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품최저가 무엇하나 부러울 것이 없는 여인이 있다.
당금 천하에서 가장 존귀한 가문의 일점혈육으로 출생, 하나를 배우면 열을 깨우치는 총명함과 인세(人世)의 여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천상의 아름다움, 그리고 창공과 대해를 모두 끌어안을 만한 자애로운 품성을 지녔다.
어디 그 뿐이랴?
만인의 진심 어린 축복을 받으며 당대최강의 인물과 부부지연까지 맺은 바 있다.
실로 여인으로 누릴 수 있는 모든 복연을 누렸고 여인으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성취한 셈이었다.
다만 옥의 티라고나 할까?
한 사내의 여인이 된 지 십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자식을 보지 못했다는 점이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그 여인의 흠이 될 수는 없었다. 차라리 세인들은 당연하게 여겼다. 여느 범상한 아낙들처럼 열 달 동안 배를 불리고 산고의 진통을 거쳐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자연의 섭리에서 그 여인만은 예외라고 입을 모았다.
세인들은 그 여인을 일컬어 성모(聖母)라 불렀다.
오욕칠정에 휩싸여 경거망동을 일삼는 자신들과는 전혀 다른 존귀한 성인용품최저가 여신(女神)으로 떠받들었다.
급기야 그녀의 명성은 이미 성웅(聖雄)으로 세인의 추앙을 받던 남편의 위명을 뛰어넘기에 이르렀다.
세인들의 뇌리에 그녀는 인세에 현존하는 천상의 유일한 인간으로 깊이 각인되고 만 것이다.
그런데.......
작은 쪽문 외에는 단 하나의 창(窓)도 없는 밀실(密室).
여인은 밀실 안에 서있었다.
우르릉... 쾅!
쏴아아......!
밖에서는 폭우가 뇌성벽력을 동반하여 쏟아지고 있었으나 밀실 안은 무덤 속 같은 적막으로 뒤덮여 있었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여인의 숨소리만이 가늘게 이어질 뿐이었다.
"......!"
여인은 자신의 숨소리가 흐트러지는 것을 자각한 순간 수치감으로 낯을 살짝 붉혔다.
하지만 모질게 작심하고 이 밀실 안으로 들어섰기에 여인은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홍촉 불빛 하나로 어둠을 밝히고 있는 이 성인용품최저가 밀실에 여인이 발을 넣은 지 벌써 한 시진이 넘었다. 그런데 밀실의 주인은 그 시간 내내 등을 보인 채 침묵했고 여인은 사내의 차가운 등만 바라봐야만 했다.
밀실 중앙에는 작은 탁자 하나가 달랑 놓여 있었다. 그 탁자를 마주하고 가부좌를 틀고 앉은 사내는 여인이 들어선 줄 번연히 알면서도 침묵만을 고수했다.
여인은 사내의 외면과 냉대를 고스란히 감내했다.
어느 순간 여인이 작은 몸짓을 보였다. 목에서 발 끝까지 완벽히 가리고 있던 풍성한 장포가 소리 없이 흘러내린 것이다.
가느다란 검은 실이 얼기설기 얽혀 있는 망사의 사이로 백옥 같은 여인의 속살이 은은히 내비쳤다. 망사의 속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듯 여체의 비밀이 홍촉 불빛을 받아 언뜻언뜻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절 받아주세요......!"
스스로 반라의 몸이 된 천상의 미녀가 사내의 등에 대고 애절한 음성을 토해냈다.
"......."
하지만 사내는 말이 없다.
여인은 눈부시도록 새하얀 치아를 드러냈다. 꽃잎과도 같은 입술을 짓씹기 위해서였다.
여인의 입술에 피가 맺히는 순간 섬연한 양어깨가 출렁거렸다.
스르르!
한 겹의 얇은 망사의마저 여체의 현란한 굴곡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 순간 밀실의 어둠이 제거됐다. 투명한 백광이 칙칙한 어둠을 밀어낸 탓이었다.
나신(裸身).
티끌 하나 묻어 있지 않은 적나라한 여체였다. 하지만 음란하거나 뇌쇄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고아한 기품과 범접키 어려운 성결함이 은은히 배어 있었다.
다만 어딘가 한 구석 처연한 슬픔이 담겨 있는 듯도 했다.
여인은 사내의 등을 향해 조심스런 걸음을 내디뎠다. 이어 사내의 등뒤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요. 당신이 무엇이 부족해 고행을 자초하는지... 어쨌거나 좋아요. 당신이 무엇을 원하든, 무엇을 하든 다 좋아요. 하지만 우리가 부부라는 것만큼은 잊지 마세요."
여인의 음성은 천상에서 들려오는 옥음과도 같았다. 이어지는 음성에는 수줍음이 잔뜩 담겨 있었다.
"오늘로 꼭 삼 년이 넘었어요. 당신이 절 멀리한 지가........"
파르르 경련하는 새하얀 두 옥수가 완고한 사내의 어깨 위에 가만히 얹혀졌다.
"더 이상... 더 이상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요. 성인용품최저가 제발 절 안아주세요."
터질 듯 팽창해 있는 여인의 둔부가 살며시 들려졌다. 여인은 가녀린 목을 기울이며 사내의 귓전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었다.
얼음장처럼 굳어 있던 사내의 입이 열린 것은 바로 그 때였다.
"하늘 아래 누구보다도 정숙하고 고결한 여인이 이 무슨 추태인가! 닳고닳은 창기(娼妓)처럼!"
나직한 어조였으나 서릿발같은 냉엄함이 담겨있었다. 또한 범상한 여인에게는 차마 건넬 수 없는 모욕적인 언사였다.
