띄는 짓을 저질렀는데 저 7군 장관은 당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거야?"

"지금 장관은 사무직에서 올라왔으니까. 우선 저 사람이 장관에 취임한 것도 내가 제대한 뒤였어."

"그레이엄 중위는 당신 부하였나?"

재스민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 얼굴에는 희미한 슬픔이 어려 있었다.

이 여자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군에서 중위 일행을 재스민과 함께 처분하기 위해 이 임무에 배치했다는 사실을.

변함 없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 이유였다.

재스민은 통신단말에 손을 뻗어 다이애나를 호출했다.

역시 더모트 함장의 모습으로 나타난 다이애나에게 재스민이 말했다.

"이제부터 밤까지 아래쪽에서 조금 소동이 있을 테지만, 넌 거기서 움직이지 마."

"얼마나 '조금'인데요?"

"12군의 특수부대와 4군의 기갑병단이 출동했어. 우리들을 죽이려고."

다이애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켈리도 살짝 어깨를 으쓱했다.

"정말 여기 있는 인력만으로 상대할 생각이야? 다이앤을 부르면 단번에 승부가 날 텐데."

"안 돼. 호위함 '팔라스 아테나'는 서류상 내 소유야. 그 배가 센트럴의 방어벽을 무단돌파해서 시티를 폭격한 게 알려지기라도 해봐. 내 실각을 노리는 중역들만 쓸데없이 기뻐할 걸."

"안 들키면 되잖아?"

"그게 힘드니까 이러는 거지. 지금 다이애나가 있는 우주공항도, 센트럴의 방어벽도 '제우스' 직할이야. 다이애나가 지나가는 꼴을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지. 그 이전에 이 행성 주위에는 공격위성이 드글드글하다구."

공격위성에는 '케르베로스'처럼 주로 지상을 공격하는 것과 행성 센트럴을 지키기 위해 접근해오는 운석이나 수상한 비행물을 격퇴하는 것이 있다.

허가 없이 다가가면 그 위성들의 공격을 받는다.

다이애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우주선이 아니라 더 작은 우주먼지나 뭐라고 가짜 정보를 보내도 저 융통성 없는 두뇌한테는 안 통할 거야. 게다가, 켈리. 또 하나 곤란한 게 있는데, 이 우주공항은 정박 중인 배가 정말로 부두에 있는지 없는지 사람이 감시하고 있어."

"그런 거, 화상을 바꿔치면 되는 거 아냐?"

배를 감시하는 감시시스템에서 표시화면까지 영상이 전달되는 사이에, 가짜 영상 데이터로 바꿔버리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다이애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게, 관제탑 창문에서 망원경으로 보고 있다구."

"뭐어?"

"엄청 원시적이지만 굉장히 효과적이야. 물론 감시장치도 설치되어 있고. 그쪽은 속일 수 있다고 쳐도 사람의 기억은 인공두뇌처럼 마음대로 지울 수가 없다구. 내가 움직이기라도 하면 그대로 들통 날 거야. 지금 내 설비로는 3차원 투영도 안 되고, 나 대신 허수아비를 세워놓기도 힘들어. 어쩔까? 관제탑 창문에 내 그림이라도 크게 크려서 붙여놓을까?"

"너 말이지."

재스민이 웃음을 참으면서 말했다.

"그것도 '제우스'가 생각한 방법이야. 인간의 눈은 착각을 일으키기 쉽고 지극히 불안정하지만 기계의 약점을 보충할 수 있고, 기계는 인간의 사각을 보완할 수 있다고. 안전과 경비절감 중 후자를 택한다면 감시원은 필요 없지만, 안전을 선택한다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제우스는 그렇게 주장했고, 위원회는 그 의견을 받아들여서 안전을 택하기로 했지."

켈리도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다이앤말고도 그런 인공두뇌가 있을 줄은......"

"그런 답답한 녀석하고 똑같이 취급하지 말라니까."

화를 내는 다이애나를 달래려는 듯이 웃으면서, 재스민은 다시 말했다.

"다이애나, 너한테 중요한 임무를 부탁하고 싶어. 이 문서를 읽을 수 있을 정도라면 군대 쪽 지휘계통의 대부분은 볼 수 있을 거야. 어떤 명목으로 이 시티에 실전부대를 출동시켰는지, 누가 이 출동을 최종적으로 명령했는지 조사해주지 않겠어?"

다이애나는 말없이 켈리를 바라보았고, 켈리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광경을 보고서야 다이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해보죠. 하지만 비합법적인 명령이라면 기록에는 안 남아 있을 걸요."

"남아 있을 거야. 어딘가의 누구 씨는 '합법적'으로 날 죽이고 싶은 거니까. 아무리 황당무계하더라도 군대의 출동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이유는 준비했을 거야."

"알았어요. 하지만 그쪽, 정말로 괜찮은 건가요?"

"걱정하지 마. 정말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