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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몸으로 걸어다닐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 것쯤은 굳이 물어보지 않더라도 알고 있었을 텐데.

"대체 뭐가 어떻게 딘 거야? 나도 알아듣게 설명해주겠어?"

"중역 중 누군가가 군대의 누군가를 끌어들였어. 눈에 띄지 않게 죽이는 건 무리라고 판단하고, 하는 김에 아예 대담하게 해치우려는 거겠지."

"그거 담이 너무 큰 걸. 이 호텔에서 기갑병으로 당신을 처리하겠다는 거야?"

화려한 것에도 정도라는 게 있다.

암살 부대를 파견해서 몰래 죽이고 퇴각한다면 몰라도 하필이면 기갑병단이라 이건가.

신장은 약 9.5미터, 무게는 약 10톤. 주요무기로 46구경 경기관총과 57구경 라이플이 흔히 알려져 있다.

지상에서는 최강의 병사이지만, 이렇게까지 눈에 띄는 암살자가 어디 또 있을까.

우선 그런 것을 시티 한가운데에 투입하면 군대가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대로 드러나고 만다.

"군대가 출동하려면 이유가 필요할 텐데. 게다가 이 시티에 실전인력이 투입되다니, 위원회도 절대로 승인 안 할 거야. 이게 군부의 독단이라면 더 그렇지. 일을 저지른 뒤라면 더욱 세상이 납득할 만한 명분이 필요할 것 아냐."

"맞는 말이야. 민간인을, 그것도 쿠어 재벌 회장을 이유도 없이 죽이고 오라면 아무리 상관의 명령이라고 해도 현장에서 움직이지 않아. 뭔가 그럴 듯한 이유라도 붙인 거겠지. 여기 있는 나는 변장한 테러리스트라던가?"

말투는 유쾌했지만 눈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몇 번이나 보았던 금색이었다.

"날 처치하고 명실공히 쿠어의 주인이 되면 언론을 조작하는 것도, 위원회를 구워삶는 것도 간단할 거라고 생각한 거겠지. 군대의 누군가도 쿠어 재벌과 인연을 맺어두면 뭔가 좋은 일이라도 생길 테고."

재스민 역시 얌전히 죽어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싸울 생각이다.

"그 정도의 전력이 상대인데 이쪽은 여자들뿐이잖아? 유일한 남자로서는 조금 복잡한 기분인데."

"해적, 난 이런 때에 남녀를 차별하지 않아. 싸울 수 있는가 없는가로 사람을 구분하지. 당신은 어느 쪽이야?"

"쓸데없는 질문 하지 마. 당신은 괜찮다 쳐. 중위 쪽도 괜찮겠지. 하지만 저 여자들은?"

프리스도 헬렌도, 페퍼도 그레이스도 이런 일에는 경험이 없다. 완전히 초보자도 아닌 것 같지만 걸림돌이 될 가능성은 컸다.

하지만 재스민은 고개를 저었다.

"여기는 아마 감시당하고 있을 거야. 탈출시키는 쪽이 오히려 더 위험해."

그 점에 있어서는 켈리도 같은 의견이었지만 특수부대와 기갑병단을 상대로 싸울 수 있는 것은 여자들뿐,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하지만 재스민은 뭔가 생각이 있는 듯 자신의 통신단말을 꺼내 뭔가 작업을 개시했다. 그 뒤로 이쪽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켈리도 나름대로 준비를 해두기로 했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레이엄 중위 일행의 방 앞을 지나게 되었다.

문을 활짝 열어둔 채 중위와 부하들은 짐을 꺼내고 있었다.

서류가방 안에서 용케도 집어넣었다 싶을 정도의 무기들이 튀어나온다. 권총, 경기관총, 그 탄환과 수류탄, 무엇보다도 돌격용 방탄복.

군에 따라서 다소 디자인은 다르지만 특수부대가 사용하는 물건이다.

켈리는 활짝 열린 문을 노크하며 중위의 주의를 끌었다.

"내 마누라 정체가 뭔지 물어봐도 될까?"

중위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웃으면서 말했다.

"젬입니다, 미스터 쿠어."

"그건 저 여자 이름 중 하나잖아?"

"제게 있어서 저 사람은 언제나 젬이었습니다. 저는ㅡ저희들은 재스민이라는 사람은 모릅니다. 실크 드레스를 입고 하이힐을 신고, 파티의 주역을 맡는 사람 따위는 알지 못합니다."

묘한 설명이었지만 그 정도만 들으면 충분하다.

켈리도 자기 방으로 돌아와서 유일하게 풀지 않았던 가방을 꺼냈다. 지문으로 열 수 있는 특별한 가방으로 켈리밖에 열 수 없다. 입국심사도 안심하고 통과할 수 있는 뛰어난 물건이다.

그리고 다이애나와 연락을 취했다.

하필이면 중년 남자 모습으로 나타나는 바람에 짜증내며 그만두게 한다.

"급해, 다이앤. 내가 시티에 들어올 수 있었으니, 너도 내 개체정보로 세트럴의 네트워크에 파고들 수 있을 거야."

"응. '제우스'까지는 무리지만 더 아래쪽 두뇌라면 꼬실 수 있어."

"군대의 기록을 보고 싶어. 인명검색을 부탁해. 7군의 젬 쿠어다."

몇 초간 침묵하던 다이애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 이름, 최고 기밀급인데."

"비틀어 열어."

"오케이."

이번에는 수십 초간 침묵한다.

마침내 입을 열었을 때, 다이애나의 표정이 상당히 묘했다.

"저기, 켈리. 열기는 했는데, 이거 정말로 정식 문서 맞아? 오퍼레이터나 누가 장난으로 만들어서 몰래 끼워 넣은 거 아닐까?"

"어떻길래 그래?"

"젬 쿠어의 경럭. 군대에 몸담고 있던 때의. 상당히 황당하거든. 이게 진짜라면 저 사람은 인간이 아니야. 수퍼우먼인 걸. 세상에, 945년에 제대했을 때는 확실히 7군 대위 맞는데, 933년에 일반채용으로 1군에 입대했었다구?"

"뭐어?"

그러니까, 장교 후보생으로 들어간 게 아니라 일반 병사에서 시작했다는 말이다.

군에 따라서 제도는 다르지만 거기에서 장교후보인 준위까지 올라가려면 최소한 10년은 걸린다. 물론 거기까지 승급하지 못하고 하사나 중사 정도에서 정년퇴직하는 사람도 많다.

겨우 12년 동안에 사병에서 대위까지 승진했다면 경이로운 대출세였다. 게다가 소속 군까지 달라졌다.

"보통 그런 짓은 안 하잖아."

"정보를 보낼게. 당신 눈으로 직접 보고 판단해."

통신화면에 도착한 데이터를 읽노라니 켈리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확실히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13년 사이에 네 번이나 군 소속이 바뀌었다.

1군에서 중사, 5군에서 준위, 12군에서 소위, 7군에서 대위까지 승진했다.

무엇보다 엄청난 것은 훈장의 개수였다.

우수한 성적으로 받은 것은 그렇다 쳐도 월계수5급훈장, 오동훈공장, 성운5급훈장, 은하3등훈장, 실버스타영예장, 장미십자2등 및 1등훈장, 오리온1등훈장, 골드크레스트훈장, 보검태양장, 거기다 보검황금태양감수훈장 등등 셀 수 없을 정도였다. 마치 훈장의 행차 대열을 보는 듯한 목록.

게다가 이것 모두가 실전에서 보여준 용기 있는 행동과 그 공적을 표창하는 물건이다.

한편 처벌 쪽의 경력도 엄청났다.

명령 불복종으로 인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