더구나 지금의 이 여인에게는 결코 해서는 안 될 소리였다. 설사 이 땅 위의 모든 여인들을 창기로 몰아붙인다 해도 이 여인만은 예외였다.
성결한 여신으로 추앙 받는 이 여인을 창기에 빗댄다는 것은 미친놈도 차마 하지 못할 짓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상식일 뿐이었다.
모욕을 받았음에도 성인용품최저가 여인은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아니 더욱 처절한 몸부림을 쳐댔다.
그녀는 양손을 뻗어 사내의 목을 세차게 끌어안았다.
"한 번만...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제발 날 안아주세요. 제발......!"
여인은 울부짖었다.
젖을 보채는 아기처럼 눈물을 쏟으며 사내의 귓불에 혀를 디밀었다. 반원형의 두 젖가슴은 사내의 완고한 등과 격렬한 마찰을 일으키느라 원래의 형태를 잃었다.
하지만 사내는 미동도 없었다. 그는 탁자 위에 펼쳐 놓은 고서(古書)에 눈길을 못박은 채 단호한 소리를 내뱉을 뿐이었다.
"삼 년을 기다려 왔거늘 일 년을 더 못 참는단 말인가? 당신이 고작 이 정도라니 참으로 답답하구려. 다른 것도 아닌 그깟 추잡한 색욕 때문에 지아비의 대업을 가로막고 나서다니......."
마침 여인의 입술이 뒤에서 앞으로 돌아와 사내의 입술에 부딪쳐갔다.
사내는 질색을 했다. 마치 오물이 입에 닿은 것처럼 양미간에 깊은 주름을 만들며 얼굴을 틀었다. 뿐만 아니라 앉은 자세를 틀어 여인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말았다.
그가 갑작스레 몸을 트는 바람에 그에게 기대있던 여인은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다.
그야말로 무참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정작 화를 낸 것은 여인이 아닌 사내였다.
"물러가시오! 어서!"
노기가 역력한 음성이었다.
"으흐흐흐흑......!"
바닥에 엎드린 채 여인은 서러운 오열을 터뜨렸다. 그야말로 한이 절절이 배인 오열이었다.
오열과 함께 여체가 몸부림을 쳤다. 성인용품최저가 가냘픈 양 어깨에서 시작된 경련이 잘록한 세류요를 따라 만월(滿月)처럼 풍성한 둔부로 이어졌다. 그야말로 아찔할 정도로 현란한 모습이었다.
"......."
사내의 눈길이 잠시 여체에 닿았다. 어느 곳 하나 흠잡을 곳이 없는 완벽한 여체였으나 그의 눈길은 여전히 무심하기만 했다.
사내의 시선은 불쑥 치켜진 여인의 둔부에 닿았다. 풍성하기 그지없는 새하얀 둔부의 틈새로 관능의 그늘이 은은히 드리워져 있었다.
언뜻 침잠 되어 있던 사내의 눈에 희미한 변화가 일어났다.
비록 일순간에 그친 것이었으나 분명 그의 동공에서는 찰나적으로 욕화(慾火)의 빛이 솟았다가 사라졌다.
사내는 잠시 갈등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소리 없는 탄식을 흘리며 여체로부터 눈길을 거두었다.
잠시 후 그는 한결 누그러진 음성으로 말했다.
"부질없는 짓이오. 돌아가시오."
"흐흐흐흐흑......!"
"존귀하기 그지없는 당신에게 수모를 안겨서 미안하오. 하나 순간의 욕념에서 벗어나 평소의 냉철한 당신으로 돌아간다면 날 이해할 것이라 믿소. 그러니 이제 돌아가시오."
문득 여인의 오열이 뚝 멈췄다. 잠시 후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여인은 잠깐 사이에 변모해 있었다. 눈물로 흥건한 눈망울이지만 눈빛만큼은 만년빙처럼 차갑게 굳어져 있었다. 작약빛 입술 사이로 스며 나오는 음성도 바늘을 쏘아내듯 날카롭게 변했다.
"돌아가라고요? 흥! 고맙군요. 너무도 자상한 배려에 목이 메어 차마 감사의 인사를 드리기조차 힘들군요."
"......."
간절히 색정을 호소하던 여인에서 냉기가 풀풀 묻어나는 표독한 여인으로 돌변해버린 아내에게 사내는 다시 침묵으로 응대했다.
"당신은 정말 무서운 사람이에요. 아니, 미치광이에요!"
저주 어린 독설을 내뱉으며 여인은 몸을 곧추 세웠다. 그리고는 빙글 몸을 돌려 이번에는 자신이 사내에게 등을 보였다.
스스로 벗어 던진 의복을 나신에 꿰차는 손짓도 황급했다. 잠시 잊고 있던 수치심이 되살아난 듯한 치욕스런 몸짓이었다.
잠깐 사이에 다시 우아하고 성결한 자태로 되돌아간 여인은 흐트러진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등으로 말했다.
"다시는 이곳을 찾지 않겠어요. 또한 결코 당신에게 내 침실 문을 열어주지도 않을 거예요. 영원히... 내 숨이 다하는 날까지......."
여인의 음성에는 결기가 서려 있었다. 그 말을 끝으로 여인은 미련 없이 걸음을 내디뎌 문가로 걸어갔다.
여인이 밀실을 빠져나가기 직전 사내의 성인용품최저가 입술이 달싹거렸다.
"그리 한다 해도 변할 건 아무 것도 없어."
여인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하지만 뒤돌아보지는 않았다. 제 자리에 선 채 몸서리를 칠 뿐이었다.
그것도 잠시, 여인은 거칠게 문을 밀어젖히고 나갔다. 그리고는 있는 힘을 다해 문을 닫았다.
쾅!