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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가 될 것 같군. 슬슬 휴식시간도 끝이겠고. 정말로 즐거웠어. 당신들도 자리로 돌아가야지."

여자들도 이 부총수에게 굉장히 미련이 많은 듯했다. 노골적으로 실망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런 거야 프리스틴이 알 바 아니다.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프리스틴은 묘한 사명감에 불타고 있었다.

이 남자는 전혀 알지 못한다. 켈리는 더 이상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가는 우주생활자가 아니다. 그 사실을 인식시켜주어야만 했다.

이 남자가 얕보이는 것은 곧 재스민이 얕보이는 것. 재스민이 이 자리에 없는 이상 자신이 이 신참 부총수를 감독하고, 부총수의 지위에 어울리는 행동을 취하게 만들어야 한다.

일이 끝난 뒤 부총수와의 데이트 약속을 잡으려던 여자들을 불꽃이 튈 듯한 시선으로 격퇴한 다음 프리스틴은 거칠게 출구로 향했다.

남자는 못 말리겠다는 듯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없이 그 뒤를 따랐다.

아로스에는 수많은 시설과 공장이 산재해 있었지만, 두 사람이 견학한 시설은 거의 대부분이 지하에 있었다.

인간용 승강기를 타고 지상에 나오자 하늘이 보였다. 물론 진짜 하늘이 아니라 돔 형태의 천장에 영상을 비추는 가짜 하늘이지만, 시간에 맞춰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가 하며 실재감을 부여한다.

지금은 저녁 햇살에 붉게 물든 구름이 떠 있다. 하지만 그 하늘에서 비나 눈이 내리는 일은 결코 없다.

인공 하늘의 상공에는 그들을 여기까지 태우고 온 '쿠어 킹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걸로 일은 끝이야?"

"지시 받은 분량은 끝입니다. 기록의 복사는 일단 마쳤으니까요."

"하지만 그 여자 하는 짓도 정말 모르겠군. 장부만 보는 거라면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도 없잖아? 통신으로 충분할 텐데."

프리스틴은(하워드와는 입장이 다르지만, 그런 것도 모르나 싶어지는 것을 꾹 참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전송을 요구하면 실제로 자료가 송신되기 전에 뭔가 자료가 변경될 우려가 있습니다. 보내온 기록이 원본과 같은지 아닌지 수신자 측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게다가 하워드가 어떤 인간인지 당신도 실제로 만나보고 파악해두기를 바랐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본다고 뭐가 어떻게 되지도 않을 텐데 말이지. 내가 알 수 있었던 건, 지금까지 실패라고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잘나신 엘리트라는 것뿐이야. 나 같은 인간은 상대하기도 바보 같다 이거겠지."

"이해해서 어쩔 건데요? 하워드가 당신을 인정하게 만들어야죠."

분개하는 말투에, 남자는 호박색 눈을 장난스럽게 빛내며 프리스틴을 내려다보았다.

"난 그런 귀찮은 짓은 사양이야. 저런 남자가 인정해줘서 기쁠 것도 없고."

"미스터 쿠어."

또다시 불벼락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한 남자는 웃으며 한 손을 들었다.

"알았어, 알았다고. 그렇게 화내지 말고. 그 여자 말을 따라하는 건 아니지만, 모처럼 귀여운 얼굴이 다 구겨지잖아."

켈리로서는 달래려고 한 소리였을지도 모르지만, 이것은 완전히 역효과였다. 화냔 새끼고양이는 더욱 털을 세우고 펄펄 날뛰면서 말했다.

"어째서 그 사람이 당신 같은 인간하고 결혼했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나도 그 점만은 전혀 이해가 안 가."

뻔뻔스럽게 지껄인다.

"적어도 이쪽에서 결혼해달라고 부탁한 적은 없으니까.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 여자에게 어울리는 훌륭한 부총수 따위 될 생각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아. 이것만은 확실하게 말해두겠지만, 그 문제로 나한테 불평하는 건 대단한 착각이야. 하려면 날 고른 그 여자한테 해야지."

"청혼에 응한 건 당신 선택이잖아요......?"

"그 여자가 거절하게 놔두질 않았다고."

누가 봐도 재벌의 부총수와 총수의 비서가 나눌 만한 대화는 아니었고, 부드럽다고도 말하기 힘든 분위기였다.

대화는 거기에서 중단된 채, 두 사람은 '쿠어 킹덤'을오 향하는 셔틀로 돌아왔다.

어두운 우주 공간에 거대한 배가 마치 궁전처럼 떠 있다.

그 모습을 보면 프리스틴은 언제나 마음이 놓였다. 이 배가 자신의 집이었다.

동시에 미약하지만 쓸쓸함과 짜증도 느껴진다.

