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안똔 체홉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그의 4대 장막인 [갈매기], [벚꽃동산], [바냐아저씨], [세자매]는 신극 역사 이후 가장 많이 올려진 작품들 중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대학 연극과에서는 졸업공연으로 단골 레파토리이고 웬만한 극단에서 체홉의 4대 장막을 안 해본 극단도 없을 것이다.
많은 체홉애호가와 매니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입장에서는 체홉의 4대장막은 늘 어렵고, 지루하게 와닿고 있다.
사실이 그렇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처럼 과장된 줄거리에 '죽느냐, 사느냐' 식의 화려한 대사와 함께 음모와 배반과 질투로 인해 살이 찢어지고 피가 튀는 작품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 나와서 4막 내내 계속 평범한 일상 속에서 평범한 말만 지껄여댄다.
게다가 러시아사람들의 특유의 정서로 인해 작품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오해의 소지도 있는 부분이 많다.
조금만 과장된 연기를 하거나, 상투적인 표현을 쓰고, 내면적 갈등없이 대사를 내뱉기라도 하면 그 배역을 맡은 연기자는 매장당하기 일쑤이며, 지루하게 만든 연출자에게 격려보다는 질타가 돌아간다.
셰익스피어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도 원작의 힘으로 인해 웬만한 것은 용서되는 부분이 있는것과는 사뭇 다르다.
'연극과 극작은 하나의 전체다' 라고 스따니슬랍스끼가 말했듯 그의 희곡은 좋은 연출자와 좋은 배우가 만나 앙상블을 이룰 때 비로소 그 작품의 빛을 발하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 온 체홉이 서거 100주년을 맞는다.
다시금 지나 온 날들을 정리하며 앞으로의 100년을 뻗어나갈 발판을 삼기위해 애플씨어터에서는 러시아 유학파 연출가 전훈이 안톤체홉의 4대장막을 그의 손으로 손수 3개월에 한 작품씩 총 4편을 올리는 대장정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