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쩍게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으이구, 칠칠맞아!"

시스킨을 때려주는 것은 무네와 샤크티아에게 맡기도록 하자. 나는 내 머리

위로 손을 뻗는 뮤리엘을 위해 허리를 굽혀주었다. 뮤리엘은 행여나 새가

날아갈까 저어하여 가만가만 손을 내밀었다.

"걱정했잖아… 제발 이리 오렴…"

시스킨(다시 말하지만, 새다)은 바로 앞에 들이대어진 뮤리엘의 손을 도록도록

구르는 까만 눈으로 빤히 바라보다가 팔짝팔짝 뛰어서 그 위로 올라갔다.

뮤리엘은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했다.

"세드릭 님, 얘는 저를 알아보나 봐요!"

"그렇구나."

뭐, 먹이를 주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새의 회귀본능이라고 할

수도 있고. 하지만 어쨌거나 이런 사소한 일에도 기뻐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만 하시고, 무슨 일이세요?"

필로멜라가 상냥하게 샤크티아와 무네를 만류했다. 두 여자는 마지못해 손을

거두었고, 시스킨은 과장되게 '살았다'하는 몸짓을 해보였다. 놀고 있네. 꿀밤

몇 대로 죽을까.

귀족들이 어찌나 불러대는지 물먹은 걸레 꼴이 되어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평소와 조금도 달라진 게 없었다. 귀족의 오만과는 거리가 먼 소박한

행동거지까지도 말이다. 장난기를 가득 담고 가늘어진 명랑한 눈만 해도 그렇다.

"굉장한 소식을 가져왔어요. 뭐 같아요?"

"굉장한 소식? 오늘 밤 무도회가 있는 것 외에도 또 있어?"

무도회란 것에 엄청난 기대를 부풀리고 있는 무네의 질문이었다. "천만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