우주선이라는 것은 보통 감응두뇌라 불리는 인공두뇌를 탑재하고 있다. 이것은 말 그대로 우주선의 두뇌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그 감응두뇌에는 선내에 탑승하는 인간들의 우선 순위가 설정되어 있다. 누구의 명령을 우선적으로 실행할지를 두뇌에게 기억시켜두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보통은 선장이 1순위를 차지한다.

하지만 '쿠어 킹덤'의 경우, 선장 이상의 최우선 순위 명령권자로 재스민이 설정되어 있었다.

이것은 만에 하나 선장과 재스민이 다른 명령을 내렸을 경우, 감응두뇌는 재스민의 명령을 우선해 따른다는 말이다.

프리스틴은 그 사실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오히려 당연하다고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쿠어 킹덤'의 골드맨 선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재스민은 결혼한 뒤, 자신의 남편을 선장과 동등한 자격을 가진 인간으로 '쿠어 킹덤'의 감응두뇌에 인식시켰다.

골드맨 선장은 온화한 사람이므로 재스민의 결정에 대해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달가웠을 리는 없다.

중역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부총수 자리에 앉힌 것도 그렇지만, 재스민은 이 남자에게 여러모로 신경을 쓰며 남편으로서 체면을 세워주고 있었다.(당사자인 켈리가 들으면 뭐라고 할지는 우선 제쳐두고)

그런데 이 남자는, 그 여자가 너무나 귀찮게 구니까 결혼해준 거라고 허풍을 치고 있는 것이다.

그 점이 정말로 마음에 안 들었다.

'쿠어 킹덤'의 거대한 윤곽선 안으로 셔틀이 빨려 들어갔다.

선내에 도착하자 프리스틴은 켈리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자신의 방을 향해 걸어갔다.

켈리가 그녀의 등에 대고 말을 던졌다.

"프리스."

"뭐죠?"

얼결에 발길을 멈춰버린 자신을 저주하면서도 프리스틴은 뒤를 돌아보았다.

"파스칠리오 성단이라고 알아?"

"아뇨.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메트로의 역 이름인가요?"

"그런 게 아냐. 방향으로 말하자면 '마일라트 연성' 건너편이 되지만, 메트로 바깥쪽에 있는 성단이야. 제일 가까운 스테이션까지 통상항해로 두 달은 걸리는 엄청난 변두리지."

"그게 어쨌다는 거죠?"

"아까 여자들이 차 마시면서 말해준 건데, 저 회사는 지금 그 파스칠리오 성단 안에서 유망한 곳을 발견해서 대형 프로젝트를 짜고 개발 중이라나봐. 생존불가능형 행성이고 명칭도 없어. 행성번호는 K112. 그곳은 희귀금속의 보고라지. 그런 변방인데도 상당히 많은 시설을 세운 모양이던데."

"그렇게 이상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자원개발이라면 어떤 사업부에서든 하고 있습니다. 생존불가능형 행성에 대해서는 공화우주 외부의 행성이라면 연방에 신청만 하면 탐사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유망한 자원이 발견되면 개발에 착수하는 것도 당연한 일일 텐데요."

"그야 그렇지. 특히 희귀자원의 채취쯤 되면 막대한 돈을 프로젝트에 퍼붓는 것도 기업으로서는 당연한 얘기일 테고. 그쪽에 관한 자금 흐름은 당신이 안고 있는 자료에 확실하게 기재되어 있을 거야. 나 따위는 상상도 못하겠지만, 아마도 눈이 튀어나올 만큼 엄청난 금액이겠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죠?"

"당신이 날 싫어하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일은 확실하게 하라는 말이야."

"당연하잖아요. 그러니까 이제부터 이 기록을 분석하려는 겁니다. 일이 바쁘니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거칠게 말을 뱉고 등을 돌리는데도 켈리는 끈질기게 말을 걸어왔다.

"프리스틴."

"뭐예요?"

"K112에 개발시설 같은 건 없어."

프리스틴은 잠시 동안 자신이 들은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유능한 비서라면 해서는 안 될 행동이지만 입을 쩍 벌리며 몇 번이나 눈을 깜박거리다가, 조금 뒤에야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키 큰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무슨... 뜻이죠?"

"무슨이고 저슨이고, 파스칠리오 성단의 K112에 쿠어 재벌 계열의 관련시설 따위는 없다고. 시설은커녕 쥐새끼 한 마리도 없어. 당연하지. 그 해엉 어디에도 희귀금속 같은 건 없으니까. 그곳은 개발하기 전의 아로스나 마찬가지로 그냥 바윗덩어리야. 그럼 그 연구소에 처박고 있는 막대한 자금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완전히 남의 일이라는 듯한 말투였다. 그런 주제에 호박색의 눈만은 위험하게 빛나고 있다.

그 눈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자세히 들여다보려는 순간, 켈리가 갑자기 시선을 돌렸다.

"회사 시찰 같은 건 쓸데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