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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켈리의 입술에서 피가 한 줄기 흘러내렸다. 단순히 입술이 찢어진 것이 아니라 내장을 다쳤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얼굴에 웃음을 지으면서 최후의 말을 짜내었다.

"사랑해."

"나도야, 켈리."

그것이 신호였다.

'팔라스 아테나'는 새하얀 빛이 되었다.

두 사람의 앞에 펼쳐지는 것은 불꽃의 바다.

스크린을 물들이는 산란광, 백만 도에 달하는 홍염, 끊임없는 폭발과 계기를 미치게 만드는 자기폭풍, 조그마한 우주선 따위는 순식간에 태워버리는 거대한 미니욘b, 반경 75만 킬로미터의 핵융합로.

빛으로 변한 '팔라스 아테나'는 상상을 초월하는 그 세계로 뛰어들어 곧바로 빠져나왔다.

간신히 미니욘b를 우회한 '마벨러스'로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 없었다.

조금만 더 가면 게이트로 도망칠 수 있는 시점에서 갑자기 오른쪽에서ㅡ즉 태양 쪽에서 불꽃을 두른 불사조 같은 선체가 출현한 것이다.

태양 때문에 곧바로 탐지할 수 없었다. 탐지했을 때에는 이미 눈앞까지 닥쳐와 있었다.

"어, 어디서 나오는 거야, 이 미친 놈ㅡ!!"

길리어스는 그런 것도 몰랐던 것이다.

날 수 없는 유역까지도 비행하는 신출귀몰한 켈리. 그것 역시 이 남자의 별명 중 하나라는 사실을.

"응전해!!"

그 절규가 길리어스의 최후의 말이 되었다.

'팔라스 아테나'는 상식을 완전히 무시하는 속도로 닥쳐와 눈 깜짝할 사이에 '마벨러스'를 덮쳤다.

3장

'쿠어 킹덤'의 선교는 침묵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선장도 항해사도 조타수도, 그저 망연자실해서 서 있을 뿐이었다.

재스민조차도 굳어 있었다.

모두 배의 조작조차 잊고 있었다.

펠릭스가 제어하지 않았더라면 큰일이 날 상황이었다. '팔라스 아테나'의 뒤를 그대로 따르다가 중력의 소용돌이에 말려들었을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간신히 '팔라스 아테나'의 뒤를 따라왔지만 이중태양에 돌입하는 광경을 본 순간에는 전원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여기서 소리쳐봤자 들릴 리가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멈춰!'라고 비명을 질렀다.

우주선이 날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그 행동 자체가 이미 상식을 벗어나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심상치 않은 속도였다. 3.12VL보다도 더 속도를 올리고 있었다.

'팔라스 아테나'가 태양으로 사라지자 선교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항해사를 돌아봤다. 얼마나 나왔느냐고 묻기도 겁이 잘 정도였지만 항해사 본인도 공포로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부들부들 떨면서 말한다.

"계, 계산으로는... 5VL 이상, 입니다."

몰상식에도 정도가 있다. 현재 과학 기술의 한계로 여겨지는 속도의 3배에 가까운 수치를 실현했다는 얘기가 된다.

재스민이 긴장된 목소리로 지시했다.

"선장, 가능한 서둘러서 미니욘b를 우회해. 그리고 정비반은 긴급수리 태세에 들어가. '팔라스 아테나'를 수용한다."

"하,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