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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듯이 기갑병을 배치한 채 소령 본인은 이동사령부 안에서 경위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사령부에서 방해전파를 내보내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호텔을 고립시킨다, 그 사이 돌입한 특수부대가 임무를 완료하는 것을 확인하고 퇴각한다. 겨우 그 정도의 임무에 기갑병 12기가 투입된 것이다.

"무모한 짓을......"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해가 안 가는 임무로군요."

자신에게 한 말인가 싶었지만, 옆을 돌아보자 부관인 준위의 혼잣말이었다.

"상대가 흉악범이라는 건 알겠습니니다만, 시티 호텔을 습격하다니 정말로 괜찮을까요?"

"그만 해. 군인은 명령에 따르는 게 임무다."

그렇게 말은 했지만 소령은 알고 있었다. 이 명령은 사기라는 것을.

준위가 믿고 있는 얘기는 거짓이다.

"몸을 빼앗긴 쿠어 재벌 회장은 예전 연방군 소속이었다던데, 소령님도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합동연습에서는 언제나 성적을 다퉜던 사이였다.

소령이 들었던 그 여자의 별명은 '마녀'. 붉은 머리의 마녀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생환하고야 마는, 그 공격적인 성향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11군에 엄청난 여자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실제로 연습에서 겨뤄보고서 소령은 경악했다.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전투 능력에 있어서, 저 인간에 필적할 만한 사람을 소령은 본 적이 없었다.

그것뿐이 아니다. 지휘관으로서도 우수했고, 부하들로부터도 굉장히 존경받고 있었다.

그런 만큼 위쪽에서는 상당히 미움을 받고 있었다는 듯하다.

저래서는 출세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군대에서 출세하기 위해서는 실력이나 인망 이외의 것이 필요하다. 게다가 저 여자는 사관학교 출신도 아니다.

소령 자신도 물론 사관학교를 졸업했지만, 그런 것 치고는 보기 드물게 출신에 상관없이 정말로 우수한 인간이 책임 있는 자리에 서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이었다.

그렇기에 정말로 아깝게 여겼던 것도 사실이다.

장래를 위해서라도 조금만 더 위쪽 말을 잘 듣는 게 어떻겠느냐고, 그 여자한테 충고했던 적도 있었다.

그랬더니 세상에, 그 여자가 쿠어 재벌의 차기 회장이라는 거다. 기가 막힌 얘기였다. 동시에 군 상층부에서 얼마나 경악했을지도 쉽게 짐작이 갔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방법으로 저 여자를 해치우려고 하다니, 게다가 자신까지 거기에 가담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었다.

"돌입을 확인했습니다."

준위의 목소리에 소령은 제정신으로 돌아와 화면을 바라보았다.

소령이 있는 곳은 호텔에서 약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지점이다. 하지만 각 기갑병에서 보내오는 화면으로 상황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헬리콥터에서 차례로 병사들이 내리는 것이 보였다.

소령의 입장은 복잡했다.

군인으로서 명령은 거스를 수 없다. 게다가 저 명령도 일단 형식적으로는 말이 되는 것이다.

어떻게든 무사히 끝내주기를 바랐지만, 그 직후 화면에 비친 광경을 보고는 소령도 말문이 막혀버렸다.

준위는 자신이 본 광경을 전혀 믿을 수 없었던지 경악하며 말했다.

"지, 지금 그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뭔가 착오가 아닐까 생각하고 싶은 것이겠지만 굉음은 이곳까지 울렸다.

곤란하다.

이래서는 일반 시민들까지 사건을 알게 된다.

"제2부대가 호텔에 돌입했습니다!"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소령은 혀를 찼다.

12군 특수부대의 지휘관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행동에 소령은 회의적이었다.

제1부대가 실패하면 바로 돌입하라고 명령한 거겠지. 제2부대는 그 명령을 충실히 따른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지휘관은 저 여자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상대는 호텔 한 층을 통째로 잘라내버릴 정도의 인간이다. 죽인다고 얌전히 죽어줄 만한 인간도 아니다.

거기까지 생각하던 소령이 갑자기 움찔 몸을 움츠렸다.

"준위, 기갑병은 전부 제 위치에 있나?"

"예. 아, 17호기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도로 불러들여!"

"17번! 17번, 어떻게 된 거야?!"

아무리 불러도 응답이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전 기갑병의 위치를 나타내는 화면에서 17호기의 표시가 사라졌다. 내장하고 있는 신호기가 고장ㅡ아니, 고의로 파괴된 것이다.

동요한 부하들이 도움을 바라는 듯한 눈으로 소령을 돌아봤다.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잭슨 소령도 경악하여 눈을 부릅떴지만 평정은 잃지 않았다.

소령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최악의 가능성이지만, 너무나도 그 여자가 할 만한 짓이 아닌가.

소령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어딘가 위험한 분위기가 감도는 웃음이었다.

역시 저 여자는 죽이는 대로 얌전히 있을 만한 인간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화면을 '케르베로스' 시점의 영상으로 바꿔."

이대로는 17호기가 어디로 가서 무슨 짓을 해도 사령부에서 파악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그 지시를 내린 것과 동시에 오퍼레이터가 비명을 질렀다.

"소령님! 이번에는 8호기가!"

"뭐?!"

8호기 역시 응답이 끊어지고 화면에서 사라졌다.

이것은 예상 밖이었다. 또 한 대가 탈취된 것인가. 아니면 단순한 우연일까.

소령은 연락이 끊어진 17호기와 8호기 이외의 기갑병에게 문제의 두 기체가 적에게 탈취되었을 가능성을 알리고 발견하는 대로 구속할 것, 필요하면 공격도 허가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모습을 감춘 두 기체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차례차례로 비명이 울리기 시작했다.

"여기는 4호기! 다리 손상!"

"2호기입니다! 17호기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자력보행 불가능!"

"15호기. 전투 불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